현대중공업·대우조선, 이날부터 최대 2주간 하기 휴가 실시상반기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수주목표 절반도 달성 못해확대된 임단협 요구안에 협상 난항 예상…후판값도 인상 전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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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조선 빅 3'가 근심 걱정을 짊어진 채 이번주부터 여름 휴가에 들어간다. 상반기 우울한 성적표를 받은데 이어 임단협 난항과 후판 가격 인상이라는 악재로 인해 하반기에도 만만치 않은 어려움이 예상되고 있어서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중공업은 이날부터 다음달 8일까지 여름 휴가를 실시한다. 대우조선해양 역시 이날부터 최대 2주간 하계 휴가에 들어간다. 삼성중공업의 여름 휴가도 다음주부터 본격 시작될 예정이다.

    다만, 휴가 기간에도 조선 빅 3의 마음은 편치 않을 것으로 보인다. 상반기 수주 부진에도 고정비 감소와 환율 상승으로 큰 고비는 피할 수 있었다. 하지만 하반기 들어서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 난항이 지속되고 후판값까지 인상된다면, 불확실성이 가중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조선 3사의 올 상반기 수주액은 지난해 상반기 보다 19.1% 줄어든 95억8000만달러를 기록했다.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조선 3사의 올해 수주 목표는 320억7000만달러로 현재까지 달성률은 29.8%에 불과하다.

    상반기 조선 3사가 모두 부진한 수주 실적을 거둔 이유는 미·중 무역분쟁 장기화로 전 세계 선박 발주량 자체가 줄어서다. 영국의 조선해운시황 분석기관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상반기 전 세계 선박 발주량은 1026만CGT로 전년 동기 대비 42%나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최광식 하이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중공업그룹의 중간지주사인 한국조선해양에 대해 "LNG선에 대한 의구심은 없지만, 상선 발주 정체가 문제"라고 지적했다. 삼성중공업의 경우 "고정비 효과가 언제 나타나는지에 따라서 3분기 매출이 2분기 보다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4분기에는 흑자 전환을 예상한다"고 설명했다.

    하반기에도 고전이 예상된다. 현재 현대중공업 노조는 올해 임금협상에서 기본급 12만3526원(호봉승급분 별도) 인상과 성과급 최소 250% 보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노조는 지난 17일 찬반투표를 통해 쟁의행위를 결의했지만, 사측은 지난해에 비해 2배 이상 늘어난 요구안에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여기에 현대중공업이 최근 법인분할 주총방해와 생산방해 등의 손실에 대해 노조 측에 수십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하고 직원들을 징계하면서 노사갈등은 최고조에 달한 상황이다.

    대우조선해양 노조도 기본급 12만3526원 인상과 전 직급 단일 호봉제, 통상임금 800% 확대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이번에 제시한 기본급 요구안은 지난해의 6배 수준이다. 삼성중공업도 노동자협의회가 2015년 이후 4년 만에 기본급 인상을 요구하고 있어 난항이 예상된다.

    후판 가격도 하반기 인상이 점쳐지고 있다. 이미 상반기 한 차례 가격을 동결한데다 최근 철강석 가격이 크게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작년 하반기 60~70달러 선을 유지했던 철광석 가격은 올해 들어 가파르게 상승하고 있다. 이달 초 철광석(62% 분광 기준) 가격은 1톤당 114달러를 기록했다.

    조선·철강업계는 이달부터 하반기 조선용 후판 가격 협상을 진행 중에 있다. 철강사들은 하반기 후판 가격을 인상해야 한다는 입장이지만, 조선사에서는 수주물량 감소 및 선박 가격 회복세가 더딘 이유로 가격 동결이나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중 무역분쟁 여파로 인해 상반기 선박 발주량이 전년 대비 40% 이상 줄고, 선가가 반토막나면서 조선 업황이 아직도 어려운 상황"이라면서 "철강업계가 하반기 후판값 인상을 벼르고 있지만, 조선업계도 침체가 지속되고 있어 가격협상이 장기화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