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부, 각료회의 열어 한국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개정안 의결근해 선사들은 일본 항로 점유율 큰 만큼, 물동량 감소로 인한 피해 불가피일본 수출 규제 피해 현실화될 경우 "선사들이 자구책 강구하는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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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현대상선
    일본이 한국을 백색국가(화이트리스트)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결정하면서 국내 해운업계가 긴장하고 있다. 미·중 무역 분쟁 이어 일본의 경제 보복까지 겹치면서 물동량 감소로 인한 수익성 하락이 현실화될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2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국내 선사들은 일본 정부의 백색국가 제외 결정에 따른 영향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최근 물동량이 늘어나면서 오랜 불황 끝에 해운재건을 향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었으나, 글로벌 환경이 급격하게 변하면서 불확실성이 커진 탓이다.

    일본 정부는 이날 아베 신조 총리 주재로 각료회의(국무회의)를 열어 한국을 수출절차 간소화 혜택을 인정하는 백색국가 명단에서 제외하는 수출무역관리령 개정안을 의결했다. 개정안은 공포 절차를 거쳐 이달 하순경 시행될 것이란 전망이다.

    일본의 이번 결정으로 가장 먼저 타격을 받는 건 물동량이다. 현재 상황에서 해운업계의 피해 규모를 당장 예측할 순 없으나 수출 규제가 계속돼 물동량이 줄어들면 수익성이 떨어지고 선사들이 떠안는 비용 부담은 커지게 된다.

    최근 글로벌 해운업계의 이합집산 속에서도 국내 해운사의 안정적인 수익 창출은 물동량 증가가 이끌어왔다. 올해 상반기 전국 항만의 컨테이너 물동량은 1448만5000TEU(1TEU는 20피트짜리 컨테이너 1개)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상반기(1417만7000TEU)보다 2.2% 증가한 규모다.

    특히 일본 항로의 경우, 국적 선사들의 점유율이 크고 예전과 달리 물동량 또한 증가 추세에 있었다. 해수부에 따르면 일본 물동량은 2016년 158만TEU, 2017년 159만TEU, 2018년 162만TEU로 매년 증가하고 있다.

    현재 국내 컨테이너 선사 중 현대상선을 비롯한 대부분의 선사들이 일본과의 수출·입 업무를 하고 있다. 미주항로가 주력인 현대상선의 경우 일본과의 수출·입 물량이 미미한 편이라 영향을 덜 받을 것으로 보이지만, 근해 선사들은 상황이 다르다.

    고려해운과 장금상선, 흥아해운 등 중국·일본·동남아 등 아시아 지역 안에서 활동하는 근해 선사들은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오랜 업황 침체로 수년 간 영업손실이 누적되는 등 경영 위기를 지속하고 있는 상황에서 주력 항로가 물동량이 줄어들 위기에 처한 것이다.

    실제로 올해 초부터 미중 무역분쟁과 한일관계 악화 등에 따라 물동량 감소는 현실화되고 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에 따르면 지난 5월 한일 양국을 오간 컨테이너 물동량은 15만6800TEU로, 지난해 같은 달의 16만6200TEU에서 5.7% 감소했다.

    한국근해수송협의회 관계자는 "근해 선사들에게 있어서 한국과 일본 간 물량이 미주나 다른 항로에 비해 결코 적은 규모가 아닌 만큼, 일본의 수출 규제로 인한 영향도 적지 않을 것"라면서 "이로 인해 물동량이 실제로 줄어들게 된다면, 선사들이 자구책을 강구하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현대상선 역시 일본의 이번 결정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 현대상선이 최근 가입한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는 일본 해운사인 원(ONE)이 소속돼 있다. 앞으로 노선 협력 등을 논의해야 하는 상황에서 일본 정부의 이번 결정이 전혀 득이 될 것이 없단 분석이다.

    현대상선은 지난달 세계 3대 해운동맹인 디얼라이언스에 가입했다. 협력기간은 오는 2020년 4월부터 2030년 3월까지 총 10년이다. 디얼라이언스에는 원 외에도 독일의 하팍로이드, 대만의 양밍 등 3개사가 가입돼 있다.

    업계 관계자는 "원양 선사의 경우, 일본의 이번 조치로 물동량 감소에 따른 부정적 영향은 있겠으나 미·중 무역분쟁으로 인한 영향에 비해서는 피해 정도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 "다만, 근해 선사들은 일본 항로 점유율이 상대적으로 높기 때문에 피해가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