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지수 이달에만 7% 폭락…기초자산 ELS 미상환 잔액 43조 시위 장기화에 투자자 불안…금감원 "손실구간 아직 여유" 위기대응 능력은 점검 나설듯…지금이 투자 적기 목소리도
  • 홍콩 증시(HSCEI·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주가연계증권(ELS)에 대한 우려감이 높아지고 있다.

    홍콩 시위 장기화로 증시의가 이달 들어 크게 하락하기 때문으로, 금융당국은 당장 큰 우려를 가질 필요는 없지만 금융사들의 위기대응과 사전 점검은 주문했다.

    19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H지수는 6.7% 급락했다.

    범죄인 인도법 개정안에 반대하는 시위가 장기화국면으로 진행되고 시위 강도 역시 갈수록 커지면서 증시도 불안감을 반영하고 있다.

    국내에서는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미상환 잔액이 43조원에 육박한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7월 말 기준으로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 미상환 잔액은 42조5999억원으로 집계됐다.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는 지난 5월 7조원대가 발행됐고, 6월과 7월에도 5조원 이상이 발행됐다.

    특히 최근 독일의 기준금리 기습 인하에 은행에서 주로 판매하는 금리연계형 파생결합증권(DLS)이 줄줄이 대규모 손실을 낸 것으로 파악되며 파생상품 공포감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국내 증권사들이 발행하는 ELS 상품의 절반 이상을 점유하는 H지수의 최근 급락은 시장의 불안감을 더 키우고 있다.

    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는 ELS는 통상적으로 3개 지수를 묶는데 대부분 홍콩H지수를 포함하고 있어 지난 3월 이후 ELS 상품 가입자들의 조기상환 기회는 사실상 물건너간 것이 아니냐는 전망이 나온다.

    여기에 올해 초 증시는 현재와 달리 가파르게 오르면서 지난해 발행됐던 ELS가 대거 상환됐고, 이 금액이 다시 새로운 ELS로 몰린 시점이 지난 3월이라는 점이다.

    결국 3월 8조원에 육박하는 ELS 물량 대다수가 코스피와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하고 있어 두 지수가 이달 중 크게 반등하지 않는 이상 대부분 ELS는 6개월 조기 상환에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고 볼 수 있다.

    다만 금융당국은 아직 ELS 대란에 대해서는 경계하고 있다.

    조기상환 기회는 어려워질 가능성이 높지만 녹인(원금손실 구간 도달) 진입에 대한 우려는 아직 이르다는 것이 업계와 당국의 판단이다.

    금융감독원은 지난 16일 원내 금융상황 점검회의를 통해 홍콩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해 국내 금융회사의 대홍콩 익스포져가 미미한 수준이고 H지수 연계 ELS의 손실 가능성도 아직은 희박하다고 밝혔다.

    금감원 측은 "지난 3월말 기준 국내 금융회사의 대홍콩 익스포져는 61억1000만달러로 금융회사 전체 대외 익스포져인 2775억3000만달러의 2.2%에 불과하다"며 "H지수의 하락폭을 감안하더라도 투자자의 원금손실구간에 도달하기까지는 아직 여유가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업계 역시 이른 우려에 대해 경계하고 있다.

    증권사 관계자는 "H지수 기초자산의 ELS가 손실로 나타나기 위해선 7500 이하로 하락해야 손실구간이 되는 것"이라며 "아직까지는 9900 대를 유지하고 있어 여유가 있는 단계"라고 말했다.

    다만 당국은 금융투자회사에서 위험 요소를 자체적으로 관리할 필요가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금감원은 업계와 간담회를 통해 홍콩시장 변동과 H지수의 급락 가능성 등에 대비해 증권사들이 자체적으로 리스크를 파악해 점검하고 관리하도록 당부할 계획이다.

    일각에서는 현재 H지수가 저점을 지나는 만큼 지금이 녹인 구간 진입에 대한 우려를 덜고 안전하게 H지수를 기초자산으로 한 ELS에 투자할 수 있는 적기라는 분석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