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여국 국가총생산량 39.6조, 세계 GDP의 49.8% 차지2021년 정부간 협의체·2023년 국제협력기구 설립 로드맵
  • ▲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국제세미나.ⓒ국토부
    ▲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국제세미나.ⓒ국토부
    문재인 대통령이 구상, 제안한 동아시아철도공동체(EARC) 설립의 로드맵과 공동체가 추진할 사업의 목록이 윤곽을 드러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설립돼 국가 간 협력이 강화되면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는 분석도 나왔다. 당장 내년 민간국제포럼을 설립하고 오는 2023년까지 국제협력기구를 설립하는 청사진도 제시됐다.

    그러나 제시된 사업 대부분이 공동체 참여 의향을 밝힌 일부 국가의 기존 철도 관련 사업을 소개하는 데 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최근 미국과 북한, 한국과 일본 간 원만하지 못한 관계를 고려할 때 이날 제시된 공동체 실현 로드맵이 장밋빛 청사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제기된다.

    국토교통부는 4일 서울 코엑스 인터콘티넨탈호텔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국제세미나를 열었다. 블라디미르 토카레프 러시아 교통부 차관, 바트볼드 산다크도르지 몽골 도로교통부 차관, 옌허시양 중국 국가철로국 총공정사 등 협의체 대상국 정부 관계자와 일본 동북아경제연구소(ERINA), 중국 요녕대학교, 세계은행, 광역두만강개발계획(GTI) 등에서 전문가가 참석했다.

    동아시아철도공동체는 문재인 대통령이 지난해 광복절 경축사에서 제안한 구상이다. 한국·북한·중국·러시아·몽골·일본 등 동북아시아 6개국과 미국이 참여하는 협의체에서 철도를 중심으로 동아시아 평화기반 구축과 공동 번영을 위한 인프라 투자와 경제협력 사업을 벌이자는 것이다.

    김경욱 국토부 차관은 "이번 세미나는 지난해 9·19 평양공동선언 1주년 즈음에 (협의체) 대상국의 정부대표단과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첫 공식 국제세미나"라면서 "공동체 세부 구상과 설립 이행방안을 대외에 공유하는,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실현을 위한 출발점"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이어 "여러 의견을 적극 반영하고, 추진사업에 대한 타당성 분석과 재원조달방안 강구 등 추가 연구를 거쳐 올해 말까지 이행방안을 마련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 ▲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설립 이행 로드맵.ⓒ국토부
    ▲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설립 이행 로드맵.ⓒ국토부

    이날 세계은행 철도솔루션팀 리더인 마사 로렌스는 '지역 통합과 철도물류의 역할'이라는 기조발제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동아시아지역의 경제발전과 평화체제 구축에 크게 이바지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중국-유럽 간 블록트레인 연결 △중앙아시아 철도회랑을 통한 지역 간 협력 △유럽횡단 교통망인 TEN-T(Trans-EuropeaN Transport network) 등의 사례를 통해 철도협력이 지역통합을 이루고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중요한 수단임을 강조했다.

  • ▲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최적 철도사업노선.ⓒ국토부
    ▲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최적 철도사업노선.ⓒ국토부
    이어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수립과 추진'을 주제로 발표에 나선 김강수 한국개발연구원(KDI) 공공경제연구부 선임연구위원은 공동체 세부구상안과 단계적 이행방안을 제시했다.

    김 연구위원은 공동체 내에서 실질적인 협력이 가능한 4개 철도노선으로 △서울~문산~도라산~개성~평양~신의주~단둥~선양~베이징~엘롄하오터~자민우드~울란바트로~나우스키~울란우데 △서울~문산~도라산~개성~평양~신의주~단둥~선양~하얼빈~만저우리~자이비칼스크~치타 △서울~의정부~백마고지(철원)~평강~원산~나진~두만강~하산~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 △부산~포항~삼척~강릉~제진~원산~나진~두만강~하산~우수리스크~하바롭스크 노선을 제안했다.

    김 연구위원은 철도 네트워크 구축 사업도 함께 제시했다. △중·몽·러 경제회랑 철도 △프리모리예-1·2 국제운송회랑 △타반톨고이 광산연계 철도건설사업 △북극 LNG-2 사업이 그것이다.

    중·몽·러 경제회랑 철도는 중국의 일대일로(육·해상 실크로드) 구상에 포함된 6개 경제협력 회랑 중 하나로, 철도전문가들은 한반도 동부축과 연계가 가능할 것으로 전망한다. 프리모리예 1·2 코스는 푸틴 대통령의 '동진 정책'에 따라 러시아 정부가 개발계획을 제시한 북방 물류루트이다.

    타반톨고이 광산연계 철도건설사업은 몽골 정부가 역점을 두어 추진하는 사업이다. 몽골은 세계 최대 석탄광산인 타반톨고이를 중심으로 철도망을 구축한 뒤 이를 신성장동력으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북극 LNG-2는 러시아의 해양가스전 개발사업으로, 액화천연가스(LNG) 수송로를 확보하는 게 골자다.

    김 연구위원은 경제특구와 물류, 관광, 에너지·자원개발, 해저터널 등 철도와 연계한 분야별 경제협력사업도 내놓았다. 경제특구는 신의주경제특구, 개성공업지구, 랴오닝 연해경제벨트 등을, 관광은 금강산관광, 두만강 국제관광합작구 등을, 해저터널은 러·일 해저터널 사업 등을 열거했다. 그는 관련국 경제파급 효과와 경제성, 재원조달 가능성, 사업의 준비정도 등을 따져 우선순위를 결정하면 된다고 주장했다.

    김 연구위원은 이들 사업을 통해 동아시아철도공동체가 운송비 절감을 통한 교역량·소득 증가, 교류 활성화에 따른 시장 확대, 연관산업 발전 등의 경제적 이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는 "공동체 참여국의 국가총생산량(GDP)은 39조6000억 달러로, 세계 GDP의 49.8%에 달하고, 인구는 21억1000만명으로 전 세계의 27.4%를 차지한다"면서 "대상국 간 교역비중도 국가별 총 교역량의 25~89%로 매우 활발한 수준인 만큼 공동체를 통해 세계 최대 경제권으로 발돋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동아시아철도공동체 구상 실현을 위해 내년 민간국제포럼 설립 2021년 정부 간 협의체 구성, 2023년 말 국제협력기구 설립 등 단계적 이행방안도 제안했다.
  • ▲ 동아시아철도공동체 30대 철도 연계 경협사업.ⓒ국토부
    ▲ 동아시아철도공동체 30대 철도 연계 경협사업.ⓒ국토부
    다만 김 연구위원이 제시한 철도 연계 사업에는 북한이 지정학적으로 끼어있어 북핵 문제 해결이 중요한 변수로 작용할 것으로 보인다. 공동체 대상국인 미국과 북한의 관계나 국제사회의 대북 제재 등이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지난달 프랑스에서 열린 주요7개국(G7) 정상회의에서 북한의 지리적 이점과 철도를 거론하며 "북한은 엄청난 경제적 잠재력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최근 미북 간 대화는 좀처럼 외교적 진전을 보이지 못하고 있다.

    이와 함께 최근 경제보복 논란으로 급속히 얼어붙은 한일 간 관계도 동아시아철도공동체 실현에 있어 적잖은 영향을 줄 거라는 관측이 적잖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