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갱신청구권' 국회 법 개정 나서분양가상한제 앞두고 '전세' 시장 불안'단기 전셋값 급등-집주인 재산권 침해' 등 부작용 우려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 서울 송파구의 한 부동산 중개업소. ⓒ연합뉴스

    국토교통부가 계약갱신청구권 정책 추진 필요성에 공감하면서 관계기간간 협의를 거쳐 시행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당초 내년께 추진될 것으로 예상됐으나, 분양가상한제 민간택지 확대 시행에 앞서 전세시장이 꿈틀거리자 서둘러 추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다만 업계에서는 전월세 시간이 늘어나는 만큼 집주인이 미리 집세를 받아 단기적으로 전월세 물량이 줄어들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계약갱신청구권은 정부 국정과제의 일환으로, 이미 도입 추진 여부를 발표한 바 있으며 임차인 권리보호 강화를 위한 도입 필요성은 이미 관계부처간 공감대가 충분히 형성됐다.

    계약갱신청구권은 임대차계약이 끝난 임차인이 재계약을 요구하면 임대인이 '별 다른 이유'가 없는 경우 갱신을 거절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당정은 1회에 한해 청구권을 부여하는 것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 측은 "앞으로 국회에서 이뤄질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위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 논의는 법무부, 국토부 등 관계기관간 충분한 협의 아래 추진될 것"이라고 말했다.

    앞서 더불어민주당과 법무부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정협의에서 이 같은 방안을 논의하고 올해 정기국회에서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을 추진하기로 했다.

    당정은 현재 2년인 임대차 보호기간을 한 차례 연장해 4년까지 이사 없이 거주할 수 있도록 하는 방안과 기본 임대차 보호기간을 아예 3년으로 늘린 뒤 계약갱신청구권을 적용, 최장 6년(3년+3년)을 보장하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1989년 주택임대차보호법 개정으로 모든 주택의 임대차 계약기간이 2년인 점을 고려하면 임차인 입장에서는 최대 4년까지 같은 집에서 살 수 있는 권리를 보장받는 것이다. 현행 주택임대차보호법은 2년의 임대차 보호기간이 있지만, 계약갱신청구권은 없다.

    조정식 민주당 정책위의장은 "주택임차인의 안정적인 임차기간 보장을 위해 상가임차인에게만 인정되던 임대차 계약갱신청구권을 주택임차인에게도 보장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이 제도는 전월세 상한제와 함께 문재인 대통령의 대선공약이기도 했다. 김현미 국토부 장관 역시 후보자 시절부터 도입 의지를 나타냈다.

  •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 '래미안 장위 퍼스트하이' 시공 현장. ⓒ성재용 기자

    당초 정부는 전월세 신고제 도입 후 내년 이후부터 계약갱신청구권 도입을 본격화할 생각이었다. 당정이 예상보다 빨리 청구권 카드를 꺼낸 이유는 최근 들어 민간택지 분양가상한제 확대 시행을 앞두고 전세시장이 불안한 조짐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 2017년 준공된 강남구 대치동 '대치 SK뷰' 전용 93㎡(13층)의 경우 지난 6일 15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8월 14억5000만원(8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5000만원 올랐다. 올 들어 지난 5월 13억원(2층), 8월 14억원(8층)등으로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최근 4개월새 2억원이 껑충 뛴 셈이다.

    대치동 A공인 관계자는 "관망세로 멈춰있던 매매거래가 5~6월부터 살아나면서 전셋값도 덩달아 올라가고 있다"고 설명했다.

    올해 준공된 개포동 '래미안 블레스티지' 전용 84㎡는 지난달 10억원에 거래됐는데, 지난해 11월 같은 면적의 17층이 9억5000만원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역시 5000만원 상승했다. 5월 전용 84㎡가 7억7000만원(18층)에 거래된 것과 비교하면 3개월새 2억3000만원이 올랐다.

    반포동에서도 연초에 비해 2억원가량 전셋값이 뛰었다. 반포동 '래미안 퍼스티지' 전용 84㎡는 14억5000만원(24층)에 세입자를 찾았다. 올해 최고가다. 6월 최고 12억8000만원(31층)에 거래된 뒤 7월(14억원, 8층)에 이어 계속 올랐다.

    반포동 B공인 대표는 "연초 떨어졌던 전셋값이 5월부터 오르면서 지난해 하반기 시세를 회복했다"고 말했다.

    서초, 강남뿐만 아니라 올해 입주폭탄에 시달린 송파, 강동 등도 오름세를 타고 있다.

    1월 최고 7억5000만원(19층)에 거래된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용 84㎡는 지난달 8억3000만원(14층)에 세입자를 구했다. 고덕동에서는 '고덕 래미안 힐스테이트' 84㎡ 전셋값이 1월 최고 5억8000만원(5층)에서 지난달 6억2000만원(11층)으로 올랐다.

    전셋값 상승세는 통계에서도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한국감정원 자료를 보면 9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전주에 비해 0.04% 올랐다. 7월 첫째 주 이후 10주 연속 상승세다.

    거래량도 크게 늘었다. 국토부 집계를 보면 7월 전국 주택 전세거래량은 9만8183건으로, 지난해 7월보다 12.6% 증가했다.

    KB국민은행이 발표하는 서울 주택 전세수급지수는 지난달 136을 기록했다. 2월 100 이하를 밑돌던 전세수급지수는 3월 103 이후 계속 올랐다. 이 지수가 100을 넘으면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다는 뜻이다.

  •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경. ⓒHDC현대산업개발
    ▲ 가락동 '헬리오시티' 전경. ⓒHDC현대산업개발

    다만 방안이 현실화되면 법 시행 직전에 전월세 가격이 갑자기 뛸 수 있다는 우려와 집주인의 재산권 행사가 지나치게 제약을 받는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대중 명지대 교수(부동산학)는 "주거환경 안정을 꾀하는데 도움이 될 것으로 본다"면서도 "전셋값을 4년간 올리는데 제약이 생기면 처음부터 올린 가격에 내놓을 수 있는 만큼 전월세 가격이 올라갈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그는 "계약기간이 4년으로 연장되면 거래제한을 받게 된다"며 "소유자가 전세를 놓다가 매매를 하려고 하는데, 이 때 매매 제한을 받게 된다"고 저적했다.

    이은형 건설정책연구원 책임연구원은 "4년 계약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지금 같은 부동산 시세 변동이 있다면 재계약 시점에서의 전세금 상승폭이 커질 가능성이 있다"며 "세입자에게 부담이 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또한 "4년으로 계약기간을 연장하더라도 일부 악덕 세입자들에 대한 퇴거조치 등 집주인의 재산보호에 대한 부분도 고려할 필요가 있다"며 "세입자를 함부로 못 내보내는 외국에서 집주인이 세입자를 면접 보는 게 이러한 이유"라고 분석했다.

    양지영 R&C연구소장은 "집주인 입장에서는 계약기간 연장이 상당히 부담될 수 있다"며 "전셋값을 한꺼번에 올리는 부작용도 나올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이어 "임대사업을 하려는 사람도 상당히 줄어들 수 있다"며 "그러면 전셋값이 다시 오르는데 영향을 줄 수도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