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2년 차기 대선 두달 앞서 개교 추진돈 나올 구멍 없어 전력기금마저 손댈 판 "탈원전과 한전공대, 조국 감싸기와 다를바 없는 억지""총선 후 전기요금 올릴 것" 수군수군
  • ▲ 사진은 이달 7일 오전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공사 김종갑 사장(가운데)의 모습.ⓒ연합뉴스
    ▲ 사진은 이달 7일 오전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산업통상자원부 국정감사에서 한국전력공사 김종갑 사장(가운데)의 모습.ⓒ연합뉴스

    한국전력의 신세가 참 딱하다. 

    탈원전 여파로 兆단위 적자수렁에 빠진 가운데 대선공약인 한전공대 설립에 1조6000억원을 쏟아 부어야 하다.

    여기에 문재인 대통령의 남은 임기동안 학교 설립을 끝내야 한다는 미션까지 추가돼 허겁지겁이다.

    실정법을 입맛에 맞게 해석하고 없는 돈을 끌어 모으려고 전력기금 적립금까지 손 댈 생각을 하는 모양새다. 


    11일 한국전력이 자유한국당 곽대훈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한전공대 설립은 2020년 하반기 착공해서 차기대선이 예정된 2022년 5월을 두달 앞선 3월 개교 목표로 명시돼 있다. 

    문제는 한전공대 개교를 밀어붙이기 위해 현행 고등교육법과 대통령령인 대학 설립·운영 규정 등을 위반하면서까지 설립 인·허가를 지원한다는 의혹이다. 

    현행 대학 설립·운영 규정에서는 대학 설립 인가 신청은 개교 12개월 전 학교 건물을 완성해야 할 수 있다. 

    한전공대를 2022년 3월 개교하려면 2021년 3월까지는 학교 건물을 올려야 설립 인가 신청을 할 수 있다는 계산이다. 

    이에대해 한전측은 "단계별 캠퍼스 건축을 통한 2022년 1단계 준공 및 개교를 추진하고 있다"고 해명했다. 

    즉 대학 본부 등 필수 건물만 덩그러니 먼저 올려놓고 부분 준공을 한 뒤에 공사판 학교에서 수업을 시작하겠다는 말과 다름 없다.
  • ▲ 한전공대 입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908 일원(부영 CC 일부 및 주변 농경지)의 모습. 한전공대 입지선정공동위원회는 28일 서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열린 '한정공대 범정부 지원위원회' 본회의에서 전남 나주시 부영CC 일부와 주변 농경지를 한전공대 입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 한전공대 입지로 선정된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908 일원(부영 CC 일부 및 주변 농경지)의 모습. 한전공대 입지선정공동위원회는 28일 서울 국가균형발전위원회에서 열린 '한정공대 범정부 지원위원회' 본회의에서 전남 나주시 부영CC 일부와 주변 농경지를 한전공대 입지로 선정했다고 발표했다.ⓒ연합뉴스
    정부의 탈원전 정책으로 적자에 허덕이는 한전이 돈이 나올 구멍이 있을리 없다. 

    한국전력과 주무부처인 산업통상자원부의 성윤모 장관은 지난 7일 국정감사에서 “한전공대에 전력기금을 투입한다는 게 사실이냐”는 의원들의 질의에 “(전력기금 전용의) 법 토대를 마련하기 위해 전기사업법 시행령 개정을 추진 중”이라고 시인했다. 

    전력기금이란 전기 사용자들이 매달 납부하는 전기요금에서 3.7%를 떼 적립한 돈이다. 전기사업법 제51조에는 ‘전력산업의 기반 조성 및 지속적인 발전’ 명목으로 쓸 수 있다. 

    정부는 산업 용도인 조성한 기금을 한전공대 설립에 쓸 수 있도록 시행령을 바꾸겠다는 계산이다. 이렇게 되면 전 국민이 납부하는 전기요금에서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 비용 1조 6000억원을 충당하게 되는 셈이다. 

    이에 대해 성 장관은 “한전공대 설립이 국정 과제여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한전과 정부는 왜 이런 무리수를 두는 것일까. 설립 주체인 한전에 돈 나올 구멍이 없기 때문이다. 한전은 지난해 2080억원의 손실을 기록하며 6년 만에 적자 전환했다. 

    올 상반기에도 9285억원의 손실을 봤는데 누적 부채가 123조원에 달한다. 정부와 한전이 그동안 손대지 않았던 전력기금을 끌어다 쓸려는 배경이다.

    산업부와 한전이 만사 제쳐놓고 한전 공대설립을 밀어붙이는 것에 대해 학계와 야당의 반응은 냉담하기만 하다. 

    이병태 카이스트 경영학과 교수는 그의 페이스북에 "(한전공대 설립은)한전 영구 부실화 프로젝트"라며 "대통령의 권한남용이고 한전 이사들의 배임"이라고 꼬집었다.

    국민이 낸 전기요금으로 한전공대 설립을 지원하는 편법에 제동을 걸고 나선 야당 의원도 있다. 

  • ▲ 사진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한국전력 임시이사회가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한국전력의 주가 하락과 적자 경영에 관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 사진은 전기요금 누진제 개편을 논의하기 위한 한국전력 임시이사회가 지난 6월 28일 오후 서울 서초구 한전아트센터에서 열렸다. 이날 한전아트센터 앞에서 한국전력 소액주주들이 한국전력의 주가 하락과 적자 경영에 관해 김종갑 한국전력 사장에게 책임을 물으며 사퇴를 촉구하고 있다.ⓒ연합뉴스
    곽대훈 한국당 의원은 '한국전력공사법 일부 개정안'을 국회에 발의했다. 개정안은 한전이 운용하는 전력산업기반기금을 교육기관 설립에 활용하지 못하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전공대는 2031년까지 설립과 운영비용으로 총 1조6천112억원이 필요한데 구체적으로 부지조성에 330억원, 공사비와 부대비로 각각 5천695억원, 849억원이 혈세가 투입된다. 

    한전은 정부와 지자체 지원을 제외한 1조원 가량의 필요재원의 상당부분을 전력산업진흥기금을 활용할 계획이다. 부족한 부분은 한국수력원자력과 남동·남부·동서·중부·서부 발전 등 6개 발전 자회사들과 분담을 통해 충당할 것으로 보인다.

    이때문에 시장에서는 한전이 총선 후 기회를 봐가며 전기료를 올릴것이라는 불안감이 파다하게 퍼져있다.

    곽 의원은 "정부가 한전에 '필수사용량 공제 폐지와 전기요금 체계 개편'이라는 이름으로 포장된 전기요금 인상을 이면합의 해줬기 때문에 한전 이사회가 배임 혐의라는 지적에도 누진제 개편안을 통과시킨 것 아니겠느냐"라고 주장했다.

    익명을 요구한 모 대학 원자력 학과 교수는 "탈원전 정책과 한전공대 설립은 조국 감싸기와 다를바 없는 명분없는 억지쓰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