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월 일본향 수출 67% 증가색조·기초 화장품 성장 견인국내 화장품업계 日사업 강화
  • 일본의 수출규제 조치로 한일관계가 경색된 가운데 'K뷰티' 인기는 여전한 것으로 나타났다.

    11일 관세청과 업계에 따르면 지난 9월 일본향(向) 화장품 수출은 2968만6000달러으로 전년 동기 대비 66.9% 증가했다. 기초, 색조 화장품은 각각 83.7%, 56.6% 증가하면서 성장을 견인했다. 몇 년 전 20~30%에 머물었던 것과 비교해보면 크게 증가한 모습이라는 게 업계의 분석이다.

    세부적으로 입술화장품(립스틱 등)은 87.2%, 눈화장품(아이섀도우 등) 205%, 페이스화장품(파우더 등) 278% 증가했다. 독특한 제형과 콘셉트의 중저가 색조 화장품들은 일본의 1020대를 겨냥한 것으로 기회 요인이 작용했다고 봤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일본 수출 증가율이 9월에 두드러진다"면서 "반면 일본으로부터의 수입은 불매 운동 영향으로 감소했고, 감소폭은 8월보다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본 운동으로 일본산 화장품도 타격을 입고 있다. 주요 백화점 3사에서 SK-Ⅱ, 시세이도, 슈에무라 등 일본 화장품 매출은 불매운동이 시작된 한 달 동안 20%가량 줄었다. 같은 기간 헬스앤드뷰티(H&B) 스토어에서도 한자릿수의 매출 감소세를 기록했다. 혐한 발언으로 논란이 된 DHC의 경우 온라인 쇼핑몰 등에서 퇴출되기도 했다.

    2010년 전후 초기 한류 붐을 바탕으로 더페이스샵, 스킨푸드, 미샤, 네이처리퍼블릭 등이 일본에 진출했다. 하지만 최근 2년 사이 일본 젊은이들 사이에서 K뷰티가 다시 인기를 끌며 잇츠스킨, 에뛰드하우스, 투쿨포스쿨, 더샘 등 일본 진출이 재확산되고 있다.

    일본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일본 화장품 시장은 2.8% 상승한 2조5000억엔(한화 약 25조원) 규모로 추정된다. 2014년 이후 3년 연속 성장세를 나타내고 있고 전세계 상위 3위 내에 해당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도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

    K뷰티의 일본향 수출 실적 추이도 매년 증가세다. 대한화장품산업연구원에 따르면 최근 3년간 일본향 수출현황은 2016년 1억8286만6000달러, 2017년 2억2552만6000달러, 2018년 3억264만3000달러를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의 에뛰드는 다음달 8일 일본 효고현 고베시 주오구 산 노미야 역 인근에 고베 마루이 점을 오픈한다. 이 매장은 하우스 오브 컬러 플레이 테마로 다양한 컬러를 눈으로 즐기는 동시에 직접 테스트할 수 있는 체험형 점포다.

    에뛰드는 일본 여성들 사이에서 색조 제품을 중심으로 K뷰티 열풍이 불고 있다는 판단에 사업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1월과 6월에 각각 오사카 우메다에 매장과 시즈오카 파르코점 매장을 각각 리뉴얼했고 9월12일에도 도쿄 이케부쿠로 파르코점을 3배 넓혀 재오픈했다. 같은 달 20일에는 후쿠오카현 기타큐슈시 아뮤 플라자 고쿠라점을 열었다.

    이니스프리도 지난해 3월 일본 도쿄에 진출했다. 이니스프리는 건물 외벽을 녹색 식물로 꾸미는 등 자연주의 화장품 콘셉트를 강조했다. 회사 측은 오모테산도 본점 오픈을 시작으로 아마존에도 진출하면서, 일본 온·오프라인 시장을 동시에 공략 중이다.

    LG생활건강은 2012년 일본 화장품 회사 긴자스테파니(Ginza Stefany), 2013년 일본 건강기능식품회사 에버라이프(Everlife)를 인수하며 일본에서 사업 기반을 다져왔다. 지난해 4월에는 LG생활건강의 일본 자회사인 긴자스테파니가 화장품 회사 AVON Japan’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이와 동시에 LG생활건강의 제품 개발력과 다양한 제품 포트폴리오를 활용해 일본 사업을 강화해 나갈 계획이다.

    2006년 일본 시장에 진출한 미샤는 직영 매장을 철수하고 H&B(헬스앤뷰티) 채널로 눈길을 돌렸다. 그 결과 2016년 6000여 개였던 일본 내 미샤 제품 판매처가 2017년에는 1만 여개, 일본은 2만3000여 개로 증가했다. 그 결과 일본법인은 올 상반기 매출 167억원을 기록했다.

    토니모리의 화장품 브랜드를 표방하는 라비오뜨는 지난 2016년 일본에서 진출, 자리매김했다. 이미 포화상태인 립스틱 시장에서 와인병 디자인의 립스틱이라는 차별성으로 시장진입에 성공했다는 평이다. 이러한 성공을 바탕으로 파운데이션, 립밤 등으로 제품 라인을 확장 중이다.

    마스크팩 업체 메디힐도 일본에서 인기를 얻고 있다. 'N.M.F 아쿠아링 앰플마스크'가 일본 화장품 전문 미디어 앳코스메(@cosme)에서 제품 평판 1위에 올랐다. 이 앰플마스크는 국내 브랜드 최초로 앳코스메에 등록된 마스크팩 1만3000여 제품 중 회원들의 리뷰 및 평점과 브랜드 페이지 방문 수 등의 종합적인 평가를 통해 1위를 차지했다.

    메디힐 관계자는 "한일 관계가 악화일로인 가운데, 당사 제품이 1위를 차지한 것은 그만큼 일본 소비자들 사이에서 당사 브랜드에 대한 만족도가 높고, 여전히 한국 화장품에 대한 기대치가 높다는 증거"라며, "실제로 일부 유통 채널에서 품절이 될 정도로 품귀 현상까지 일어나고 있어 일본 화장품 유통업계에서도 매우 고무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