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고 넘치는 이공계 특성화대학KAIST·POSTECH·GIST·DGIST·UNIST 등 이미 5곳운영주체 논란, 향후 비용분담 불투명
  • ▲ 사진은 11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연합뉴스
    ▲ 사진은 11일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 한국전력공사 본사에서 열린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한전 등 에너지공기업 국정감사에서 김종갑 한전 사장이 질의에 답변하는 모습.ⓒ연합뉴스
    한국전력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종료 2달전인 2022년 3월 개교를 목표로 1조6000억원을 투입해 추진중인 한전공대에 대한 찬반 논란이 식을줄 모르고 있다.

    한전의 누적 적자 규모가 더욱 커지는 상황에서 전국적으로 다섯곳이나 있는 특성화 대학을 또 만들 필요가 있는지에 대한 의문이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한전을 비롯한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지역균형발전론을 내세우며 설립을 밀어붙이고 있다. 

    먼저 한전이 대학을 운영할 능력이 있는지 살펴보자. 한전은 이미 대학설립후 실패한 전력이 있다. 지난 1964년 설립했던 한전 수도공대가 재정난으로 7년 만인 1971년 홍익대에 통합됐다. 재정난의 이유는 정부 보조금이 끊겼기 때문이다.

    한전공대는 전남 나주시 빛가람동의 부영컨트리클럽(CC) 일대 120만㎡ 부지에, 설립 비용 6300억원(땅값제외) 연간 운영비 641억원이 소요되는 대학으로 만들어진다. 

    학생 수는 학부 400명, 대학원 600명, 등록금은 전액 장학금으로 지급, 기숙사비 면제, 총장 급여는 10억원, 교수진은 1억3000만~4억원을 받는 대학으로 꾸미겠다는 계획이다.

    한전 이사회가 통과시킨 한전공대 설립 기본계획안을 보면 한전공대 설립과 초기 운영, 캠퍼스 설계 등 사업 추진에 필요한 자금 600억원을 1차 출연하고, 추후 단계별로 출연하겠다고 공시했다.

    여기에 학령인구 감소로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에 서울에서 300km나 떨어진 나주로 영재급 학생과 최고의 교수진을 데리고 오려면 얼마나 많은 돈을 지불해야 할지 알수 없는 상황이다. 

    한전공대 개교 예정인 2022학년도 대학 신입생 수는 41만2034명으로, 지난해 대학 신입생(49만7218명)보다 8만명 이상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이때문에 한전은 전기료에서 거둬들인 세금까지 투입하면서 전기료 인상도 예고하고 있다. 
  • ▲ 사진은 한전공대가 들어설 나주시 부영CC 일원. 골프장 주변은 논밭만있는 허허벌판으로 대학과 관련된 아무런 시설이없다. ⓒ연합뉴스
    ▲ 사진은 한전공대가 들어설 나주시 부영CC 일원. 골프장 주변은 논밭만있는 허허벌판으로 대학과 관련된 아무런 시설이없다. ⓒ연합뉴스
    이달 11일 전남 나주혁신도시 한국전력 본사에서 진행 중인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의 에너지 분야 국정감사장에 나타난 김종갑 한전 사장은 "전력산업기금을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에 쓸 계획이냐"고 묻는 윤한홍(경남 창원) 의원 질문에 "예"라고 명확하게 답했다.

    전력산업기반기금은 전력산업 구조개편 과정에서 만들어진 기금으로 전기요금의 3.7%를 징수하는 준조세의 성격을 가지고 있다. 

    즉 전국의 전기요금에서 거둔 세금인데 이 돈을 한전공대 설립과 운영에 쓰겠다는 것이다.

    현재 이공계특성화대학은 카이스트(KAIST·대전)·포스텍(POSTECH·포항)·지스트(GIST·광주)·디지스트(DGIST·대구)·유니스트(UNIST·울산) 등 전국에 5곳이나 있다. 전국적으로 공대가 차고 넘치는데 장학금만 걸고 나주까지 학생을 끌어들이겠다는 발상은 대단히 유아틱하다는 지적이다. 

    국립대의 한 교수는 "전남도의 재정자립도가 30%수준으로 전국 최하를 기록하고 있는데 천문학적인 돈이 들어가는 한전공대를 어떻게 연간 100억씩 10년간 2000억을 준다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우려했다. 

    결국 논두렁 밭두렁 사이에 정부세종청사를 지어놓고 주말이면 인적을 찾을 수 없는 유령도시가 된 세종시의 전처를 밟을것이라는 말이 파다하다.

    이에 대해 이병태 한국과학기술원(KAIST) 경영대 교수는 "(한전공대도) 대통령 선거때마다 하나씩 추가되는 베이비 카이스트일뿐"이라며 "도대체 한국의 MIT를 표방한 대학들이 벌써 몇개냐"고 지적했다. 

    이병태 교수는 "등록금은 동결에 일부 부정한 교수들을 핑계로 정부의 획일적 규제는 연일 누적되고 상황에 40년 투자해온 카이스트(KAIST)도 세계적 수준인지 의심을 받는데 공대 하나 키우는게 그렇게 쉽느냐"고 반문했다.

    “오석태 소시에테제네랄(SG) 이코노미스트도 그의 SNS에 "(한전공대 설립은)한국전력 주가가 저평가된 또 하나의 이유"라며 "지스트가 가까울 뿐더러 바로 옆 동신대에 이미 에너지융합대학이 있는데 공대를 또 만드는 것이 이해가 안 가고, 국가가 아닌 한국전력이 대학 설립의 주체인 것도 의아하고 운영비는 또 어디서? 공대는 돈도 많이 드는데"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