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2년 D램 시장 '1위' 등극 이후 27년째 유지이병철 선대회장 '선견지명', 이건희 회장 '뚝심'이재용 부회장, 비메모리 육성 기반 반도체 신화 이어가
  • ▲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 1985년 방진복을 입고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삼성
    ▲ 고(故) 이병철 삼성 선대회장이 1985년 방진복을 입고 기흥 반도체 생산라인을 둘러보고 있다.ⓒ삼성
    삼성전자는 지난 1992년 글로벌 D램 시장에서 1위에 올라선 이후 27년간 독보적인 지위를 유지하고 있다. 삼성전자의 반도체 사업은 수십 년간 부침과 성장을 반복하며 양적으로나 질적으로 괄목할 성과를 이뤄냈다. 

    지난 2017년에는 반도체 시장을 쥐락펴락했던 '난공불락' 인텔의 아성을 무너뜨리고 메모리와 비메모리를 더한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도 왕좌에 올랐다.

    한 때 의문부호까지 달렸던 반도체 사업이 이제는 삼성전자의 주축 사업을 넘어서 대한민국 경제의 버팀목으로 자리잡고 있는 것이다. 고(故) 이병철 선대회장의 선견지명과 이건희 회장의 뚝심이 빚어낸 결과다.  

    이는 한국반도체 인수와 2.8 도쿄선언 등을 통해 가능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은 1974년 12월 6일 이병철 선대회장과 비서실의 반대를 무릅쓰고 사재를 털어 한국반도체 지분 50%를 인수했다.

    당시 삼성전자의 여건은 녹록치 않았다. 기술력 부족이 역력한 터라 반도체 사업에 대한 회의론이 팽배했다. 하지만 이건희 회장은 '하이테크' 산업에 뛰어들어야 한다고 판단, "반도체야 말로 우리가 해야할 사업"이라며 과감한 투자에 나섰다. 

    그러나 당장의 성과는 따르지 않았다. 일본의 NEC, 히타치, 도시바 등이 미국 인텔에 도전하면서 반도체 가격이 급락하자 곧바로 위기가 찾아왔기 때문이다. 기술 부족도 걸림돌이 됐다. 전자시계용 반도체 정도는 문제 없었지만 조금만 더 복잡해도 생산은 어려운 정도였다.

    그러나 아들의 지속적인 설득은 이병철 선대회장의 마음을 돌렸다. 이내 1977년 이병철 선대회장은 한국반도체의 나머지 지분을 인수하면서 한국반도체는 삼성반도체로 탈바꿈했다. 이후 삼성은 원진그룹의 용인 공장과 영등포 구로 공단의 미국 페어차일드 반도체의 조립공장도 함께 인수했다. 이어 1980년에는 삼성반도체를 삼성전자로 합병했고, 1982년에는 한국전자통신으로 합병해 삼성반도체통신을 설립했다.  

    자신감을 얻은 이병철 선대회장은 대규모 투자를 결심하게 되고 이때 '2.8 도쿄 선언'도 함께 나온다. 결국 삼성은 기흥에 터를 닦고 반도체 공장을 세우기 시작했다. 동시에 미국 마이크론과 일본 샤프에서 기초 기술을 배워 64K D램 개발에 나섰다. 삼성은 그해 말 제품 개발에 성공했고 곧바로 제품 판매에 나섰다.

    그러나 1987년 이 선대회장이 타계하면서 반도체 사업에도 다시 위기가 찾아왔다. 당시 삼성은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적자에 세계적인 불황까지 겹치며 위기감은 그 어느때보다 컸다. 

    이에 반도체 사업을 포기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졌다. 그러나 이건희 회장은 확고했다. 반도체야말로 삼성이 나아갈 중요한 사업이 될 것으로 확신하고 있었다. 

    다행히 이듬해부터 반도체 시장에 드리운 먹구름도 점점 걷히고 있었다. 반도체 수요가 늘면서 반도체 가격도 폭등해 삼성전자는 비로서 1년 만에 흑자전환에 성공하게 된다.

    반도체 호황이 이어지면서 이건희 회장은 본격적인 육성 드라이브를 걸게 된다. 

    지난 1991년 4500억원, 1992년 8000억원을 투자하며 기술 경쟁력 확대에 본격적으로 나섰다. 삼성전자의 초격차 전략이 시작된 것도 이 시기다.

    삼성전자는 1992년 64메가 D램을 세계 최초로 개발하며 D램 선두로 올라서게 된다. 삼성의 이 같은 전략은 낸드플래시 메모리에서도 이어졌다. 

    지난 2002년 1위를 석권한 낸드플래시는 D램과 같이 선두자리를 굳건히 하고 있다. 지난 2003년에는 플래시 메모리 전체 시장에서도 1위를 차지하며 반도체 명가로 거듭났다. 

    이와 함께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육성에 초격차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비메모리 분야에서는 존재감이 없어 반쪽짜리 반도체 강자 이미지 탈피에 나서고 있는 것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은 지난 4월 "비메모리도 세계 1위가 되겠다"는 강한 의지를 내비쳤다. 시스템 반도체로 대변되는 비메모리 반도체는 메모리반도체에 비해 1.5배 이상 큰 시장이다. 특히 로봇, 바이오, 자동차 등 4차산업 발달로 오는 2022년에는 300조원 규모까지 성장이 예상되고 있다. 

    삼성전자는 비메모리 반도체에 133조원 투자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한 바 있다. 이는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비메모리까지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의지가 담겨있다.  

    삼성전자는 시스템 반도체 사업경쟁력 강화를 위해 2030년까지 국내 R&D 분야에 73조원, 최첨단 생산 인프라에 60조원을 투자한다.

    향후 화성캠퍼스 신규 EUV라인을 활용해 생산량을 증대하고 국내 신규 라인 투자도 지속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기술경쟁력 강화를 위해서 시스템 반도체 R&D 및 제조 전문인력 1만5000명을 채용할 계획이다.

    삼성전자의 이 같은 계획이 실행되면 2030년까지 연평균 11조원의 R&D 및 시설투자가 집행되고 생산량이 증가함에 따라 42만명의 간접 고용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삼성전자의 비메모리 육성 전략이 본궤도에 오르면 또 하나의 반도체 신화를 써내려갈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