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싱가포르·브루나이 항공자유화 협정국영 브루나이항공 등 가격 공세… 호주·뉴질랜드 군침국내·단거리도 LCC와 경쟁… 수익 악화
  • 국내 양대 대형항공사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항공산업 침체와 공급과잉에 맞물려 어려움을 겪고 있다. 여기에 최근 외항사들까지 우후죽순 늘어나며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

    특히 한·아세안 정상회의에서 싱가포르와 브루나이 직항편이 자유화되며 외항사들의 저가공세가 이어질 전망이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전날 국토부는 브루나이와 항공회담을 열고 직항노선 운항횟수를 무제한으로 늘리는 직항 자유화에 합의했다. 지난 23일에는 싱가포르와 직항 항공 자유화에 합의했다.

    항공자유화로 인해 자유로운 취항이 가능해졌지만 국내 대형 항공사 입장에서는 마냥 반길 수 만은 없는 상황이다. 외항사들 때문이다.

    브루나이 노선은 대한항공이 로열 브루나이항공과 공동 운항 중이며 싱가포르 노선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이 운항 중이다.

    로열 브루나이항공의 경우 국영항공사로서 국가지원을 받기 때문에 국내 항공사가 가격경쟁에서 뒤쳐질 수 밖에 없다.

    또한 싱가포르의 경우 이미 대한항공과 아시아나항공이 각각 주 18회, 주 10회 운항하고 있어 운항횟수를 늘리는데 한계가 있다. 아울러 대한항공의 경우 계열사인 진에어가 국내 저비용항공사(LCC) 중 유일하게 보잉사의 B777을 보유하고 있어 중거리인 싱가포르 대응이 가능하나 국토부 제재로 인해 신규 취항이 불가능하다.

    결국 이번 브루나이·싱가포르 항공 자유화의 경우 득보다 실이 많은 상황이다.

    최근 들어 외항사들의 직항노선 취항이 늘어나며 국내 항공사 피해가 커지고 있다. 지난 23일에는 에어뉴질랜드가 인천~오클랜드행 직항편에 취항했으며 오는 12월에는 호주 최대 LCC 젯스타항공이 인천~골드코스트 노선에 취항을 준비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중동권 항공사들의 경우 자국의 전폭적 지원을 받으며 전세계 항공사들과의 가격경쟁에서 우위를 점하고 있다.

    지난해 국내 대형항공사 국제선 탑승객은 3377만 9000명으로 전년대비 4.68% 성장에 그쳤으나 같은 기간 외항사의 경우 2707만8000명으로 전년대비 11.04% 증가했다. 

    물론 외항사들의 잇딴 취항에 저가항공권이 늘어나며 소비자 입장에서는 유리하다는 의견도 있다.

    이에 대해 한 항공업계 관계자는 "외항사들 항공권이 저렴하긴 하지만 국내항공사 서비스와 외항사 서비스 차이가 분명한 것도 사실이다"며 "경쟁을 위해 국내항공사가 항공권 가격을 내리고 서비스 품질을 낮추더라도 소비자들이 이를 받아들일지는 의문이다"고 지적했다.

    여기에 최근 계속 되고 있는 공급과잉에 따른 항공산업 침체도 문제다.

    특히 올해 아시아나항공은 과열경쟁에 따른 직격타를 맞았다. 

    지난 3분기 아시아나항공은 영업손실 570억원을 기록하며 적자전환했다. 2분기에도 아시아나항공은 1240억원의 적자를 기록한 바 있다.

    대한항공은 그나마 북미와 유럽노선 집중전략으로 3분기 항공사 중 유일하게 1179억원의 흑자를 기록했으나 이마저도 전년대비 70%가량 떨어진 수치다.

    아울러 대형항공사는 중장거리 노선에서는 외항사와 국내선 및 단거리 노선에서는 LCC와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그동안 LCC 매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했던 일본 노선이 일본 불매운동에 따라 급감하면서 중국, 동남아 등으로 경쟁무대가 바뀌고 있다. 선택지가 줄어들자 경쟁은 더 치열해지고 가격경쟁이 과열되면서 수익악화로까지 이어졌다.

    이에 조원태 한진그룹 회장도 지난 20일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공급과잉에 대해 우려를 표한 바 있다.

    조 회장은 "대한민국에 항공사가 9개라는 것은 말이 안된다. 미국도 9개다"며 "아시아나가 힘들어진 것도 항공사가 많아지면서 시장 질서가 흐려졌기 때문이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