政 "수출·건설투자 성장 제약"…두달째 '부진' 표현 삭제KDI "수출감소, 실물경기 부진…일부 심리지표 개선"현대硏 "경기 반등세 미미… 수출 회복 불투명"기재부, 13일 '최근 경제동향' 12월호 내놔
  •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 수출용 컨테이너.ⓒ연합뉴스

    정부가 최근 우리 경제 상황을 두고 두 달 연속 '부진'이란 표현을 쓰지 않았다. 대신 '성장 제약'이란 표현으로 대체했다.

    하지만 최근 한국개발연구원(KDI)은 9개월 연속으로 한국경제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놓았다. 민간경제연구소는 회복 조짐에서 다시 침체하는 '더블딥'(이중침체)마저 우려하고 있어 진단이 엇갈리는 상황이다.

    기획재정부는 13일 내놓은 '최근 경제동향'(그린북) 12월호에서 우리 경제가 서비스업 생산과 소비에서 완만한 증가세를 유지하고 있다고 봤다. 다만 수출과 건설투자가 성장을 제약하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지난달에 이어 경제활동에 있어 '부진'이란 표현은 등장하지 않았다. 재정 당국은 그린북 4~10월호에서 7개월 연속으로 수출·투자 등이 '부진'한 흐름을 지속한다고 평가했었다. 이는 2005년 3월 그린북을 처음 발간한 이후 최장기간 '부진' 진단이었다.

    기재부는 대외적으로 세계 교역과 제조업 경기 위축 등으로 말미암아 세계 경제가 동반 둔화하는 가운데, 미·중 무역협상 향방과 글로벌 반도체 업황 회복시기, 일본 정부의 대한국 수출규제 관련 불확실성이 여전히 존재한다고 평가했다.

    정부는 위험 관리를 빈틈없이 하면서 올해 남은 기간 이·불용 최소화 등 재정집행은 물론 정책·무역금융 집행을 차질없이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다음 주 발표하는 내년도 경제정책방향에서 경기 반등을 위한 모멘텀(계기)을 마련하는 데 온 힘을 쏟겠다고 덧붙였다.

    10월 산업활동 주요 지표를 보면 서비스업 생산은 전월보다 0.3% 증가했다. 그러나 광공업에서 1.7% 감소해 전(全)산업 생산은 0.4% 줄었다.

    지출은 건설투자가 전월보다 1.7% 늘었지만, 소매판매와 설비투자는 각각 0.5%와 0.8%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우리 경제를 떠받치는 수출은 11월 현재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4.3% 줄어 12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다. 최근 몇 년간 세계 경제 성장을 이끈 중국이 2015년 '바오치'(保七·7%대 고속성장률) 시대를 접은 지 5년 만인 내년 '바오류'(保六·성장률 6% 유지)마저 붕괴할 것으로 예측되면서 세계 경제 둔화 폭이 커진 데다, 우리 수출 효자품목인 반도체마저 단가가 하락하는 등 대외 여건이 좋지 않았다고 정부는 분석했다.

    소비자와 기업 심리는 개선됐다는 판단이다. 11월 소비자심리지수(CCSI)는 100.9로 전달보다 2.3포인트(P) 올랐다. 7개월 만에 기준선인 100을 회복했다. 제조업 기업경기실사지수(BSI)도 74로 전월보다 2P 상승했다. 다만 BSI 12월 전망은 71로 1P 하락했다.

    고용은 회복세라는 견해다. 11월 취업자 수는 서비스업을 중심으로 1년 전보다 33만1000명 늘었다. 실업률은 3.1%로 1년 전보다 0.1%P 내렸다. 다만, 기재부는 우리 경제의 허리라 할 수 있는 30·40대와 제조업 취업자 감소 등 일자리 질에 대해선 딱히 언급하지 않았다. 제조업의 경우 취업자 감소 폭이 축소됐다는 정도만 언급했다.

    11월 소비자물가는 농산물·석유류 가격 하락세가 완화하며 0.2% 상승했다. 4개월 만에 상승세로 전환했다. 물가의 기조적 흐름을 보여주는 근원물가는 0.6% 올랐다.

    소비 관련 속보치를 보면 국산 승용차 내수판매량은 1년 전보다 2.0% 감소해 두 달째 감소세를 보였다. 백화점 매출액(3.3%), 대형할인점 매출액(2.5%), 온라인 매출액(2.9%), 카드 국내승인액(7.6%)은 1년 전보다 일제히 증가했다. 유커(遊客·중국인 관광객)도 30% 늘었다.

    11월 국제유가는 석유수출국기구(OPEC) 감산 연장 전망 등으로 상승했다.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와 국고채 금리가 10월에 이어 상승세를 지속하다가 11월 중순 이후 하락하는 모습이었다. 환율은 11월 들어 상승했다. 11월 주택시장은 매매가격(0.07%)과 전셋값(0.05%) 모두 올랐다.

  • ▲ 반도체.ⓒ연합뉴스
    ▲ 반도체.ⓒ연합뉴스

    정부가 그린북에서 2달 연속 '부진'이란 표현을 삭제한 것과 달리 정책연구기관인 KDI와 민간연구소의 진단은 다소 결이 다르다.

    KDI는 지난 8일 내놓은 경제동향 12월호에서 우리 경제에 대해 "수출과 투자가 위축되는 등 실물경기는 부진을 지속하고 있다"고 밝혔다. KDI는 지난해 11월부터 올 3월까지 경기를 '둔화'로 판단하다가 4월 이후 경고 수위를 높였고, 9개월 연속 '부진'하다는 평가를 내놨다.

    KDI는 광공업과 서비스업 생산 증가세가 낮아 경기 부진이 이어진다고 지적했다. 특히 수출 부진에 방점을 찍었다. 11월 수출금액은 1년 전과 비교해 14.3% 감소했다.
    투자는 건설부문은 토목을 중심으로 감소 폭이 줄었지만, 설비투자는 감소세가 이어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KDI는 일부 심리지표가 개선돼 부진이 심화하지는 않을 거로 내다봤다. 현재 경기상황을 보여주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이하 동행지수)는 보합, 앞으로 경기상황을 예측하는 경기선행지수 순환변동치(이하 선행지수)는 소폭 개선됐다는 이유다. 동행지수는 9월 99.5, 10월 99.4로 비슷했다. 선행지수는 98.5에서 98.7로 0.2P 상승했다.

    민간경제연구소의 경제 진단은 좀 더 어둡다. 현대경제연구원은 8일 '경기 바닥론 속 더블딥 가능성 상존' 보고서를 통해 더블딥 우려를 제기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최근 경기 반등세가 미미하다는 점에 주목했다. 동행지수가 지난 10월 99.4로 전월보다 0.1P 빠지는 등 경기 반등세가 미약하다는 것이다. 글로벌 큰 시장인 인도와 중국의 경제 불확실성이 커져 수출 회복이 어느 정도로 일어날지 불투명하다는 점도 불안 요인으로 꼽았다.

  • ▲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연합뉴스
    ▲ 최근 경제동향(그린북).ⓒ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