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치료 판도 바꾸는 시기 ‘선도의 의미’ 탑재도시바 계약체결 후 절차대로 순항… 2022년 첫 환자 진료양성자 대비 우월한 중입자 기반 치료시설 ‘약 3000억’ 규모
  • ▲ 세브란스병원 전경. ⓒ연세의료원
    ▲ 세브란스병원 전경. ⓒ연세의료원
    중입자가속기는 ‘꿈의 암 치료기’로 불린다. 전 세계에 10기 정도만 운영되고 있는 초고가 장비로 기존 암 치료와 개념 자체가 다른 영역에 존재한다. 국내 첫 도입은 연세의료원이 확정적인 상태다. 

    연세의료원은 지난 16일 연세중입자암치료센터 착공식을 했다. 이번 착공식을 계기로 2018년 7월부터 진행된 기초 토목공사를 마무리하고 본격적인 건축공사에 돌입한다. 

    연세의료원 재활병원 뒤편 주차장 부지에 지하 5층~지상 7층, 연면적 3만5000㎡ 규모의 연세중입자암치료센터가 들어선다. 

    지하층 공사가 완료되는 2020년 12월부터 설치와 시운전을 할 예정이며 첫 번째 치료실이 완성되는 2022년 12월에 첫 환자를 치료할 계획이다.

    예산은 약 3000억원 규모다. 신규 병원 설립이라도 해도 무방한 수준의 투자다. 

    중입자가속기는 일본제품이 가격과 품질면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유럽, 중국에서도 기기가 생산되지만 가격 대비 경쟁력 측면에서 뒤떨어진다. 

    일본제품 중에는 도시바, 히타치가 경쟁을 하고 있다. 도시바가 우위를 점하고 있으며 히타치가 추격하는 양상이다. 세브란스는 지난해 3월 도시바와 계약을 체결했다. 

    중입자가속기 도입이 가시화된 상황 속 허동수 연세대 이사장은 “암 질환 치료의 신기원을 이룩해 ‘암질환 정복’을 향한 귀한 주춧돌이 될 것”이라고 포부를 밝혔다. 

    김용학 연세대 총장 역시 “현존하는 가장 앞선 치료기기의 도입은 대한민국 암 질환 치료의 새로운 출발점이 된다. 고통받는 환자와 보호자들에게 커다란 희망으로 작용하길 바란다”라고 밝혔다. 


  • ▲ 연세의료원이 지난 16일 중입자암체료센터 착공식을 개최했다. ⓒ연세의료원
    ▲ 연세의료원이 지난 16일 중입자암체료센터 착공식을 개최했다. ⓒ연세의료원
    ◆ 종양만을 저격하는 ‘날카로운 명사수’

    연세의료원이 중입자가속기 도입에 심혈을 기울이는 이유는 암치료의 판도 자체가 바뀌는 현상이 나타나기 때문이다.

    중입자가속기는 탄소 등 무거운 원소의 원자, 즉 중입자를 빛의 속도에 가깝게 가속한 뒤 그 에너지 빔을 암세포에 쏘아 암세포만 집중적으로 파괴한다.

    중입자(Carbon)는 양성자(Proton)보다 질량이 12배 정도 무겁다. 양성자를 탁구공(약 2.7g)에 비교하면 중입자의 무게는 골프공(무게 약 46g)보다 조금 무겁다. 

    이러한 특징으로 인해 양성자는 중입자보다 가벼워 암세포에 도달하기 전에 다른 세포와 충돌해 뒤 떨어진 선량분포를 가질 수 밖에 없다. 즉, 중입자는 인체 내 도달했을 때 양성자보다 더 우월한 선량분포를 가진다. 

    연세의대 김진성 교수(방사선종양학)는 “인체 내 20cm이 되는 지점까지 도달해서도 처음의 방사선분포를 그대로 전달할 수가 있어서 복잡하고, 위험한 장기에 대한 방사선 치료를 정확하게 조사할 수 있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중입자치료가 다른 X선과 양성자 치료방법으로는 도저히 따라할 수 없는 선량 분포를 만들어 암 치료 효과를 증대하는데 결정적으로 기여한다”고 말했다.

    2014년 4월호 네이처(Nature)지에는 암세포에 대한 살상력을 의미하는 치명도에서 양성자는 X선에 비해 10% 정도 높았지만, 탄소 중입자는 X선에 비해 3배 이상의 높은 생물학적인 파괴력을 가졌다는 내용이 실렸다.

    이러한 중입자의 생물학적인 살상능력은 전체 치료기간을 단축시키고 방사선 저항성이 큰 암 조직에 효과적으로 치료가 가능한 결과를 가져오는 등 기존 방사선치료에 대해 비교할 수 없는 우위를 선점하게 된다.

    ◆ 선두주자, 일본의 중입자가속기 치료 성과는? 

    1994년부터 1만2000명 이상 중입자로 환자를 치료한 일본 방사선의학종합연구소(NIRS)는 중입자 치료를 추천하는 질환으로 척색종, 골육종, 두경부암, 췌장암, 폐암, 간암, 재발한 직장암, 방사선 재치료 등을 꼽았다. 

    NIRS에 따르면 초기 폐암의 경우 중입자 치료시 1회로 종료될 수 있다. 골육종의 경우 크기가 작은 경우는 X선, 양성장, 중입자 모두 치료 성적이 좋지만 크기가 일정 이상 커질 경우, 중입자 치료 이외에는 치료가 수월하지 않다. 

    간암은 주변에 방사선 노출에 대해 취약한 장기 때문에 양성자 치료의 경우 2cm 이상의 거리가 확보돼야 정확한 치료가 가능했지만 중입자의 경우 1cm 정도 근접한 경우도 종양 치료에 문제가 없다는 설명이다.

    카마다 타다시 전 NIRS 센터장(현 일본 가나가와암센터 i-ROCK센터장) “종양과 주변의 일반 장기가 근접하고 복잡한 해부학적 구조에서 선택적으로 종양으로만 선량을 집중시키는데 있어 중입자가 현존하는 기술 중 가장 우위에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치료확률을 동일하게 유지할 경우, 주변 위험장기로의 선량 피폭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전립선암의 경우 치료성적은 다른 치료와 유사하지만 요도와 직장에서의 부작용 발생이 기타 방사선 치료 대비 현저히 낮은 결과를 보여주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편, 중입자가속기 후발주자는 서울대병원이다. 부산 기장군 동남권원자력의학원 인근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 운영을 위한 청사진을 그리고 있다. 하지만 아직 중입자가속기 모델 결정 등 풀어야 할 숙제가 많이 남았다.

    애초에 부산 중입자가속기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 사업이었지만 분담금 750억원을 마련하지 못해 사업이 표류하다 서울대병원이 사업을 이어받았다. 연세의료원보다 늦은 2023년 가동을 목표로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