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직개편·인사·대표 신년사에 그려진 청사진실적 견인차 IB 조직 확대·승진 인사 두드러져미래 위한 디지털·해외 경쟁력 강화…추락한 신뢰 회복에도 방점
  • 증권사들의 올해 경영 키워드는 투자은행(IB), '글로벌·디지털' 경쟁력 강화, 소비자 신뢰 회복에 방점이 찍힌 모습이다.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주요 증권사들의 조직 개편과 인사, 수장들의 신년사를 통해 그려진 올해 사업 청사진에는 이같은 경향이 두드러진다.

    ◆"올해도 살 길은 IB"…조직개편·인사에서도 '핵심'

    우선 지난해 증시 부진에도 증권사 경영 실적을 견인했던 IB 부문 강화에 주력해 경쟁력을 다지려는 모습이다. IB 수수료 수익 상위권을 기록하는 초대형 증권사들은 물론이고 중소형 증권사들에 이르기까지 IB 조직의 확대를 골자로 한 재정비가 이뤄졌다.

    한국투자증권은 IB 부서를 중심으로 조직 구조를 재편함으로써 업무 시너지 강화를 꾀하고 있다. 3개 본부로 분리된 IB본부 위에 이를 아우르는 통합관리 부서인 IB그룹을 둔다. 프로젝트파이낸싱(PF)본부와 대체투자본부를 함께 PF그룹으로 묶어 시너지를 이루겠다는 계획이다. NH투자증권도 해외·대체투자 부문을 강화함으로써 IB사업부의 내실을 기하고 있다. 신디케이션본부를 신설해 IB 사업부에 해외투자와 대체투자 부문의 전문화를 추진할 예정이다. 이와 함께 IB2 사업부 조직을 3본부 8개에서 3본부 10개로 확대 재편했다.

    KB증권은 IB부문 내 '리츠사업부', '리츠금융부', '해외대체투자1·2부' 등 4개 부서를 신설해 리츠를 비롯한 대체투자 역량 강화에 집중하는 모습이다. 신한금융투자도 글로벌투자금융(GIB) 그룹 내에 대체투자2본부를 신설하고 산하에 인프라금융부와 부동산금융부를 조직했다. 기업공개(IPO)2부를 신설해 기존 신디케이션팀을 부서로 승격시켰다.

    하나금융투자는 기존 IB그룹을 IB 1그룹과 2그룹으로 확대 개편했다. IB 1그룹은 은행과의 One IB 전략을 강화하고 IB 2그룹은 하나금융투자만의 투자금융과 대체투자 분야 경쟁력 강화에 집중한다. 유진투자증권은 IB본부를 IB 부문으로, 기존 IB본부 내 4개실을 각 본부로 승격시켰다. IB 부문 내 IB 사업추진팀과 대체투자팀 등 2개 팀도 신설했다. 또 하이투자증권은 IB 부문 경쟁력 강화 위해 ECM(주식자본시장)실 내 종합금융팀을 추가로 만들었다.

    인사에서도 IB 부문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메리츠종금증권은 40대의 젊은 피인 이세훈 전 IB 사업본부장과 여은석 전 프로젝트금융사업본부장을 부사장에 승진시켰다. 승진자 3명 중 2명이, 상무 승진자 3명 중 2명이 IB 부서 출신이다. 한국투자증권은 IB그룹 IB1본부 산하 기업금융1, 2부 부서장으로 1978년생인 김해광 이사, 1973년생 방한철 이사를 신규 선임했다. 미래에셋대우는 1972년생인 성주완 IB1부문 상무를 IPO 본부 사령탑으로 세웠다. 대신증권 40대인 박성준 IB 부문장과 권택현 PF 부문장을 전무로 승진시키켰다. 두 사람 모두 부문장을 맡은 지 2년 만에 초고속 승진으로, IB사업에 더욱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미래 변화에 대비"…디지털·글로벌 경쟁력 강화에도 '무게'

  • (좌측부터)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 (좌측부터)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 박정림·김성현 KB증권 대표

    증권사 대표들은 신년사에서 미래 변화에 대비하기 위해 변화와 혁신을 강조했다. 디지털 경쟁력 강화와 해외 시장 진출을 통한 경쟁력 확보를 통해서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대표는 "향후 10년을 바라볼 때 우리의 미래는 금융 수요층 변화에 대한 대응, 해외 사업 확대, 신규 수익원 확보에 달려 있다"면서 IT 본부를 중심으로 플랫폼 개발에 역량을 집중하도록 강조했다. 한국투자증권은 이번 조직개편에서 디지털전담 본부를 신설, 관련사업을 본격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또 정 대표는 "우리의 경쟁상대는 국내 증권사가 아니라 글로벌 IB라는 더 큰 시각을 가지고 선진 금융시장으로 나아가야 한다"면서 적극적인 해외사업 발전을 이뤄야 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이번 인사에서도 해외영업 개선을 이끈 송상엽 인도네시아법인장과 박원상 베트남법인장은 각각 부사장과 전무로 승진시키는 등 무게를 실어주고 있다.

    최현만 미래에셋대우 수석부회장은 "플랫폼 비즈니스의 중심인 '디지털금융'과', 'IT', WM영업의 종합선물세트인 '연금'은 다른 부문과 융합혁신을 통해 차별화된 새로운 가치와 솔루션을 만들어낼 수 있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전세계를 무대로 한 미래에셋의 글로벌 네트워크는 더욱 강력한 시너지를 창출할 것"이라면서 "해외법인 등 글로벌에서 발생하는 이익은 더욱 증가하고, 국내 다른 증권사와는 확실히 차별화된 경쟁력과 수익구조를 갖출 것"이라고 자신했다. 

    박정림, 김성현 KB증권 대표는 "올해는 디지털 기술 활용을 통한 비즈 경쟁력과 효율성 제고를 실효성 있게 추진해나가겠다"며 "디지털 기술은 고객의 금융 수요를 더욱 심도 있게 분석하고 더욱 편리한 서비스를 가능하게 하는 중요한 경쟁 요인인 만큼 그동안 축적해온 디지털 역량을 비즈별 업무 프로세스에 적용해 실질적인 비즈 경쟁력 강화로 이어지는 것에 초점을 두겠다"고 강조했다. 또한 "중장기 성장과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글로벌 매트릭스 체계의 정착 , 해외 네트워크 확장에 있어 반드시 의미 있는 성과를 만들어달라"고 직원들에게 당부했다.

    ◆무너진 신뢰…"'고객보호 체계 강화'로 회복"

    올해 증권사들은 해외금리 연계 파생결합상품(DLF·DLS)·라임자산운용 사태 등으로 추락한 업계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서도 역량을 집중하는 모습이다. 주요 증권사들은 올해부터 시행되는 '금융소비자 보호 모범규준' 조치에 따라 독립 소비자보호총괄책임자(CCO) 선임을 속속 완료했다. 업계 최초로 NH투자증권을 시작으로 하나금융투자와 미래에셋대우, 신한금융투자도 독립 CCO를 선임했다.

    하이투자증권과 유진투자증권은 내년도 직제 개편을 통해 소비자 보호를 위한 조직을 보강했다. 하이투자증권은 준법감시인 산하에 소비자보호팀을 신설했고, 유진투자증권은 준법감시인 조직을 준법감시본부로 개편하고, 본부 산하에 소비자보호팀을 새로 만들었다.

  • (좌측부터)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서명석·궈밍쩡 유안타증권 대표
    ▲ (좌측부터)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 서명석·궈밍쩡 유안타증권 대표
    대표 신년사에서도 업권의 신뢰 회복을 위한 노력이 강조됐다.

    정영채 NH투자증권 대표는 "지난 10년간 금융투자업은 자본과 리스크를 많이 사용하는 구조로 변화해왔지만 더 이상 이런 방식으로는 성장하기 어렵다. 지금까지와는 다른 새로운 성장 방식이 필요하다"면서 "저금리 환경과 길어진 노후에 대비해야 하는 고객들은 현명한 자산관리에 대한 고민이 더욱 깊어지고 있다. 저성장 국면에서 우리 기업들은 자본조달뿐만 아니라 사업구조 재편이나 신사업 개척과정에서 고민을 함께하고 딜을 만들어낼 수 있는 전략적인 파트너의 역할을 우리에게 기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서명석·궈밍쩡 유안타증권 대표는 "안정적인 성장을 지속하기 위해 고객 신뢰에 기반한 질적 성장이 한층 더 중요해질 것으로 보인다"면서 "최근 DLF 사태, 사모펀드 환매중단 조치 등으로 고객이 거래 금융기관을 선택함에 있어 '신뢰'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 될 것이다. 이는 해당 금융기관의 지속적인 성장의 밑바탕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