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최대 가전·IT 전시회 'CES 2020' 성료삼성, SK 등 5G 활용 다양한 서비스 선봬미디어, 모빌리티, AI, IoT 등 실생활로 스며들어5G 기술력 차이 없고, 인간 융합 메시지 부족 아쉬워
  • "둥둥." 경쾌한 음악과 함께 인공슈트를 입은 한 남자가 뛰기 시작한다. 남자가 지나가는 자리에는 도로가 펼쳐지고 빌딩이 세워진다. 달리던 남자는 손목의 버튼을 누르고 자동차를 호출한다. 하늘 위로 자율주행되는 자동차 안에서 남자는 아내와 AR 영상 통화를 하고, 홀로그램 영화를 감상하며 휴식을 만끽한다. 차의 뒷편에는 영화 '인셉션' 장면처럼 하나의 도시가 유기적인 생명체처럼 연결되며 창조를 거듭해 나간다.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나흘간 펼쳐진 CES 2020 행사가 성황리 마무리됐다. 올해도 어김없이 전 세계 IT 종사자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는 혁신적인 기술들이 전시장을 가득 메웠다. 특히 5세대 이동통신(5G)은 올해 CES를 하나로 관통할 키워드로 꼽혔다. 5G는 인공지능(AI)과 사물인터넷(IoT)을 비롯해 스마트홈, 자율주행차, 가상현실(VR), 증강현실(AR) 등 모든 차세대 핵심 기술과 연동돼 있었다.

    삼성전자의 경우 5G 기반의 차량 인포테인먼트 시스템 '디지털 콕핏 2020'을 선보이며 눈길을 끌었다. 디지털 콕핏 2020은 앞 좌석에 총 8개의 디스플레이를 탑재하고, 뒷좌석에는 탑승자 소유의 태블릿을 사용할 수 있도록 구성됐다. 얼굴 인식과 지문 인증으로 탑승자를 인식한 뒤 중앙 디스플레이에서는 맞춤형 엔터테인먼트와 주행 정보를 볼 수 있다.

    SK텔레콤은 5G 기반 모빌리티와 미디어 서비스를 공개했다. 스마트 디바이스로 진화 중인 자동차에 탑재될 차량용 인포테인먼트는 물론, '5G 모바일에지컴퓨팅(MEC)' 기술 등 5G를 이용한 다채로운 미디어 서비스로 관람객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통합 IVI', '차세대 단일 광자 라이다' 등 다양한 자율주행 기술 및 서비스들도 선보이며 호평을 받았다.

    현대자동차는 자동차 제조사 최초로 우버와 제휴해 미래형 플라잉 카의 모습을 제안했다. 시간당 최대 180km의 순항 속도로 약 100km까지 비행이 가능한 개인용 비행체 콘셉트인 'S-A1'의 실물을 공개한 것. S-A1은 조종사 포함 총 5명이 탑승할 수 있고, 활주로가 없어도 비행할 수 있는 eVTOL 기능으로 화제를 모았다.

    초고속, 초저지연, 초연결로 대표되는 5G가 TV·자동차와 연결되는 미래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분야가 전혀 다른 이종 업종과의 콜라보를 통해 융합의 기술을 구현하고 있는 것이다. AI와 IoT 분야에서도 5G라는 막강한 추진력을 활용해 우리 생활을 어떻게 바꿔 나갈지 보여주는 전시가 가득했다.

    삼성전자는 완벽한 인간의 모습을 한 인공인간 'AI 네온(NEON)'을 첫 공개했으며, LG전자는 음식 주문부터 설거지까지 직접하는 AI 로봇 서비스 'LG 클로이 다이닝 솔루션'을 선보였다. 미국의 스타트업 피크닉의 'AI 피자로봇', 소니의 AI 로봇 강아지 '아이보', 엘리펀트 로보틱스의 로봇 고양이 '마스' 등도 눈길을 끌었다.

    5G를 통해 냉장고, 세탁기, 거울, 공기 청정기 등 집안 구석구석의 기기가 하나로 연결되는 IoT 스마트홈도 CES를 뜨겁게 달궜다. SK매직의 '모션 공기청정기'는 미세먼지를 추적하는 스마트 센서와 모션 기술을 선보였으며, 카카오IX의 '카카오프렌즈 홈킷'은 앱과 실시간 연동시켜 스마트홈을 손쉽게 케어하는 장면을 시연했다.

    올해 CES에서 기업들은 5G를 통해 모든 것을 연결하고, 융합하는 미래상을 제시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지난해까지 5G 기술 상용화에 초점을 맞췄다면 올해 전시회는 5G 기술을 활용한 생활밀착형 서비스를 소개하는 부스들이 주를 이뤘다. 업종 간 장벽이 무너지고 경계가 사라지는 세상이 도래했다는 것이다. 

    CES에서 보여준 우리나라 기업들의 경쟁력에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지만, 다소 아쉬움도 공존했다. 낯설고 어려운 기술들이 인간의 삶에 친숙하게 다가오는 메시지를 이해하기에는 이질감이 들었기 때문이다. 5G에 대한 홍보 영상은 화려했음에 불구하고, 글로벌 기업과의 기술력의 차이를 보여주는 혁신적인 모델을 말하기에는 부족했다. 

    에릭슨은 글로벌 5G 가입자가 2025년에 26억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가트너는 세계 5G 인프라 매출이 작년 약 22억달러에서 올해 약 42억달러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5G 가입자 500만명에 육박하는 대한민국이 글로벌 5G 생태계 환경을 이끄는 플레이어가 되기 위해선 안주해서는 안된다. 내년 CES에서는 5G 세계 최초 상용화 국가에 걸맞는 선명한 미래상을 제시하길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