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준의 재계 프리즘] 연금사회주의 우려 확산삼성·대림·효성 타깃… 이사선임 반대 부추겨경영계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가 먼저 필요"
  • ▲ 참여연대가 지난 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방기 규탄 및 주주활동 촉구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 참여연대가 지난 5일 서울 프라자호텔에서 열린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회에서 ‘국민연금의 수탁자책임 방기 규탄 및 주주활동 촉구 피케팅’을 진행하고 있다.ⓒ연합뉴스

    국민연금 취지를 왜곡하고 그 위에 군림하려는 참여연대의 도 넘은 기업 옥죄기는 지양돼야 한다. 기업들이 가장 우려하는 연금 사회주의를 오히려 조장할 수 있어서다.

    국민연금의 취지(미션)는 지속가능한 연금과 복지서비스로 국민의 안정된 생활을 보장하는 것이다. 지속가능한 연금을 위해서는 투자를 통한 수익 창출이 뒷받침 돼야 한다. 그 상대가 기업일 경우에는 실적 개선으로 주가가 올라 차익 실현을 하거나 배당 수익을 올리는 방법 등이 대표적일 것이다.

    이러한 국민연금 취지는 점차 퇴색되고 있다.

    국민연금이 국내 상장사 중에 지분 5% 이상을 보유한 곳은 310여곳에 이른다. 이 중 56곳에 대해서는 투자목적을 단순투자에서 일반투자로 변경했다. 일반투자는 단순투자보다는 강하고 경영참여 목적보다는 약한 단계로, 지배구조 개선이나 배당, 임원 해임 청구권 등의 주주제안을 할 수 있다. 

    스튜어드십 코드(연기금과 기관투자자들이 수탁자로서 책임을 다하도록 기업의 의사결정에 적극 참여를 유도하는 자율 지침)가 기업들에 대한 과도한 경영간섭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얘기다.

    상황이 이렇다보니 참여연대 등 시민단체들이 이를 악용하고 있다.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을 향해 효성, 대림산업, 삼성물산 등에 적극적인 주주권 행사를 요구하고 있다.

    특히 효성 조현준 회장에 대해서는 재판이 진행 중임에도 3월 주총에서 이사선임 반대 등의 주주제안을 해야 한다고 국민연금을 압박하고 있는 것. 국민연금은 지주사인 (주)효성 지분을 9.97% 보유하고 있다.

    그러나 조현준 회장은 실적 개선과 주가 상승, 배당 등에서 국민연금 취지에 어긋나는 행보를 보이지 않았다.

    지난해 지주사 (주)효성을 비롯해 4개 사업회사(효성티앤씨,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효성중공업)의 영업이익은 3년만에 1조원(잠정 실적 기준)을 돌파했다. 어려운 경영환경 속에서도 실적 개선을 이뤘다.

    주가 역시 최근 1년 동안 약 10% 가량 올랐다. 올해 배당도 지난해 과징금 등으로 부담이 크지만 전년 수준인 5000원을 유지할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배당이 없었던 효성첨단소재나 효성중공업 등에서도 긍정적으로 검토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수탁자 입장에서 효성에 대해 적극적인 주주제안을 할 명분이 약하다는 것이다. 물론 최종 재판 결과에 따라 조 회장에게 법적 책임이 확정될 경우에는 얼마든지 국민연금이 목소리를 낼 수 있다.

    그럼에도 참여연대는 국민연금을 압박하며 새로운 권력이 되려고 한다. 이는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높은 상황에서 또 다른 논란을 초래할 수 있는 대목이다.  

    지난 6일 한국경제연구원, 한국경영자총협회, 한국중견기업연합회, 한국상장회사협의회, 코스닥협회 등 경제 5단체들은 여의도 전국경제인연합회 컨퍼런스센터에서 '국민연금 독립성 확보를 위한 지배구조 개선' 합동 세미나를 열었다.

    과도한 국민연금의 주주권 행사에 대한 우려를 경영계가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는 방증이다. 기업이나 오너들의 위법 및 불법행위는 관련법으로 처벌하면 되는데, 국민연금이 주주권으로 경영간섭을 하는 것은 정부가 권력을 이용해 기업을 길들이려는 발상이라는 주장이 핵심 골자다.

    참여연대는 더 이상 국민연금의 취지를 왜곡하고 악용하지 말아야 한다. 국민연금 역시 지나친 연금 사회주의에 대한 기업들의 우려와 고충을 이해하고 사려깊게 의사결정을 하길 바란다. 기업들도 빠르게 변해가는 사회적 트렌드와 국민 눈높이에 맞춘 준법경영 실천에 힘써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