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순이익 반토막… 올 실적도 '깜깜'미국-인니 투자 늘리고 합작사 시너지 강화 눈길M&A 등 스페셜티 강화 속 '모빌리티' 영역확장 만지작
  • 롯데케미칼 울산1공장. ⓒ연합뉴스
    ▲ 롯데케미칼 울산1공장. ⓒ연합뉴스

    롯데케미칼이 부진의 늪에 빠졌다. 지난해 실적은 물론, 올해 실적도 반등하기 쉽지 않다는 관측이 지배적이다. 녹록치 않은 업황 타개를 위해 롯데케미칼이 선택한 방법은 정공법. 투자를 지속 늘리는 한편, 안정적 수익처인 스페셜티 부문을 강화한다. 산업계의 핫이슈 '모빌리티'에도 관심을 드러내고 있다.

    18일 잠정실적 보고서 분석 결과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매출 15조1234억원, 영업이익 1조1076억원의 영업성적을 기록했다. 매출의 경우 전년 16조5450억원에 비해 8.59% 줄어들었으며 영업이익(1조9679억원)은 43.6% 급감했다.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나란히 하락하면서 영업이익률도 11.8%에서 7.32%로 낮아졌으며 순이익은 1조6419억원에서 7581억원으로 절반 이상 줄어들었다.

    영업이익·이익률·순이익 모두 국제유가 하락으로 실적 부진을 겪었던 2014년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2014년 영업이익은 3509억원이었으며 이익률은 2.36%, 순이익은 1436억원에 그쳤다.

    최근 들어 분기마다 전년대비 실적이 감소세를 보였던 만큼 어느 정도 예견된 실적이다. 영업이익과 순이익의 경우 2018년 3분기부터 하락세를 보였으며 매출액은 2018년 4분기부터 침체가 시작됐다.

    특히 지난해 2분기 이후 매출·영업이익·이익률·순이익 등 영업성적이 전분기대비로도 감소하면서 연간 실적 부진이 확대됐다.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글로벌 공급 증가 및 대외 불안정성에 따른 수요 위축 영향이 큰 한 해였다"며 "첨단소재사업 및 셰일가스를 기반으로 한 미국 공장의 안정적인 수익성을 확보하고, 정유사와의 합작을 통한 원료 다변화와 폴리카보네이트(PC), 산화에틸렌유도체(EOA) 등 생산설비 증설 등을 추진해 시장 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했다"고 설명했다.

    실적 전망도 아직은 어둡다. 금융투자업계 실적 전망 분석 결과 올해 매출액은 15조714억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0.34% 감소할 것으로 예상됐으며 영업이익도 23.4% 줄어든 8478억원에 그칠 것으로 나타났다.

    실적 부진은 내후년에야 가능할 것으로 증권가에서는 보고 있다. 내년 실적은 지난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부진의 늪에서 완연히 벗어나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것이 중론이다.

    롯데케미칼 역시 부진의 늪에서 단기간에 빠져나오기가 쉽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이 관계자는 "올해도 역내·외 증설물량 유입과 수요 위축으로 인한 대외 불확실성이 계속될 것"이라며 "2017년 정점을 찍고 내려오고 있는 석유화학 시황은 수급 상황을 감안할 때 2022~2023년 이후에나 반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 롯데케미칼 미 루이지애나공장. ⓒ롯데케미칼
    ▲ 롯데케미칼 미 루이지애나공장. ⓒ롯데케미칼

    롯데케미칼은 정공법을 택했다. 투자를 늘리는 동시에 고부가 스페셜티 사업 확대를 통해 안정적인 수익 창출에 나설 계획이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등 모빌리티사업으로 적잖은 관심을 두고 있다.

    일단 올해 미국, 인도네시아 등 해외사업에 속도를 낼 계획이다. 특히 미국 에탄크래커(ECC)사업의 경우 타 해외업체들과 달리 제 때 투자와 양산에 성공한 만큼 경쟁력 측면에서도 자신이 있다는 입장이다. 향후에는 미국 사업 비중을 전체의 25% 수준까지 지속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미국 ECC 부지 내 1조원 정도의 추가 투자를 계획 중"이라며 "현재 연산 에틸렌 40만톤 추가 증설 계획 등을 갖고 있는데, 구체적 시기와 제품 구성 등을 내부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2009년 셰일가스 생산이 늘면서 전 세계 많은 업체들이 ECC사업을 검토했지만, 결과적으로 예상됐던 에틸렌 물량 일부가 취소되거나 1년 이상 지연됐다"며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상업생산을 시작해 영업이익률 20% 이상의 수익성을 실현하고 있다. 앞으로도 원자재 다각화 및 시장다변화 등으로 경쟁력을 키워나갈 계획"이라고 덧붙였다.

    인도네시아에 추진 중인 대규모 석유화학단지 건설 프로젝트도 차질 없이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롯데케미칼 측은 "현재 인도네시아 프로젝트는 부지 조성 공사 및 EPC업체 물색 등 차질 없이 진행하고 있다"며 "대외변수 등을 고려해 프로젝트 방식을 구체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와 함께 스페셜티 업체 중심의 M&A도 지속 물색하겠다는 의지도 보였다. 최근 조직 개편을 통해 신설한 신사업 부문을 통해 기회를 엿보겠다는 계획이다.

    업계에서는 최근 업황 부진에도 14% 이상의 영업이익률을 지속 시현하고 있는 롯데정밀화학의 지분을 추가로 매입하는 것도 가능성이 있다는 관측도 제기된다. 현재 롯데케미칼이 보유한 롯데정밀화학 지분은 31.1%로 회계법상 관계기업으로 분류된다.

    업계 한 관계자는 "롯데정밀화학과 같은 스페셜티 제품들은 글로벌 시황에 비교적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며 "아예 새로운 회사를 인수하는 것보다 그룹 계열사인 롯데정밀화학을 합병해 스페셜티 사업영역을 넓힐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이와 관련, 롯데케미칼 관계자는 "현재 스페셜티 업체들을 대상으로 M&A를 검토하고 있다"며 "우리의 자원 역량을 활용할 수 있는 사업을 우선적으로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 2018년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들이 참가한 '차이나 플라스 2018' 당시 부스 조감도. ⓒ연합뉴스
    ▲ 2018년 롯데케미칼 등 롯데그룹 화학 계열사들이 참가한 '차이나 플라스 2018' 당시 부스 조감도. ⓒ연합뉴스

    모빌리티사업에도 관심을 보이고 있다. 현대자동차를 포함한 여러 글로벌 완성차 OEM업체들과 긴밀한 네트워크를 형성하고 있으며 협업을 가속화하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모빌리티사업에 대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기존 BP컴파운드사업 부문을 첨단소재사업 부문으로 옮기고,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 협업을 가속화해 첨단소재사업 부문을 글로벌 자동차 소재업체로 만들겠다"고 밝혔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중국 광저우에서 열린 아시아 최대 규모 플라스틱·고무 산업 박랍회 '차이나플라스'에 참가해 자동차 소재기업으로서의 정체성을 드러낸 바 있다. 당시 롯데케미칼은 롯데첨단소재, 롯데정밀화학 등 그룹 화학 계열사들과 기초소재 제품부터 자동차 경량화 제품, 2차전지 분리막 등 고부가가치 제품들을 전시했다.

    롯데케미칼 고위 관계자는 "첨단소재 부문의 경우 전기차 배터리업체와 연관될 수 있는 부분이 많아 시너지 가속화도 가능하다"며 "전 세계적으로 PP컴파운드와 BP컴파운드를 동시에 공급하는 소재업체가 제한적"이라고 말했다.

    이밖에 정유업계와의 시너지도 도모하고 있다.

    최근 공시를 통해 GS에너지와의 합작사 '롯데GS화학'에 최초 자본금 1632억원 납입을 완료하고 지분 51%를 확보했다고 밝혔다.

    합작사가 설립되면 연간 C4유분 21만톤, 비스페놀A(BPA) 20만톤을 생산해 연간 1조원의 매출과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을 거둘 것으로 예상된다. 롯데GS화학의 초대 대표이사는 롯데케미칼 기초소재사업 신규사업 부문장인 임동희 전무가 맡았다.

    롯데케미칼은 BPA를 합작사에서 공급받아 가격경쟁력을 높이고 기존 C4유분 제품사업도 '규모의 경제'가 가능해져 수익이 늘어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2014년 현대오일뱅크와 지분 40%와 60%를 각각 보유한 합작사인 현대케미칼을 설립해 원재료와 석유화학 제품 간의 밸류체인을 강화하는 등 최근 몇년간 합작을 통한 수익 개선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롯데케미칼 측은 "합작사는 원료 공급을 위해 신규로 투자했고, 인도네시아 신규 투자와 국내 공장 증설은 수요가 증가할 경우를 대비해 투자를 확대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시황이 안 좋아서 투자를 보류할 경우 나중에 시장이 좋아질 때 피해를 볼 수 있다"며 "올해처럼 시황이 극도로 안 좋으면 회사가 매물로 나오기도 하지만, 꾸준히 투자를 해왔다가 호황이 올 경우 규모의 경제로 밀어붙이면 돌아오는 수익이 훨씬 큰 만큼 전략적으로 투자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