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체국-농협 물량 확보 '0'…내달 2일 오후에나 공급 가능편의점 빠지고 납품단가 진통, 생산·유통업계 불만 가중추가생산여력 점점 떨어져…핵심재료 MB필터 재고 바닥
  • '코로나19(중국 우한 폐렴)'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 26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오후 3시에 들어오는 보건용 마스크를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안내판에는
    ▲ '코로나19(중국 우한 폐렴)' 확진자가 1,000명을 돌파한 26일 오후 서울의 한 대형마트에 시민들이 오후 3시에 들어오는 보건용 마스크를 사기 위해 대기하고 있다. 안내판에는 "꼭 필요한 고객들을 위해 1인당 구매수량을 제한 하며 1인당 구매는 10개까지 가능하다"는 문구가 적혀있다.ⓒ권창회 기자
    정부가 마스크 수급안정 조치를 단행했지만 판매처, 판매시기, 판매가격 모두가 혼선을 빚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26일 긴급 TF회의를 통해 국내 마스크 하루 생산량(1000만장 기준)중 50% 이상을 공적판매처에 출고하도록 의무화했다.

    김용범 기재부 제1차관은 "국민 안전 확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조치"라며 "특별관리지역, 저소득층·의료진 등 우선 배분순위 등을 종합 고려해 매주 마스크 배분계획을 수립·발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정부는 우선 확산세가 가장 큰 대구·경북 지역에 매일 100만장씩 총 500만장을 추가공급키로 했다. 또 의료기관 및 대구의사회 등에 하루 50만장씩 배정했다.

    나머지 350만장중 240만장은 전국 2만4000여개 약국에 공급한다. 110만장은 읍면지역 우체국 1400개소와 서울·경기지역을 제외한 농협 1900개소에 우선공급키로 했다. 서울·경기 농협이 제외된 것은 수도권에는 약국의 접근성이 지방에 비해 낫다는 판단 때문이다.
  • 정부는 이날 0시부터 생산된 마스크를 시중에 공급한다고 밝혔지만 판매처로 지정된 우체국과 농협에는 확보된 물량이 없었다.

    문의가 폭주하자 우체국은 "3월1일까지 납품예정인 40만장을 3월2일 오후부터 판매할 계획"이라고 홈페이지를 통해 밝혔다.

    우체국 관계자는 "정부조치가 발표됐지만 아직 생산업체와 계약이 이뤄지지 않은 상태"라며 "2일 오후부터 판매를 개시할 예정이지만 그 이전이라도 물량이 확보되면 앞당겨 공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정부의 긴급조치 발동에도 마스크 확보가 원활하지 않은 것은 생산·유통업자들과 협의과정에서 진통이 있었기 때문이다.

    갑작스러운 조치가 단행된데다 판매처 지정, 납품 단가 등을 두고 반발이 적지 않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편의점이 판매처에서 빠졌다. 전국 4만여개가 넘는 편의점은 이날 정부와 협의하기로 했었지만 회의 자체가 취소됐다. 편의점까지 공급할 물량 확보가 쉽지 않았기 때문으로 보인다.

    정부 관계자는 "협회를 통해 소통이 가능한 약국과는 달리 자영업자로 구성된 편의점업계와는 긴급한 논의가 어려웠을 것"이라고 전했다.

    판매가격도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정부는 공적판매처와 생산업자들 사이에서 단가를 조율중이지만 양측의 괴리가 상당히 큰 것으로 알려진다.

    업계 관계자는 "당장 장당 5000원에 내놔도 시중에서는 없어서 못파는데 1000원 안팎의 단가로 납품하라는건 쉽지 않은 결정"이라며 "국가적 비상사태라는건 알지만 지금도 버젓이 수십배 폭리를 취하며 판매하는 업자들이 있는 상황에서 정부가 무작정 생산업체의 희생만 강요해선 안된다"고 주장했다.
  • 더 큰 문제는 앞으로도 하루 1000만장씩 꾸준히 마스크를 생산할 여력이 있느냐는 점이다. 보건용 마스크의 핵심 재료인 멜트브라운(MB) 필터 재고가 바닥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조치에 울며겨자먹기로 단가를 낮춰 공적판매처와 계약한 업체들도 "언제까지 이 단가로 납품할 수 있을지 모르겠다"고 호소하고 있다.

    MB필터는 국내에서도 생산되긴 하지만 대부분은 중국산을 쓴다. kg당 단가가 국산은 2만원, 중국산은 1만6000원 가량으로 차이가 큰 탓이다.

    코로나19로 중국에서 들어오는 원자재 물량이 크게 감소했고 국내 생산량도 턱없이 부족한 상황은 향후 마스크 확보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당초 마스크 하루 생산량을 1200만장으로 잡았던 기재부가 막판 협상에서 1000만장으로 낮춰 발표한 것도 이 때문인 것으로 알려졌다.

    기재부는 "TF 정부합동점검반 등을 통해 판매가격과 판매수량 등을 수시로 점검할 예정"이라며 "권고가격보다 현격히 높은 가격으로 판매하거나 부정유통 행위에 대해서는 추가 공적공급을 하지 않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