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디스, 韓은행업 등급 '부정적' 전망코로나19 확산으로 기업 대출 수요↑ 3월 시중은행 원화대출 20조원 폭증
  • ▲ ⓒ뉴데일리
    ▲ ⓒ뉴데일리
    코로나19 여파로 인한 경제적 타격이 심각해지는 가운데 은행을 찾는 대출 행렬이 폭증하고 있다.

    은행들의 대출 압박이 거세지는 상황에서 이번 사태가 장기화할 경우 향후 은행 신용도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5대 시중은행의 원화대출 잔액은 3월 기준 1171조원으로 한 달 새 20조원 가까이 급증했다.

    2015년 9월 이후 5년 만에 최대 규모로 대출이 늘어난 것으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은 물론 대기업까지 대출 수요가 크게 확대됐다. 

    특히 대기업대출이 이례적으로 8조원 넘게 늘었다. 코로나19 여파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지면서 자금 확보에 비상이 걸리자 은행을 찾은 것으로 분석된다. 

    당장 이달 말 6조6000억원에 달하는 대규모 회사채 만기 물량이 쏟아질 상황에서 신규 회사채 발행 부담이 커진 기업들이 채권을 건너뛰고 은행 대출에 몰리고 있다. 

    가계대출 증가세도 만만치 않다. 코로나19로 생활이 어려워진 개인들의 생활자금 마련 수요가 늘면서 한 달 새 주택담보대출은 4조원 넘게, 마이너스통장 등을 포함한 신용대출은 2조원 넘게 불어났다.

    코로나19 여파로 증시가 급락하자 향후 상승을 기대하고 은행에서 빚을 내 주식투자 하는 개인투자자가 늘어난 것도 대출 증가 원인으로 지목된다. 실제 지난달 증시 대기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은 45조원을 웃돌며 최대치로 불어났고, 주식거래 활동계좌는 80만개 넘게 급증했다.

    은행권 관계자는 "그동안 은행들이 부실채권을 정리하기 위해 안간힘을 썼던 터라 코로나19로 대출영업에 위기감이 고조되고 있다"며 "순이자마진이 하락하는 상황에서 대출 급증으로 연체율 등 건전성 위험이 우려된다"고 전했다.

    코로나19가 은행에 즉각적으로 미치는 영향은 아직 제한적이지만 기업의 신용경색이 나타날 경우 실물경제 위기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아 낙관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실제 기업의 체감경기는 금융위기 이후 11년 만에 최악이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기업의 체감경기를 나타내는 전 산업 업황 기업경기실사지수(BSI)는 54로 2009년 1·2월(52) 이후 가장 낮다.

    이렇듯 코로나19 발발로 은행 영업환경이 악화하고 있어 향후 신용등급 하락을 우려하는 시각이 커지고 있다.

    국제 신용평가사 무디스는 한국 은행업에 대한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긍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부정적' 전망은 신용등급을 떨어뜨리기 위한 예비 단계다.

    무디스는 코로나19 확산으로 은행 대출 실적이 갈수록 더 큰 압박을 받는 가운데 2분기까지 현 사태가 종식되지 않으면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진단했다. 코로나19가 장기화하면 대출 부실화로 이어진다는 경고다.

    은행업뿐만 아니라 올해 신용등급을 낮췄거나 하향 검토 대상인 한국 대기업은 21곳에 달한다. 등급이 떨어지면 회사채 금리가 상승해 자금 조달 부담이 커지고, 등급 강등이 늘면 투자심리가 악화해 높은 등급의 기업도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