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그룹 영업익 68% 감소LG생활건강 사상 최대 분기 실적코로나19 장기화… 아모레 디지털·LG생활건강 M&A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각사 제공
    ▲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 차석용 LG생활건강 부회장ⓒ각사 제공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으로 'K뷰티' 양대산맥인 LG생활건강과 아모레퍼시픽이 1분기에도 희비가 엇갈렸다. 대내외 악재 속에서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역신장했지만 LG생활건강은 사상 최대 매출과 영업이익을 달성했다. 

    ◇ 아모레퍼시픽 '울고'·LG생활건강 '웃고' 

    아모레퍼시픽그룹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2793억원, 67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22.1%, 66.8% 줄었다고 28일 밝혔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도 41.9% 감소한 948억원을 기록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실적 악화의 주범은 주력 계열사인 아모레퍼시픽의 부진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309억원, 60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2%, 67% 감소했다. 국내 온라인 채널 매출이 80% 이상 증가했지만, 코로나19 영향으로 면세, 백화점, 로드숍 등 오프라인 채널 매출이 하락하며 영업이익 또한 감소했다고 회사는 설명했다.

    1분기 아모레퍼시픽의 국내사업 매출은 760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9%, 영업이익은 866억원으로 전년보다 33%나 감소했다. 성장의 핵심이었던 해외시장에서도 마찬가지다. 해외에서의 매출은 3739억원으로 전년 보다 28% 줄었고 적자전환했다. 특히 아시아 사업에서 전년 동기 대비 31% 감소한 3456억원을 기록했다.

    여기에 이니스프리, 에뛰드 등 로드숍 브랜드들의 저조한 성적표도 한몫했다. 이니스프리의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은 1074억원, 51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31%, 7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에뛰드 역시 매출은 346억으로 전년보다 31% 감소했고 29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반면 LG생활건강은 역대 최대 분기 실적을 기록했다. LG생활건강은 올해 1분기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8964억원, 3337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2%, 3.6% 증가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2342억원으로 전년 보다 3.7% 증가했다.

    실제로 LG생활건강은 차 부회장이 취임한 2005년 이후 매년 성장을 거듭했다. 당시 1조원이던 연매출은 8배 가까이 불어났다. 영업이익 역시 2005년부터 15년 연속 증가했다. 올해 1분기에도 성장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매출은 2005년 3분기 이후 58분기, 영업이익은 2005년 1분기 이후 60분기 증가세를 기록했다.

    럭셔리 화장품의 견고한 수요와 생활용품, 음료 사업 부문의 선전이 호실적 배경으로 꼽힌다. 실제 화장품 사업은 매출과 영업이익이 1조665억원, 221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각각 6.4%, 10% 감소했다. 지난 2월부터 본격화된 코로나19의 여파로 국내 및 해외 화장품 시장 내 주요 채널의 매출이 급감했고, 특히 중국인을 포함한 외국인 관광객의 현저한 감소로 면세점 채널이 큰 타격을 받았기 때문이라고 회사는 분석했다.

    반면 생활용품 사업의 매출과 영업이익은 4793억원, 653억원으로 전년 동기 각각 19.4%, 50.7% 증가했다. 음료 사업 역시 매출과 영업이익이 각각 5%, 43.9% 성장했다. 화장품 사업 부문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모두 줄었으나 생활용품과 음료 사업에서 상쇄한 셈이다. 
  • 코로나19'확산에 관광객 사라진 명동거리ⓒ뉴데일리DB
    ▲ 코로나19'확산에 관광객 사라진 명동거리ⓒ뉴데일리DB
    ◇문제는 2분기… 아모레·LG생활건강 전략은?

    문제는 코로나19 여파가 장기화하면서 화장품업계 악영향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는 점이다. 특히 지난달부터 코로나19가 세계적 대유행으로 번지면서 추가적으로 확산된 주요 사업지인 미국, 일본 사업은 2분기에 부진이 우려되고 있다.

    다만 최대 시장인 중국 각 지역 정부가 코로나19로 위축된 소비를 진작시키기 위한 정책을 내놓고 있어 고무적이란 평가다.

    조미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코로나19로 국내의 외부 활동이 아직 제한적이며, 아세안과 미국, 유럽 등은 3월부터 코로나19가 급속도로 확산돼 2분기에도 국내외 실적 불확실성은 지속될 전망"이라며 "다만 중국 현지 소비 및 영업 환경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점은 긍정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2분기 이후 저수익 오프라인 점포 축소 및 디지털 채널 마케팅 강화 등의 구조조정이 빠른 속도로 진행된다면 코로나19 사태로 타격을 입은 실적 회복 뿐 아니라, 기업 가치 재평가가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이에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디지털 사업을 가속화한다. 실적의 발목을 잡던 로드숍 아리따움이 1000개 미만으로 줄며 자연 구조조정이 이뤄지고 있고 디지털 사업으로의 빠른 전환과 온라인 고성장이 나타나서다.

    실제 올해 1분기 중국 티몰에서의 다양한 브랜드 활동을 통해 온라인 매출이 50% 성장했다. 북미 시장에서는 멀티브랜드숍과 온라인 채널에서의 라네즈, 이니스프리의 성장이 두드러지는 모습을 보였다.

    이를 위해 올해의 중점 사업추진 사항으로 독보적인 브랜드 지위 구축, 차별화되고 개인화된 고객 경험 선사, 온·오프라인의 경계를 뛰어넘는 전사적 디지털화를 제시했다. 

    아모레퍼시픽그룹 관계자는 "코로나19 영향에도 불구하고 디지털 채널에서의 경쟁력 확보 및 성장의 기반을 마련했다"며 "해외 시장에서의 채널 포트폴리오를 다변화하고, 맞춤형 화장품 기술 개발, 국내외 디지털 체질 개선 등을 통해 연내 실적 개선의 교두보를 마련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LG생활건강은 기존 사업에 올인하는 것이 아니라 알짜배기 브랜드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섰다. 올해 2월 더마 화장품 브랜드 피지오겔의 아시아 및 북미 사업권을 인수하는 계약을 체결했다. 2007년 M&A 행렬이 시작된 이후 24번째이며 2014년 CNP(차앤박) 코스메틱스 인수에 이은 6번째 더마 화장품이다.

    앞서 미국 생활용품업체 에이본을 인수해 시장 확대 인프라를 확보하기도 했다. 이를 통해 자체 유통망은 물론 H&B 스토어를 통해 인수한 피지오겔은 물론 자사 브랜드를 선보인다는 계획이다.

    차석용 부회장이 지난달 열린 주주총회에서 "올해는 경기 불확실성이 매우 높아진 상황 가운데 그 어느 때보다 불투명하고 변화를 예측하기 어렵다"며 하지만 모든 구성원이 어떠한 난관도 뚫고 나간다는 각오를 가지고 의미 있는 한 해를 만들어가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