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직률 0.6%… "쓸데 없는 돈만 낼까 걱정"의무화 10년 '산재보험' 가입률 여전히 30%대근로자성 여전히 쟁점… 다양한 의견 수렴 필요
  • ▲ 택배기사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연관 없음) ⓒ 뉴데일리 DB
    ▲ 택배기사 자료사진 (기사 내용과 연관 없음) ⓒ 뉴데일리 DB

    ‘전 국민 고용보험’을 접한 택배업계가 혼란에 빠졌다. 배송기사의 일방적 해고를 막기 위한 대책이라지만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다. 현장은 “정부가 택배업을 잘 모르는 것 같다”는 반응이 다수다.

    정부는 내년 중 택배, 대리기사 등 9개 특수형태 직종에도 고용보험을 적용할 계획이다. 대상은 약 77만 명으로 추산된다. 올해는 5만여 명의 예술인에게만 우선 적용한다.

    CJ대한통운, 한진 등 주요 택배사에 근무 중인 배송기사는 26일 기준 5만 명이다. 현재 이들은 산재보험에만 가입할 수 있다. 지난 2008년 산재보험 의무 대상으로 전환됐으며, 지난해 가입률은 36.3%다.

    정부는 10여 년 전 특고직(특수형태고용직) 근무환경 개선을 위해 산재보험을 의무화했다. 질병, 사고보상 차원임에도 가입률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친다. 보험료 납부를 꺼리는 일부 기사의 경우 가입 후 ‘자진 배제신청’을 내기도 한다.  

    고용보험은 사업주(主)의 일방적인 해고와 부도 등에 대비하는 제도다. 적용 대상은 노동법이 정하는 ‘근로자’다. 고용주와 피고용인 간 관계 성립이 명확해야 한다는 뜻이다. 주요 보장인 실업급여는 ‘근로자가 의도하지 않은 실직’에만 지급한다.

    택배기사를 포함한 특고직은 대부분 개인사업자다. 사업자 대 사업자로 대리점 등과 계약한다. 기사 별로 계약 조건이 다르며, 일반 근로자와 세금 체계도 다르다. 근무지, 처리 물량 등에 따라 소득 수준도 천차만별이다. 

    국회 환경노동위원회는 특고직의 비(非)자발적 이직률을 5.5%로 집계했다. 고용보험이 지원하는 ‘원하지 않는 실직’이 많지 않다는 이야기다. 통상 특고직은 소득·수수료율 등 유리한 조건을 제시하는 회사가 나타날 때 비교적 쉽게 소속을 바꾼다.

  • ▲ 택배기사 계약 구조 ⓒ 뉴데일리 DB
    ▲ 택배기사 계약 구조 ⓒ 뉴데일리 DB

    택배기사 자체 이직률은 더 낮은 편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 2017년 소속 기사 이직률을 0.6%로 집계했다. 같은 기간 사무직 이직률은 7%였다. 통상 업계는 신입 기사 적응 기간을 1년으로 본다. 입사 후 1년을 버티면 대부분이 10년 이상 장기 근무하는 구조다.

    업계 관계자는 “근무지, 물량에 따라 기사별 소득 차가 큰 데다 계약 조건이 모두 달라 보험료 기준 마련조차 어려울 것”이라며 “재해, 사고 보상을 위한 산재보험도 10년째 가입률이 낮은데 모호한 개념의 고용보험을 누가 반기겠느냐”고 우려했다.

    이어 “10년 전 산재보험 의무화 때 고용보험도 논의 대상이었지만 실효성 문제로 도입이 무산됐다”면서 “현장에서는 실직, 이직 상황이 근로자와 달라 필요 없는 보험료만 늘어난다는 의견이 다수다. 정부가 택배업에 대한 이해가 부족해 이런 정책을 펴는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학계의 우려도 상당하다. 효용성 평가 없는 무차별적 정책 추진이 자칫 큰 부작용을 낳을 수 있다는 비판이다. 9개 특고직별 근로자성 성립 여부, 업계 의견 청취 등 다양한 차원의 검토가 먼저라는 지적도 이어졌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교수는 “종사자 본인조차 필요성을 못 느끼는데 정부는 어떤 근거로 이 같은 정책을 마련하느냐”며 “효율성 평가, 의견수렴 없는 쓸어담기식 정책 추진은 지나친 사회주의적 발상”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