닛산 연말 완전 철수… AS는 2028년까지불매운동에 코로나 겹쳐 '최악 판매'지난해 19% 감소, 올 1~4월 50~60% 줄어
  • 닛산 알티마.ⓒ한국닛산
    ▲ 닛산 알티마.ⓒ한국닛산

    닛산의 갑작스러운 한국시장 철수로 토요타와 혼다 등 국내에 진출한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입지도 흔들릴 것이란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29일 KAIDA 등 수입차업계에 따르면 닛산 브랜드의 철수가 향후 다른 일본차는 물론 국내 수입차 시장의 판도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지난 28일 불매운동과 코로나19 직격탄을 맞은 일본 자동차 브랜드 닛산이 2004년 진출 이후 16년만에 한국시장에서 철수하기로 결정했다. 스바루, 미쓰비시에 이어 세번째 일본 자동차 브랜드의 국내 철수이다. 

    2019년 7월 일본의 수출규제가 시작되면서 국내에서는 일본제품의 불매운동이 시작됐다. 일본 수입차들의 판매에도 불똥이 튀었다.

    국내에 진출한 일본 수입차 브랜드는 한국토요타에서 판매하는 토요타, 렉서스가 있다. 한국닛산에서 판매하는 닛산, 인피니티를 비롯해 혼다코리아의 혼다 등 총 5가지 브랜드이다.

    지난해 일본차들은 국내에서 3만6661대가 판매됐으며, 이는 전년대비 19.0% 감소한 수치다. 수입차 전체 판매가 전년대비 6.1% 감소한 것에 비하면 현저한 차이다.

    구체적으로 이번에 철수를 결정한 한국닛산은 지난해 닛산과 인피니티를 합쳐 5049대를 판매했다. 전년대비 29.8% 감소한 실적이다. 닛산의 경우 지난해 5,6,7월에 200여대를 판매하다가 불매운동이 시작된 8월 58대에 이어 9월에는 46대로 급감했다. 인피니티도 같은 기간에 절반 이상 판매량이 줄었다.

    올 들어서는 코로나19라는 악재까지 겹치면서 실적 악화를 부추겼다. 올해 1~4월  닛산 판매는 813대로, 전년 동기 대비 41.3% 감소했다. 인피니티도 159대를 판매하는데 그쳐 지난해 같은기간에 비해 79.1% 급감했다.

    결국 상황이 장기화되다보니 일본 본사에서 고심 끝에 한국시장 철수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비단 닛산과 인피니티 뿐 아니라 다른 일본차 브랜드도 비슷한 상황이었다.

    지난해 한국토요타(토요타, 렉서스 포함) 전체 판매는 2만2852대로 전년 대비 24.2% 감소했다. 혼다는 그나마 선방을 했다. 지난해 8760대를 판매해 전년 대비 10.1% 증가했다. 상반기에 판매를 많이 끌어올렸고, 하반기 수출 규제 이후에는 타격을 받았지만 연말에 파격적인 프로모션으로 이를 만회했기 때문이다. 

    올 들어서 1~4월까지 토요타는 1654대를 판매하는데 그쳐, 전년대비 54.9% 감소했다. 렉서스도 1856대로 전년대비 67.1% 줄었다. 혼다 역시 1154대로 전년대비 68.6% 감소했다. 불매운동에 이어 코로나19가 내수 시장을 강타한 탓이다.

    같은 기간 수입차 전체 판매가 전년대비 10.3% 증가한 것에 비하면 일본차들의 부진은 눈에 띈다.

    그동안 한일간 정치적 갈등이 생길 때마다 일본 자동차에 대한 불매 운동이 있긴 했지만, 이번처럼 장기화되고 치명적인 영향을 끼친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이에 따라 국내에 진출한 토요타, 렉서스, 혼다 등 다른 일본 브랜드에 대한 추가적인 철수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국내시장에서 지속 가능한 판매가 이뤄질 수 없다고 판단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한일 갈등은 개별 기업들이 관여하거나 해결할 수 없는 복잡 미묘한 것으로, 일본 자동차 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일본 자동차 브랜드 역시 닛산 철수에 대해 조심스럽다는 반응이다. 다만 기존 한국시장에 대한 영업활동에는 변함 없다는 입장이다. 철수 가능성은 전혀 계획이 없다는 것.

    한국토요타 관계자는 “어렵고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기존처럼 한국시장에서 고객만족을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며 “예정된 행사 및 판매, 마케팅 활동도 차질없이 진행하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혼다코리아 관계자도 “모든 기업들이 어려운 상황이지만, 임직원들이 힘을 합쳐 위기극복에 나설 것”이라며 “고객 최우선 가치를 실현하기 위해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에서는 닛산 철수로 수입차 시장에 어떤 변화가 있을지 예의주시하는 모습이다.

    업계 관계자는 “닛산이 국내에서 철수한다고 하니 안타깝다”며 “향후 국내 수입차시장에서 일본차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질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BMW와 벤츠 등 잘나가는 독일차들도 각각 악재 이슈들이 있어 시장이 어떤식으로 재편될지는 더 지켜봐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