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공업 자연적 구조조정 단계"대한항공 '원톱' 유력… 2~3년 뒤 M&A 가능성아시아나 '매각' 변수… 무산 후폭풍 가늠 어려워
  • ▲ 코로나19 여파로 세워진 항공기들 ⓒ 연합뉴스
    ▲ 코로나19 여파로 세워진 항공기들 ⓒ 연합뉴스

    코로나19 여파로 산업계 전반이 요동치고 있는 가운데  국내 항공업계의 생태계가 송두리째 바뀔 전망이다. 여객·매출 감소 타격에 글로벌 환경변화까지 불가피해  대대적인 재편이 이어질 것이라는 예측이다.

    국내 항공시장은 대한항공, 아시아나항공 2개 대형항공사(FSC)와 7개 저비용항공사(LCC)로 구성돼있다. 이전 부터 공급과잉이라는 우려가 일었고 코로나 후폭풍에 너나없이 경영난에 직면해 있다.

    10여 년 전부터 진입장벽을 낮추면서 신생사들이 우후죽순격으로 생겨났다.  코로나 직격탄을 맞으면서 업종 전체가 ‘규제 완화→사업자 증가'를 지나 '과당경쟁→자연적 구조조정→소수업체 과점' 단계로 향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현재는 ‘자연적 구조조정’ 단계로 업체 간 인수합병, 통폐합이 발생할 수 밖에 없고 코로나19가 시기를 앞당겼다는 풀이다.

    다음단계는 소수 업체 중심의 ‘과점’으로 앞서 미국 등은 80~90년대에 이미 똑같은 과정을 겪었다. 당시 미국에서는 100여 곳의 항공사가 창업과 폐업을 반복하는 시장 재편이 일어났다.

    1위 항공사 대한항공은 코로나19 이후에도 생존이 전망된다. 오랜 업력과 우수한 인프라를 갖춘데다 정부 차원의 지원이 이뤄지고 있기 때문이다. 산은이 지원할 1조2000억 외 40조 규모의 기간산업안정기금 추가 수혜도 유력하다.

    자연스레 국내 ‘항공업 과점’의 주축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코로나 종식 후 2~3년 내 시장이 안정되면 하위권 항공사를 사들일 가능성도 있다.

    2위 아시아나항공은 변수가 크다. 진행 중인 HDC현대산업개발로의 매각 성사여부가 관전 포인트다. 매각 성사 시 사업 유지가 가능하지만, 무산될 경우 아시아나의 관계사와 자회사인 에어부산, 에어서울까지도 상황이 어려워진다.

  • ◇ 매각 성사되면…

    아시아나 입장에서는 HDC로의 매각이 가장 편하다. 코로나19 변수로 인해 딜 무산 시 새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이다. 매각이 성사될 경우 아시아나가 100% 지분을 가진 에어서울도 무난한 흡수가 전망된다.

    에어부산은 상황이 조금 다르다. 아시아나의 에어부산 지분율은 약 44%다. 지주사 체제의 HDC는 아시아나를 손자회사로, 에어부산은 증손회사로 편입하게 된다. 공정거래법은 인수합병 시 지주사가 증손회사 지분 100%를 2년 내 모두 보유하도록 규정한다.

    현 상황에서 나머지 지분을 모두 사들이는 것은 부담이다. 재매각을 시도한대도 성사를 확신할 수 없다. 시장 환경이 어려운 데다, 지분율 44%만으론 인수자의 경영권 행사에 제약이 있다.

    HDC의 추가 지분 인수도 쉽지만은 않다. 다수의 부산 상공인들에게 나뉘어 있는 지분 구조상 반대 여론이 거셀 수 있다.

  • ▲ ⓒ 아시아나항공
    ▲ ⓒ 아시아나항공

    ◇ 매각 무산되면…

    무산될 경우 이후 전망은 시계제로다.  산업은행 주도의 재매각 가능성이 크지만 새 인수자를 찾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최악의 경우 한동안 산은이 직접 끌어안아야 한다. 산은이 대주주로 참여하는 국영항공사으로 전환도 점쳐진다.

    항공사는 전문성과 경영 노하우가 매우 중요하다. 정부가 항공사 경영에 참여해 성공한 사례는 전 세계 어느 곳에도 없다. 상황 장기화 땐 앞선 대우조선해양 사례처럼 회사 근간이 흔들릴 수 있다는 우려도 상당하다.

    산은도 이 같은 상황을 염려하는 분위기다. 최근에는 HDC 측에 구주 가격 인하, 유상증자 일정 연기 등의 당근책을 제시한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는 인수가 조정, 이후 경영자금 지원 등 산은 측 추가 대책이 거래 흐름을 결정할 수 있다고 평가한다.

    허희영 한국항공대 교수는 “대형항공사의 경우 유럽과 미국 등 장거리 취항국 안정세에 따라 수요가 회복될 것”이라며 “현재 진행 중인 아시아나 매각 결과에 따른 판도변화도 예상된다. 최근에는 코로나19 장기화로 불확실성이 커졌으며, 이 경우 후폭풍이 상당할 것”이라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