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 첫 5G 상용화 1년만의 기록품질 및 속도논란 여전... 5G 아닌 LTE 시대 전락5G 도입 시기상조, 설비투자 지연 및 인빌딩 커버리지 구축 역부족
  • '승패(勝敗)'를 결정짓는 핵심은 '적시(適時)'에 있다. 조선 선조 30년(1597년) 이순신 장군이 명량해전에서 12척의 전선으로 133척의 왜선을 물리친 것도 적절한 때에 '울돌목' 해협으로 끌어들였기 때문이다. 중국 삼국시대 촉한의 지략가 제갈량도 적벽대전에서 남동풍이 부는 '타이밍(timing)'에 맞춰 조조의 100만대군을 궤멸시켰다.

    대한민국 5세대(5G) 이동통신 서비스 가입자가 600만명을 넘어섰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4월말 기준 국내 5G 가입자는 633만 9917명으로 집계됐다. 지난해 4월 3일 전 세계 최초로 5G 서비스를 상용화한지 1년만의 성과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악재를 이겨내며 5G 서비스 가입자는 연내 1000만명 돌파를 목전에 두고 있다.

    '세계 첫 5G 상용화' 국가답게 가입자가 늘고 있는 점은 축하할만한 일이지만, 뒷맛이 영 개운치가 않다. 5G 서비스 품질 논란이 여전하기 때문이다. 대다수의 이용자들은 5G를 체감하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통신분쟁조정위에 지난 1년간 280건의 분쟁 조정 신청 가운데 20%(56건)가 "5G 품질이 좋지 않다"는 소비자 민원이었다.

    속도 논란도 여전하다. 영국의 무선통신서비스 시장조사기관인 오픈시그널이 올해 1∼4월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한국의 5G 접속 속도가 평균 224Mbps(초당 메가비트)로 파악됐다. 이는 미국 버라이즌(506Mbps) 절반에도 미치지 않는 수준이다. 평균 5G 접속시간은 하루 24시간 중 3.4시간가량(약 15%)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KTOA)는 해당 조사 결과는 버라이즌의 접속 가용성(하루 중에 5G 접속 시간 비율)이 0.5%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이는 한국 이동통신 3사의 30분의 1 수준이다. 오픈시그널이 국내 5G 속도를 해외에서 측정한 점도 무시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대다수의 5G 이용자들은 서비스에 불만의 목소리를 높인다. 각종 커뮤니티와 SNS 등에서는 실내에서 5G가 아닌 4세대 이동통신인 롱텀에볼루션(LTE)으로 접속된다는 민원이 끊이질 않는다. 참여연대는 이통 3사가 5G 관련 허위·과장 광고로 표시광고법을 위반하다고 비판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과기정통부와 이통 3사는 2018년 9월 5G 전파를 12월 1일 송출하는 데 합의했다. 통상 장비선정 후 전파 송출 개시까지 3~4개월이 걸리는 점을 감안했을 때 빠듯한 일정이었다. 하지만 '5G 세계 최초' 타이틀을 따는게 우선순위였다. 성급함은 5G 설비투자 지연으로 이어졌고, 5G 인빌딩 커버리지 목표치 절반도 못채우고 있는 실정이다.

    5G 서비스는 4차 산업혁명 시대 미래성장동력의 핵심 기술이다. 5G 상용화에 미국과 중국 등 전세계가 열을 올리고 있는 이유다. 다만 이들 국가가 상용화에 서두르지 않았다는 점을 눈여겨봐야 한다. '5G 첫 신호탄'을 쏘아올리는 데 주안점을 둔 우리나라와 달리 안정적이고 확실한 '타이밍'을 노리고 있던것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