철도전문가 무리라는데… 국토부 "내년 말 착공 가시화"적정성검토 진행중… 1년 걸리던 기본계획 5개월로 단축조달청-용역계약·환경부-영향평가 등 사전협의 봇물"어느 부처 때문에 늦어졌단 말 안돼"… 관련부처 총력전
  • ▲ 남북 철도 연결.ⓒ연합뉴스
    ▲ 남북 철도 연결.ⓒ연합뉴스

    북한이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하고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친동생인 김여정 노동당 제1부부장이 연이어 원색적인 비난을 쏟아내면서 남북 관계가 급속히 얼어붙고 있지만 우리 정부는 '한반도 뉴딜'이라며 의미를 부여한 동해북부선 복원에 박차를 가하는 모습이다.

    내년말 착공은 무리라는 전문가들의 의견이 지배적인 가운데 정부는 관련 부처가 모두 달려들어 목표 달성에 매진하고 있다.

    북한은 지난 16일 개성 남북공동연락사무소를 폭파했다. 17일에도 남측을 비난하는 담화를 쏟아내며 군 총참모부가 9·19남북군사합의 파기를 시사했다. 북 인민군 총참모부는 이날 대변인 발표문을 통해 금강산관광지구와 개성공업지구, 비무장지대(DMZ) 내 감시초소(GP)에 군부대를 재주둔시키고 서해상 군사훈련도 부활하겠다고 예고했다. 이는 사실상 남북관계를 2000년 6·15남북정상회담 이전으로 되돌리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청와대도 이례적으로 응수하고 나섰다. 그동안 북측의 비난에 무대응으로 일관하던 것과 달리 김 부부장의 비난에 "무례한 어조", "몰상식한 행위"라는 표현을 쓰며 비판했다.

  • ▲ 동해북부선 옛 터널.ⓒ연합뉴스
    ▲ 동해북부선 옛 터널.ⓒ연합뉴스

    남북관계가 급랭하고 있지만, 다른 한편에선 남북 경제협력의 물꼬를 트기 위한 작업이 속도를 내고 있다. 53년 만에 복원을 추진하는 동해북부선이 대표적이다.

    국토교통부와 통일부는 지난 4월27일 4·27 판문점선언 2주년을 맞아 강원도 고성군 제진역에서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을 열었다. 국토부에 따르면 현재 동해북부선의 끊긴 강릉~제진 구간 복원을 위해 사업계획적정성 검토가 진행 중이다. 오는 8~9월쯤 결과가 나올 전망이다. 검토는 한국개발연구원(KDI)이 맡았다. 국토부는 적정성 검토에서 총사업비가 확정되면 서둘러 기본계획 수립에 나설 방침이다. 국토부는 강릉~제진 구간 복원에 2조8520억원의 사업비를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철도전문가들은 내년 말 착공은 무리라는 견해다. 한 철도전문가는 "동해북부선이 강릉·속초 등 4개 지방자치단체를 지나는 데 과거 철도청 시절에 노반을 매각해 토지 수용이 말처럼 쉽지 않을 것"이라며 "역 위치, 도심 통과 부분, 지하화나 입체화 등 지역사회와 협의해야 할 게 한둘이 아니다.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했다.

    그는 "예비타당성 조사(예타)가 면제됐더라도 기본계획 수립부터 기본·실시설계까지 1년 반 만에 진행하는 것은 무리"라며 "단순히 기존 노선을 복원하는 게 아니라 선형을 다시 설계하고 건설해야 하므로 시간이 오래 걸린다"고 부연했다. 기차가 과거보다 무거워진 만큼 동해북부선 선형이 바닷가 연약지반을 피해 안쪽 산악지대로 들어오게 설계할 수밖에 없고, 이 경우 인접 마을이나 토지, 역 신설 요청 등의 문제로 지자체와의 협의가 길어질 공산이 크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국토부는 내년 말 착공 방침에 변함이 없다. 무리라는 것은 알지만, 전 부처가 달려들어 관련 행정절차를 단축하고 있는 만큼 불가능한 목표는 아니라는 태도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내년 말 착공이 말처럼 쉽지 않은 것은 맞다. 동해북부선 개통이 2027년 목표인데 이것도 여러 변수가 생길 수 있어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면서 "다만 관련 부처들이 사업 추진에 적극 협력하는 만큼 올해 안에 기본계획을 세워 내년 말 착공하는 것이 가시화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토부 설명을 종합하면 정부는 동해북부선 복원을 위해 행정력을 모으고 있다. 부처 칸막이라는 말이 무색할 정도다. 국토부 관계자는 "사전 협의를 엄청 많이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특히 환경영향평가가 사업 추진에 복병이 될 수 있는 만큼 환경부와 협력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강원지역 지자체와도 사전협의를 진행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토부는 기본계획도 5개월 안에 끝마친다는 구상이다.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타당성 조사에 보통 1년쯤이 걸린다. 국토부 관계자는 "아직 사업계획적정성 검토가 끝나지 않았지만, 기본계획 수립을 위한 계약은 이미 조달청에 나가 있다"면서 "보통 용역발주에서 계약까지 2달 반이 걸리는데 적정성 검토가 마무리되면 바로 진행할 수 있게 사전준비를 하고 있다"고 부연했다.

    현재 진행 중인 KDI의 사업적정성 검토도 통상적인 경우보다 한 달쯤 기간 단축이 이뤄졌다. 국토부 관계자는 "보통 기획재정부가 KDI에 의뢰해 담당연구자가 지정될 때까지 한 달쯤 걸린다"면서 "이번엔(동해북부선은) 기재부 요청으로 단 하루 만에 담당자가 결정됐다"고 전했다.

  • ▲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국토부
    ▲ 동해북부선 추진 기념식.ⓒ국토부
    일각에선 이 사업이 지극히 정치적이다 보니 각 부처가 청와대 눈치를 보고 경쟁하듯 나선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통일부가 동해북부선을 '한반도 뉴딜'이라 부르며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착공하겠다고 밝힌 것부터가 정치적 계산이 깔린 포석이란 견해다.

    여기에 지난 총선에서 더불어민주당이 177석을 쥔 슈퍼여당이 되면서 조기 레임덕을 걱정하던 문 대통령의 후반기 국정운영에 힘이 실린 것도 부처가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는 배경이란 분석이 나온다. 익명을 요구한 세종관가 한 공무원은 "(동해북부선은) 예타까지 면제하며 전 부처가 협력하기로 한 사업"이라면서 "(부처로선) 어느 부처 때문에 사업이 발목을 잡혔다는 소리가 들리면 안 되지 않느냐"고 분위기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