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4년 제일모직 소재부문 통합 창립기념일 변경디스플레이→에너지·소재 기업 탈바꿈초격차 기술 기반 10년만에 글로벌 소형전지 1위 쾌거올해 100년 기업 향한 발판… "존경받는 기업 거듭나자"
  • 지난 1970년 4월 23일 고 이병철 선대회장과 일본 NEC 의 고바야시 사장이 울산사업장(당시 가천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삼성SDI
    ▲ 지난 1970년 4월 23일 고 이병철 선대회장과 일본 NEC 의 고바야시 사장이 울산사업장(당시 가천공장) 건설 현장을 방문한 모습.ⓒ삼성SDI
    국내 대표 배터리 제조 업체 삼성SDI가 창립 50주년을 맞았다. 

    삼성SDI는 불모지에 가까웠던 2차전지 사업을 영위하며 명실상부 글로벌 에너지·소재 기업으로 성장했다.  

    지난해에는 창립 이래 처음으로 매출 10조원을 돌파하며 '10조 클럽'에 가입하기도 했다. 삼성SDI는 차별화된 기술 경쟁력 확보를 지속 추진하며 올해를 100년 기업의 토대로 삼겠다는 전략이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SDI는 이날 오전 용인 본사에서 창립 50주년 기념식을 진행한다. 

    행사에는 전 사장과 주요 임원들, 장기근속 시상자 등이 참석할 예정이다. 코로나19 사태가 지속되고 있는 만큼 최대한 조용히 치를 예정이다. 

    당초 창립기념일은 지난 1970년 삼성-NEC주식회사 출범한 날인 1월 20일이었지만 진공관 마운트의 첫 생산일을 기념해 지난 1985년 5월 16일로 변경됐다. 그러다 지난 2014년 제일모직 소재 부문과 의 통합에 따라 2015년부터 7월 1일을 창립기념일로 지정하고 있다. 

    삼성SDI가 지금의 글로벌 배터리 선도 업체로 성장하기까지는 우여곡절이 많았다. 

    삼성SDI의 전신은 삼성-NEC주식회사다. 회사 출범 7개월만인 1970년 7월 23일 국내 최초로 진공관 생산이라는 쾌거를 이루며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진공관은 생산 초기 수율 문제로 곤혹을 치르기도 했지만 모든 공정에 표준을 정해 불량의 원인과 해결 방법을 찾은 결과 1년 10개월만에 월 100만개 생산을 돌파했고 1970년 말에는 연간 매출액도 12억원을 넘어섰다.

    새로운 먹거리를 찾던 '삼성-NEC'는 흑백브라운관으로 눈을 돌렸다. 우리나라가 현재 디스플레이 최강국으로 오르기까지 험난했던 여정의 첫 걸음을 본격적으로 알린 것이다. 

    이에 지난 1970년 10월 3억여원을 투자해 흑백브라운관 공장 건설에 착수, 12월 5일 첫 생산에 성공한다. 이어 삼성-NEC는 NEC 와의 협상을 통해 영업권과 부품·재료·설비 구매의 독자적 조달권 등을 확보하고 '삼성전관공업주식회사'로 사명을 변경했다. 

    1975년 1월 20일 국내 최초로 개발에 성공한 '이코노(Econo) 브라운관'은 순간수상방식의 브라운관으로 절전효과가 탁월하고 기존
    제품보다 수명이 두 배 이상 길었다. 예열시 전압 변동에 의한 히터 단선의 위험부담도 없는 획기적인 제품이었다. 

    삼성전자는 이 브라운관을 채용한 '이코노TV'를 1975년 8월 출시했고 단시일 내에 국내 TV 시장을 석권하게 된다. 

    이를 기반으로 삼성전관은 1988년 수원사업장 연간 480만개, 울산사업장(당시 가천사업장) 연간 720만개 등 컬러브라운관 연간 1200 만개의 생산 체제를 구축했다. 이는 브라운관 산업의 중심이 일본에서 한국으로 이동하는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삼성전관은 세계 최대의 컬러브라운관 메이커로 자리매김 했을 뿐 아니라, 1993년 세계 최초 바이오 브라운관 개발, 1998년 완전평면 브라운관 개발 등 고부가가치 제품 리더십을 확보했다. 

    삼성전관은 지난 1999년 12월 1일 비전과 신 CI 선포식을 갖고 지금의 사명인 '삼성SDI'로의 변경을 대내외에 선포했다.

    이후 삼성SDI는 배터리 중심의 친환경 에너지사업으로 사업 동력을 전환하기 전까지 브라운관, VFD, PDP, LCD, OLED 등 세계 최초, 세계 최고 제품을 지속적으로 만들어 내며 디스플레이 산업의 절대강자 자리를 굳건히 지켰다.


  • 지난 1998년 10월 15일 세계 최고 용량의 원형 리튬이온 배터리 첫 출하 모습.ⓒ삼성SDI
    ▲ 지난 1998년 10월 15일 세계 최고 용량의 원형 리튬이온 배터리 첫 출하 모습.ⓒ삼성SDI
    삼성SDI가 주력 사업을 에너지·소재로 변경한 것은 지난 1994년 삼성의 각 계열사들이 중복된 사업을 조정하던 시기다. 

    당시 삼성SDI는 모니터 사업을 삼성전자로 이관하고 삼성전자 등에서 연구하던 배터리 사업을 인수했다. 사업 초기 핵심 기술 확보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지속적인 연구개발을 통해 1998년 최고 용량인 1650mAh 원형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며 날개를 달게 된다. 

    1년 뒤인 1999년, 1800mAh 배터리 개발에 성공하면서 후발 주자였음에도 불구하고 경쟁사보다 빠르게 기술을 선도해 나가기 시작했다. 

    차근차근 기술력을 확보한 삼성SDI는 2000년 천안사업장에 연면적 1만3200㎡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준공한다. 이어 기술개발과 함께 생산능력 확대에도 힘을 쏟기 시작했다.

    2003년에는 6개 신규라인을 증설해 월 720만셀 생산생산 규모에서 1570만셀까지 약 2배 확대했다. 산요와 소니에 이어 '세계 3위'의 생산량을 확보하게 됐다. 

    이와 함께 글로벌 1위 달성을 위해 'K-812 일류화' 전략을 전개해 나가며 2005년 배터리 사업 시작 이래 최초로 흑자를 실현했다. 또한 사업 10년 만인 2010년에는 소형배터리 부문에서 세계 1위를 기록했다.

    전기차 배터리 시장에는 2005년 진출했다. 2015년 자동차 부품업체인 마그나 배터리팩 사업부문 인수 이후에는 셀부터 모듈, 팩까지 전기차 배터리 시스템을 일원화하는 체제로 구축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 사업은 시작한지 11년이 지난 현재 글로벌 선두주자로 자리잡았다. 2014년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해 중국 '선그로우'와 합작사를 설립했으며 국내 한국전력을 비롯한 해외 ABB, Duke등의 에너지 기업들과 협약을 통해 사업을 확장하면서 성장했다. 

  • 삼성SDI 창립 50주년을 축하하는 삼성SDI 임직원들.ⓒ삼성SDI
    ▲ 삼성SDI 창립 50주년을 축하하는 삼성SDI 임직원들.ⓒ삼성SDI
    삼성SDI는 배터리·전자재료 경쟁력을 바탕으로 BoT(Battery of Things) 100년 기업으로 도약한다는 계획이다. 

    배터리 시장은 AI(인공지으), 자율주행차, e모빌리티, 웨어러블 기기의 확산 으로 지속적으로 부각되며 오는 2025년까지 약 1500억원달러 규모로 성장이 점쳐진다. 메모리반도체 시장을 뛰어넘을 것으로 전망도 제기될 정도로 고성장이 예상되는 시장이다.

    이에 삼성SDI는 '초격차 기술 확보'와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에 나설 방침이다. 

    향후 배터리 시장의 성패는 전기차에 달려 있고 배터리 기술 경쟁은 주행거리와 안전성, 충전속도 등의 기술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하지만 그 기술 격차는 빠르게 줄어들고 있어 경쟁자를 압도하는 초격차 기술 확보가 중요하다는 판단에서다. 

    전자재료사업은 원천기술 및 핵심기술의 특화된 기술력 보유가 중요하며, 경쟁사와의 기술 격차를 더욱 더 크게 벌리기 위해서는 소재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삼성SDI는 구성원부터 전문적인 역량으로 자유롭고 창의적인 발상을 나눌 수 있는 오픈마인드와 글로벌 의식을 갖출 수 있도록 유연한 조직문화 구축에 힘을 쏟는다는 계획이다. 

    전영현 삼성SDI 사장은 지난 1월 신년사를 통해 "창립 50주년을 맞은 올해, 100년 기업을 향한 초격차 기술을 확보하자"며 "더 높은 윤리의식과 준법을 통해 사회적 책임을 다해 존경받는 기업으로 거듭나자"고 강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