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전제품 국내판매의 힘… 최악 예상 2Q 성적표 '선방'코로나 영향 마케팅 비용 절감, MC사업 적자 예상 보다 적어직격탄 맞은 자동차산업 영향, 전장사업 적자 규모 스마트폰 수준 육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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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LG전자가 올해 최악의 고비로 예상됐던 지난 2분기 선방한 실적을 거뒀지만, 적자사업인 스마트폰(MC)과 전장부품(VS)의 부진이 깊어지며 LG전자의 고민도 깊어졌다. 같은 적자사업이지만 올해 '벨벳' 등 정체성을 바꾼 신제품으로 기회를 잡은 MC부문과 달리 '코로나19'로 직격탄을 맞은 완성차업계 영향으로 VS부문의 흑자전환은 더욱 요원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1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LG전자는 지난 2분기 MC사업과 VS사업에서 다시 한번 분기 기준 적자를 기록한 것으로 보인다. 두 사업부의 지난 2분기 적자가 확정되면 MC사업부문은 21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게 되고 VS사업부문도 실적을 공개하기 시작한 지난 2015년을 제외하고 지금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는 셈이다. 지난 7일 2분기 잠정실적 공시를 한 LG전자는 이날 공시에서 사업부별 실적치를 공개하지는 않았다.

    이달 말 실적발표에서는 사업부별 성과가 공개될 예정이다. 다만 이에 앞서 발표되는 잠정 실적에서 시장의 예상치를 넘어선 수치를 LG전자가 공개하면서 사업부별 실적도 예상보다 양호했을 것이라는 추정이 나오는 상황이다.

    우선 국내시장에서 매출을 든든하게 책임져 준 덕에 가전사업은 코로나19 영향을 거의 받지 않았다는게 증권업계의 결론이다. 2분기 4931억 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한 LG전자의 수익 대부분을 가전사업에서 채우는 구조도 여전했다. H&A사업부문은 지난 2분기 5000억 원 초반대의 영업이익을 내며 내수시장에서 프리미엄 가전과 신가전 판매를 확대한 효과를 톡톡히 누린 것으로 나타났다.

    TV사업이야 말로 코로나19 위기 속에 '선방'했다는 표현을 쓰기에 적합한 결과를 내놓은 것으로 알려진다. 앞서 증권가에서 예상했던 1000억 원 영업이익을 힘겹게 사수한 것으로 보인다. 글로벌 시장 비중이 큰 TV사업의 특성 상 전 세계, 특히 미국과 유럽으로 빠르게 퍼진 코로나19 타격을 피할 수는 없었지만 오히려 재택근무 등으로 집안에 머무는 시간이 많아진 소비자들이 TV 수요를 크게 느껴 최악의 상황을 피할 수 있었다는 분석이다.
  • ▲ 다임러 우수 협력사로 선정된 LG전자. 독일 자동차 제조 그룹 다임러 AG 본사에서 열린 우수 공급사 시상식에서 LG전자 VS스마트사업부장 은석현 전무(사지 오른쪽)가 수상하는 모습 ⓒLG전자
    ▲ 다임러 우수 협력사로 선정된 LG전자. 독일 자동차 제조 그룹 다임러 AG 본사에서 열린 우수 공급사 시상식에서 LG전자 VS스마트사업부장 은석현 전무(사지 오른쪽)가 수상하는 모습 ⓒLG전자
    문제는 대표적인 적자사업인 스마트폰과 전장부품이다. 두 사업 모두 LG전자의 아픈 손가락 중 하나였지만 유례없는 코로나19 위기 상황을 겪으며 예상과는 다른 결과를 내보여 관심이 쏠리는 분야다.

    스마트폰 사업은 이미 20분기 연속 적자를 기록하는 등 LG전자 실적에 발목을 잡아왔다. 스마트폰 사업의 적자가 하루 이틀 일이 아닌 탓에 이제는 이 사업부문에서 적자 규모를 얼마나 줄일 수 있는지가 LG전자 실적의 키를 쥐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2분기에는 적자폭을 키우기는 했지만 선방한 수준이라는 평가가 나오면서 하반기 회복세로 시선을 돌리는데 성공했다.

    MC사업부문은 지난해 다시 한번 수장을 교체하고 절치부심해 제품 포트폴리오와 정체성에 전면 수정을 가했다. 해마다 두 차례 선보이는 프리미엄 플래그십 폰 대신 이른바 '매스 프리미엄(Mass Premium)'이라 부르는 보급화된 플래그십 폰을 내놓기로 전략을 선회했고 동시에 중저가 폰 라인업을 탄탄히 하는 방향으로 사업의 정체성을 완전히 바꿨다.

    올해는 코로나19로 첫 매스 프리미엄폰인 '벨벳'을 선보이는 국제 행사 'MWC 2020'이 불발됐지만 온라인 공개행사를 통해 성공적으로 시장에 데뷔했다. 이후 출시된 중저가 모델들도 간소화된 마케팅과 출시 행사 등으로 전체적인 비용 절감의 계기를 코로나19를 통해 얻게 됐다. 덕분에 증권가에서는 올 2분기 MC사업의 실적에 대해 코로나19로 글로벌 스마트폰 수요가 가장 큰 타격을 입은 가운데 예상보다 적자폭이 크지 않았다는 평가를 내놓고 있다.

    박원재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LG전자 MC사업부문의 적자 예상치를 2764억 원으로 봤지만 실제로는 이보다 700억 원 가량 적은 2000억 원의 적자가 발생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앞서 적자폭을 줄여오던 MC사업부의 최근 행보와 비교하면 아쉬운 성적이지만 올해 최대 리스크로 꼽혔던 코로나19 상황에선 선방한 결과로 평가되는 대목이다.

    반면 VS사업부문은 적자 탈출을 눈 앞에 둔 상황에서 코로나19 리스크로 몸살을 앓았다. 무엇보다 코로나19 상황으로 전방산업인 자동차 수요가 급감했다는 사실이 뼈 아픈 부분이다. 

    LG전자 VS사업부문은 지난 2분기 1000억 원에서 최대 2000억 원대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을 것으로 증권업계는 보고 있다. 당초 1000억 원 미만의 적자를 예상했던 증권가에서는 예상보다 심각한 수준의 전장부품 사업 타격을 이번 2분기 실적에서 가장 크게 우려했다. 2000억 원대 적자가 발생한 경우라면 거의 MC사업에 버금가는 수준으로, 전사 차원으로도 고심이 깊어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더구나 당분간은 전방산업인 완성차 시장이 이 같은 흐름을 이어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하반기 실적 걸림돌로 언급된다. 최악의 국면으로 평가됐던 상반기를 나름 무사히 통과한 LG전자가 하반기 실적 반등의 모멘텀을 마련할 수 있으려면 MC사업과 VS사업이 얼마나 회복할 것이냐를 척도로 두고 있기 때문이다. 그 중에서도 VS사업 상황이 최근 악화일로를 걸으며 하반기 실적 관건은 'VS'로 의견이 모아지는 분위기다.

    2분기 코로나 위기를 겪으며 LG전자는 또 하나의 과제를 얻게 됐다. 전장부품 사업이 LG전자의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집중 육성되고 있다는 점으로 볼 때 하반기 실적 회복을 위한 고강도의 전략 마련에 나설 것이라는 관측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