文대통령 유턴기업 과감한 지원 공언에도 세제혜택 기준 완화가 고작해외생산량 50% 감축 의무 삭제… 일부 대기업만 혜택 실효성 크지 않아지난해 886개 기업 유턴 성과 거둔 미국, 한국은 8년간 71개에 불과
  • 정부가 석달간 고심 끝에 내놓은 리쇼어링(유턴) 정책이 단 두 줄에 그쳤다. 규제가 점점 강해지고 세금은 무거워지는 탓에 한국을 떠나는 기업이 계속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5월 취임 3주년 대국민담화에서 "한국기업 유턴은 물론 해외 첨단산업과 투자를 유치하기 위해 과감한 전략을 추진하겠다"며 본격적인 유턴기업 정책 추진을 공언했다.

    24일 정부가 발표한 2020 세법개정안에 담긴 '유턴기업 세제지원 확대 및 제도 합리화' 방안은 2가지가 전부다. 소득세와 법인세를 5년간 100% 면제해주는 기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을 완화한 것과 해외에서 감축한 생산량을 국내 복귀 소득으로 간주해주는 내용이다. 세제 혜택을 받으려면 해외 생산량 50% 감축과 국내 사업장을 신설 해야 하는 요건이 삭제된 것이 주효한 내용으로 정부는 이를 통해 기업의 단계적인 국내 이전을 도모하겠다는 전략이다.

    현재까지는 기업이 해외 생산량의 절반을 뚝 떼서 국내로 들여와야 했지만, 개정안이 시행되면 10%, 20% 씩 부분별 이전이 가능해진다. 하지만 이같은 방식은 생산방식이 고도화돼 있고 생산량이 많은 대기업에는 적용 가능할 수 있어도 공정이 일원화된 중소기업에는 큰 혜택이 되진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유턴기업이 국내에 투자하는 돈에 대한 세액공제도 대기업 1%, 중견 3%, 중소 7%로 나뉜 기존제도를 일원화한다는 내용도 중소기업에게는 오히려 역차별로 작용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 ▲ 정부가 2020 세법개정안에 담은 유턴기업 지원 방안ⓒ기재부
    ▲ 정부가 2020 세법개정안에 담은 유턴기업 지원 방안ⓒ기재부
    정부는 정작 경제계가 요구해 온 수도권 공장총량제나 규제 완화나 법인세 인하에는 손대지 않았다. 고용지원금 등 각종 정부지원금을 추가로 주거나 세제혜택을 늘리는 방식이 아닌 단순히 기존 혜택을 받을 수 있는 기준만 낮춘 것으로는 유턴기업이 늘어나기 어렵다는 게 산업계 인식이다.

    실제로 2013년 해외진출기업의 국내복귀 지원법이 시행된 이후 국내로 복귀한 기업은 80개에 불과하며 이 중 9개사가 폐업하거나 유턴을 철회해 현재 남은 유턴기업은 71개 뿐이다.

    미래통합당 강기윤 의원이 산업통상자원부의 해외진출기업 실태조사를 분석한 결과 해외진출기업 1028개 회사 중 93.6%인 962개는 '국내 복귀 계획이 없다'고 답했다. 국내 이전을 검토하지 않은 사유로는 생산비용 상승이 66.7%로 가장 많았으며, 노동환경(58.3%), 각종 규제(33.3%), 구인난(25%) 순이었다.

    이같은 소극적인 정책은 기업의 국내 복귀에 사활을 건 미국이나 유럽(EU)과는 대조를 이룬다. 미국은 2014년부터 2018년까지 연평균 482개의 유턴기업 유치에 성공했으며 2010년 95개에서 지난해 886개 기업의 유턴을 이뤄내는 등 국내 복귀 기업이 점점 늘어나는 추세다.

    미국 상무부가 공식 통계로 활용하는 컨설팅 업체 AT 커니(Kearney)가 측정한 미국의 리쇼어링 지수는 2018년 -32에서 지난해 +98로 대폭 증가했다. 리쇼어링 지수는 한 국가의 제조업 총산출 중 아시아 14개 역외생산국으로부터의 제조업 수입이 차지하는 비율 변화를 수치로 표시한 것으로 플러스(+)는 리쇼어링 확대를 뜻하며 마이너스(-)는 역외생산 의존도 증가를 의미한다.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가 같은 방식으로 한국의 리쇼어링 지수를 측정한 결과 같은기간 -11에서 -37로 뚝 떨어졌다. 유턴기업법이 시행된 이후에도 역외생산 의존도가 점점 심화되고 있는 것이다.

    미 상원의회는 올해 6월 반도체 국내 생산을 위한 공장 건설 및 R&D 지원, 세액공재 등 220억 달러 이상을 지원하는 'CHIPS for America Act'를 추진하고 있다.

    김봉만 전경련 국제협력실장은 "인건비, 법인세, 각종 규제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몇 가지 인센티브 제공만으로 막대한 자금과 수십년의 청사진이 들어간 해외 생산기지의 국내 회귀를 요구하기에는 무리가 따른다"며 "미국 등 선진국처럼 유턴을 현실화 시키는 과감한 지원과 함께 인건비· 법인세 등 근본적인 기업하기 좋은 환경 조성책을 강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