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머지 남매 지분 합쳐도 조현범에 턱없이 부족, 경영권 확보 무리향후 상속 문제 앞두고 유리한 고지 선점하려는 의도라는 관측 제기 한국테크놀로지그룹·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 보유지분 평가액 총 960억원
  • ▲ 조양래 회장.ⓒ한국테크놀로지그룹
    ▲ 조양래 회장.ⓒ한국테크놀로지그룹

    주식 1000억원 가량을 물려받은 한국타이어 장녀가 아버지인 조양래 회장을 상대로 성년후견인 신청을 한 배경에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테크놀로지그룹(옛 한국타이어월드와이드)에 경영권 분쟁설이 제기되는 상황에서, 캐스팅보트를 쥐고 있던 조양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회장의 장녀 조희경 한국타이어나눔재단 이사장이 지난달 30일 서울가정법원에 성년후견인 개시심판 청구를 접수했다.

    조 이사장이 성년후견인 신청을 한 이유는 조양래 회장이 동생 조현범 한국타이어 사장에게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을 전부 넘긴 결정이 온전한 정신에서 자발적으로 이뤄진 것인지 확인해야 한다는 취지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故 신격호 명예회장을 둘러싸고 신동주·동빈 형제가 경영권 분쟁을 일으켰던 것을 떠올리는 시각이 많다. 당시 신격호 명예회장도 성년 후견인이 지정되면서 분쟁이 격화된 바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튿날인 31일에 조양래 회장은 자신의 자녀들이 한국타이어 경영권을 두고 분쟁 조짐을 보이자 이례적으로 입장문을 발표하며 진화에 나섰다.

    조 회장은 “장녀의 행동이 가족 간 불화로 비칠까 염려스럽다”며 “직원과 주주가 동요하기 전 상황을 수습하고자 한다”며 “매주 골프를 즐기고 퍼스널트레이닝(PT)을 받는 등 나이에 비해 정말 건강하게 살고 있다. 장녀가 왜 이런 행동을 하는지 정말 모르겠다”고 털어놨다.

    이어 “이미 예전부터 조 사장을 최대주주로 점찍어 두었다”면서 “혼란을 막고자 보유한 주식을 전량 매매했다”고 강조했다.

    이를 두고 업계에서는 여러 해석들이 나오고 있다.

    우선 누나인 조 이사장이 경영권 확보를 위해 반기를 들었다는 관측이다.

    조 회장은 지난 6월 차남인 조현범 사장에게 자신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 23.59%를 전량 양도했다. 이로써 조현범 사장의 지분은 원래 보유 지분 19.31%를 합쳐 42.9%로 증가했다.

    장남 조현식 한국테크놀로지그룹 부회장(19.32%), 조희경 이사장(0.83%), 차녀 조희원 씨(10.82%)의 지분을 모두 합쳐도 30.97%로 조현범 사장에 크게 못 미친다.

    지분 싸움에서 나머지 남매들이 모두 반기를 들어도 경영권 확보가 어렵다, 따라서 경영권 확보 목적은 설득력이 떨어진다.

    그렇다면 조 이사장이 향후 상속 문제를 염두에 두고 성년후견 개시심판 청구를 했다는 해석도 가능하다.

    조 이사장은 한국테크놀로지그룹의 지분 76만9583주(0.83%),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 336만6860주(2.72%)를 보유하며 주식 가치로 약 1000억원의 재산을 이미 보유하고 있다.

    구체적으로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주가는 이날 종가 기준으로 각각 1만4300원, 2만5300원이다. 주식가치로 환산하면 각각 110억, 850억원으로 총 960억원에 이른다. 

    조 이사장의 한국테크놀로지그룹 지분율이 동생들보다 적은 이유는 2012년 지주회사 분할 시 유상신주 취득에 참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현재 보유하고 있는 한국테크놀로지그룹과 한국타이어앤테크놀로지의 지분만으로도 상당한 수준의 증여를 이미 받은 것으로 분석된다. 즉, 이미 어느정도 상속을 받은 상황인데 무리해서 욕심을 낼 이유가 없을 것이란 얘기다.

    약 1000억원에 달하는 재산을 보유한 조 이사장이 더 많은 상속을 받기 위해 이러한 행동을 한다고 보기에도 쉽게 납득이 가지 않고 있다.

    업계에서는 조 회장이 건재함을 과시한 상황에서 법원이 성년후견인 신청을 수용할지 여부가 향후 관전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단순 해프닝으로 끝날 것인지, 조 회장의 건강 악화가 사실이어서 경영권 분쟁이 시작될지 판가름 날 수 있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