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IPO서 2500억 유치 이어 일반 공모도 '선방'현대오일뱅크 주유소 기반… 비주유 사업 시너지 도모모빌리티-로지스틱 등 플랫폼 비즈니스 본격 태동 '관심'
  • ▲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총괄 담당인 윤장호 코람코자산신탁 본부장(상무)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
    ▲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 총괄 담당인 윤장호 코람코자산신탁 본부장(상무)이 지난달 기자간담회에서 설명하고 있다. ⓒ코람코자산신탁
    아시아 최초의 주유소 상장 리츠인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가 공모 리츠 시장의 부진에도 선방하고 있다.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다양한 신사업과의 결합으로 수익성을 제고하겠다는 계획이 투자자들을 끌어 모은 것으로 보인다.

    이미 지역 거점에 위치한 주유소를 플랫폼 비즈니스로 활용하고 있는 주유소 업계에서는 이번 공모를 통한 본격적인 투자가 미래 주유소에 대한 본격적인 모습이 드러날 것으로 보고 있다.

    7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이 이날까지 진행하는 코람코에너지플러스리츠의 청약 중간경쟁률이 1.38대 1로 집계됐다.

    이 리츠는 공모가격이 5000원으로, 2132만주를 공모한다. NH투자증권이 이 중 57.8%인 1232만주 공모를 책임지고 있으며 △대신증권 300만주 △한국투자증권 200만주 △신영증권 200만주 △이베스트투자증권 200만주 등도 일반투자자 청약을 받는다.

    앞서 진행된 수요예측에서는 경쟁률이 약 6대 1로 나타났다. 일반 공모주였다면 흥행에 실패한 수준이지만, IB업계에서는 리츠 종목인데다 실제 투자수요가 있는 이름 있는 기관들이 청약에 참여했다는 점에서 이를 높게 평가했다.

    프리 IPO(Pre-IPO)를 통해 기관투자자들로부터 2500억원을 유치한 것도 긍정적이다. 기관투자자들이 대거 참여함으로써 상품의 신뢰도가 높아지고 IPO 공모 규모가 다소 줄었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달 청약을 진행한 제이알글로벌플러스리츠는 수요예측에서 1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지만, 최종 청약결과는 미달이었다. 수요예측에서 청약 의사를 드러냈으나, 실제 주식을 배정받지 않은 기관투자자가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비슷한 시기 상장을 추진한 마스턴프리미어리츠의 경우 수요예측 부진으로 아예 상장일정을 연기하기도 했다.

    이 리츠가 SK네트웍스 직영 주유소 187곳을 기초자산으로 하는 만큼 해당 리츠에 대한 관심은 금융투자업계에 머물지 않는다. 공모를 통해 본격적인 주유소 개발을 시작함에 따라 미래 주유소의 모습을 엿볼 수 있는 만큼 주유소 시장의 관심도 높다.

    우선 현대오일뱅크가 최소 10년의 장기 임대차 계약을 맺었으며 SK네트웍스의 차량정비소 스피드메이트와도 장기 임대차 계약을 했다.

    기존 주유소의 역할을 우선으로 하면서 비주유 사업과의 결합을 통해 시너지를 창출하는 것은 물론, 향후 도래할 수소·전기차 시대에 맞춰 충전소로의 전환도 고려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전국 61개소에 입점해 있는 버거킹, 맥도널드, 엔제리너스, 크리스피크림 등 드라이브 스루로 이용 가능한 글로벌 식음료 서비스 기업의 QSR(Quick Service Restaurant) 매장 유치를 지속 확대하고 유휴부지를 활용한 이마트24, 다이소 등 CVS(소형 소매점포), 패션업체 등 다양한 업종과 제휴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교통입지를 적극 활용해 '모빌리티 리테일 플랫폼(Mobility Retail Platform)'으로 설정해 지역물류거점으로써 택배(CJ대한통운·한진택배), 카쉐어링(쏘카) 등 언택트 서비스 기반으로도 임차인을 확대해 나갈 방침이다.  

    라진성 KTB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주유소는 주유, 세차, 정비 등 기존 서비스에서 벗어나 플랫폼 비즈니스 공간으로 확대 재편되고 있다"며 "모빌리티 플랫폼과 로지스틱 플랫폼 등이 결합해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함으로써 추가 수익 창출이 가능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 ▲ 제주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 드론배송 시연행사에서 드론이 이륙하고 있다. ⓒGS칼텍스
    ▲ 제주 GS칼텍스 무수천주유소 드론배송 시연행사에서 드론이 이륙하고 있다. ⓒGS칼텍스
    이미 주유소 시장에서는 플랫폼 비즈니스를 선점하기 위한 경쟁이 본격화됐다.

    GS칼텍스는 지난달 카카오모빌리티와 '전기자전거 사업협력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 협약은 주유소 네트워크를 모빌리티 거점으로 육성하고자 하는 GS칼텍스와 전기자전거 충전·정비 등 인프라 서비스를 확보하고자 하는 카카오모빌리티의 니즈가 맞아 이뤄졌다.

    이번 협약으로 GS칼텍스는 주유소 유휴공간에 카카오모빌리티의 전기자전거 '카카오T바이크' 배터리를 충전할 수 있는 시설을 설치, 운영할 예정이다.

    GS칼텍스는 산업통상자원부, 제주도, GS리테일과 손잡고 주유소에서 드론으로 GS25 편의점 상품을 배송하는 시범서비스를 제주에서 선보이기도 했다. 향후 물류회사와 협업해 주유소 거점 드론 배송 사업화를 위해 지속 노력할 계획이다.

    SK에너지는 주유소를 기반으로 한 통합 차량관리 플랫폼을 개발하고 이를 실행하기 위해 스마트폰 앱인 '머핀'을 도입, 전국 주유소 200여곳에서 운영 중이다.

    이 서비스는 SK에너지 주유 고객들이 사전에 설치한 앱에서 차량번호와 유종, 주유량, 금액 등 주요패턴 및 결제수단을 등록해 놓으면 주유소에서 차량번호 입력만으로 주유 주문과 결제까지 한 번에 진행할 수 있다.

    SK에너지는 연말까지 전국 SK에너지 주유소로 서비스를 확대하고 세차, 주차, 발렛파킹 등을 포함해 자동차 정비, 보험 등 순차적으로 서비스 영역을 늘릴 계획이다.

    지난해 국내 주유소 최초로 서울 강서구 공항대로의 하이웨이주유소에 미래형 무인편의점인 '세븐일레븐 시그니처'를 오픈한 에쓰오일은 주유소 내 무인택배함, 쿠팡 물류 허브 등의 사업을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또한 국내 정유사 최초로 주유소에 '카카오페이 결제'를 도입했다. 지역화폐 등 다양한 간편 결제수단을 순차적으로 도입해 주유고객에게 결제편의성을 제공할 계획이다.

    정유업계 한 관계자는 "주유소나 충전소는 전국 주요 거점에 자리 잡고 있어 물류, 정비 등 다른 서비스와의 연계가 용이하다"며 "4차 산업혁명 시대를 맞아 복합서비스를 제공하는 주유소와 충전소가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