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은 이동걸-현산 정몽규 3차 협상 무산정부 소유 국책은행과 향후 관계에 부담 2500억 계약금전쟁 명분쌓기용에 무게감
  • ▲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노딜' 선언을 앞두고 대면협상 기회를 얻게됐다. ⓒ아시아나항공
    ▲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노딜' 선언을 앞두고 대면협상 기회를 얻게됐다. ⓒ아시아나항공
    아시아나항공 매각이 '노딜' 선언을 앞두고 대면협상 기회를 얻게됐다. HDC현대산업개발이 금호산업에 '대표이사'급 대면협상을 제안하면서다. 

    애초 정몽규 현산 회장이 여름휴가에서 복귀한 뒤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최종 담판을 벌일 것으로 예상됐다. 

    하지만 현산이 요구한 협상 파트너는 '금호산업'으로 바뀌었다. 

    현산이 딜 무산에 따른 2500억원의 계약금 반환 소송을 앞두고 국책은행과 향후 관계에 부담을 느껴 대면협상 대상으로 정부가 아닌, 기업인 금호산업을 택했다는 관측이 나온다. 

    10일 채권단 등에 따르면 채권단과 금호산업 측은 이번 만남을 수용할 전망으로 보인다. 채권단 측은 "거래 파기 명분을 줄 수는 없는 노릇"이라고 밝혔다. 

    채권단은 현산의 이번 제안이 인수거부를 위한 '명분 쌓기'일 가능성에 무게를 두고 있다. 현산은 지금껏 채권단과 금호의 대면협상 요구에 묵묵부답이었다. 

    대면협상이 이뤄진다면 협상장에는 서재환 금호산업 대표와 권순호 현산 대표가 각각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다만 협상이 성사되더라도 의미있는 결과가 나올지는 알 수 없다. 

    현산은 아시아나항공 재무제표 신뢰성 등을 문제삼아 12주 간의 재실사를 요구하고 있다. 반면 채권단은 현산의 진정성을 의심하고 있다. 채권단은 "지난해 7주간 실사를 진행했다"면서 거부 뜻을 분명히 밝혔다. 

    특히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은 최근 정몽규 현산 회장을 겨냥해 "몽고메리 워드는 세계 2차대전 이후 쇄락했다"면서 불황을 우려해 투자를 줄인 미국 기업을 언급했다.

    코로나19로 아시아나항공 인수에 주저하는 현산의 모습을 몽고메리 워드에 빗댄 것이다.  

    업계에서는 만남 성사와 무관하게 아시아나 매각은 '노딜'로 굳어지는 분위기다. 

    현산이 대면협상 대상자로 금호산업 대표를 콕 집은 것도 계약무산에 대한 '명분쌓기'라는 관측이 많다. 

    현산은 지난해 12월 금호산업과 총 2조5000억원 규모의 인수계약을 체결하고, 10%의 이행보증금을 냈다. 딜 무산 경우, 계약금을 둘러싼 '책임공방'이 계속될 전망이다

    앞서 산은 이 회장과 현산 정 회장이 두 차례나 배석자없이 만났으나 성과는 없었다. 특히 이 회장이 "노딜 책임은 현산에 있다"고 공개선언한 마당에 두 사람 간의 만남이 또다시 성과없이 끝난다면 현산의 타격이 더 클 것이라는 판단도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한 업계관계자는 "어차피 틀어진 딜이라면 현산이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과 불편한 만남을 할 이유가 없다"면서 "계약금 반환소송을 위한 명분쌓기용 만남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