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번가 독립법인 2년, 월간 십일절·동영상 컨텐츠 대폭 강화흑자에서 다시 적자로… 코로나19에 따른 시장 성장에도 매출 하락세컨텐츠 다양해지고 차별화 됐지만 성장성·수익성은 여전한 과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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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1번가는 쇼핑정보 취득, 상품 검색, 구매 등 쇼핑과 관련한 모든 것을 제공하고 판매하는 쇼핑의 관문인 ‘커머스 포털’로 진화해 나갈 것입니다."

    이상호 11번가 사장이 2018년 9월 3일 11번가 출범식에서 외친 말이다. 이는 최근 2년간 11번가의 변화를 주도하는 키워드가 됐다. 11번가 독립 이후 만 2년이 흐른 지금 이상호 사장은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을까.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2년간 11번가의 변화는 적지 않았다. 

    ‘월간 십일절’ 등의 ‘데이(Day) 마케팅’이 성공적으로 안착했고 ‘동영상 리뷰 꾹꾹’으로 고객 참여형 동영상 플랫폼을 성공적으로 론칭하기도 했다. 이 외에 콘텐츠랩, 라이브커머스 등을 발빠르게 선보이면서 소비 트렌드 변화에 빠른 대응을 해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들 서비스는 이 사장의 의지가 농밀하게 담긴 전략으로 꼽힌다. 그는 ‘커머스 포털’의 핵심 키워드로 ‘정보’, ‘재미’, ‘참여’를 제시해왔다. 

    이상호 사장은 최근 CEO 메시지를 통해 “지난 2년간 11번가는 수많은 것들을 시도했고, 지금도 많은 것에 도전하고 있다”며 “앞으로도 쇼핑의 재미, 정보, 참여의 가치를 제공하는 ‘커머스포털’ 차별 전략으로 고객에게 사랑받는 e커머스 업체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계가 분명했다는 평가도 적지 않다. 11번가는 지난해 14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부진을 면치 못하고 있다. 지난 1분기 48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것에 이어 2분기에는 5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 전년 동기 대비 적자전환했다. 

    특히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e커머스 거래량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다는 점에서 11번가의 부진은 의미가 적지 않다. 지난 2분기 11번가의 매출은 128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1% 감소했다. 상반기 기준 매출은 2576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4% 줄었다. 

    11번가 측은 “직매입 상품을 줄이면서 매출이 감소한 것처럼 보이는 측면이 있고 실제 거래액은 상승했다”며 “코로나19에 상대적으로 이익이 적은 신선식품 비중이 높아진 것도 수익성에 악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업계에서는 지난해 11번가가 지난해 흑자전환을 위해 효율위주 경영에 나선 영향이 올해까지 이어지는 것으로 보고 있다. 작년부터 독립법인으로서 홀로서기를 증명하기 위해 마케팅 비용을 줄이면서 시장 장악력을 놓치고 수익성을 찾았기 때문이다. 같은 기간 e커머스 후발주자인 쿠팡은 확고한 1위 기반을 다진 상태다.  올해 코로나19 사태 이후 이런 전략적 차이는 더 큰 격차로 나타나게 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최근 코로나19로 인해 새벽배송 및 장보기 시장이 크게 부상했고 네이버, 당근마켓 등의 사업자들이 급성장 하는 가운데, 11번가는 매출 성장보다는 ‘커머스 포털’의 컨텐츠에만 집중한 경향이 있다”고 평가했다.

    물론 이는 11번가의 기업가치를 단기간에 끌어올려야 하는 이 사장의 과제와 무관하지 않다. 11번가는 장기적으로 기업공개를 통한 상장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 과정에서 가장 중요한 것이 재무건전성과 수익성이다.

    이 때문에 이 사장의 ‘커머스 포털’은 차별화에는 성공했지만, 성장성을 담보하기 힘든 절반의 성공에 그쳤다는 평가를 받는다. 이는 앞으로도 이 사장의 과제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사장은 최근 실적발표에서 “수백 억에서 많게는 수천 억대의 적자를 불사하는 과도한 e커머스 경쟁환경에서 쇼핑의 재미, 정보, 참여의 가치를 제공하는 ‘커머스포털’ 11번가만의 차별점으로 성장성과 수익성을 동시에 달성하겠다”고 자신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