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SMC, 7나노 양산 공언… 자금난 공사 중단中 파운드리 1위 SMIC, 14나노 생산 그쳐삼성전자, IBM·엔비디아 수주 이어가며 초격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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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흔들리고 있다. 막대한 자금을 투입해 건설 중인 반도체 개발 프로젝트가 좌초될 위기에 처했다. 미국의 중국 견제도 강화되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IBM과 엔비디아 등 대형 고객사와 잇단 제품 수주에 성공하며 중국 파운드리 업체와의 격차를 벌리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중국 우한홍신반도체제조(HSMC)의 우한 반도체 공장 건설이 중단됐다. 생산 및 연구개발(R&D) 시설을 세우는 1단계 공사가 진행 중이었지만, 자금 부족으로 차질이 생긴 것이다.

    이 공사는 우한을 반도체 허브로 만들겠다는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총 1825억원위안(약 31조4794억원)을 투자할 예정이었으며, 현재까지 1123억위안(약 19조3706억원)이 투입됐다. 하지만 1단계에서 중단되면서 발이 묶이고 말았다.

    중국 우한(武漢)시 둥시후(東西湖)구 정부는 최근 공개한 관내 경제 투자 현황 보고서에서 "HSMC 프로젝트에 대규모 자금 부족 문제가 존재한다"며 "언제든 자금이 끊어져 프로젝트가 멈출 위험에 직면했다"고 밝혔다.

    HSMC는 7나노미터(㎚) 이하 최첨단 미세공정이 적용된 시스템반도체 제작을 목표로 지난 2017년 우한에 설립됐다. 우한시 중대 프로젝트로 지정된 이 회사에 투자된 자금은 1280억위안(약 22조원)에 달했다. HSMC는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인 대만 TSMC의 최고 기술자이던 장상이(蔣尙義)를 영입해 시장의 주목을 받기도 했다.

    HSMC는 중국에서 유일하게 7나노급 공정에 사용되는 네덜란드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 장비를 도입해 보유하고 있었지만, 자금난 끝에 이 장비도 현지의 한 은행에 압류된 상태다.

    일각에서는 HSMC의 7나노 공정 계획이 애초에 불가능한 프로젝트가 아니었냐는 의견도 나온다.

    현재 중국 1위 파운드리업체인 SMIC도 아직 14나노를 최신 공정으로 내세우고 있다. 이마저도 생산규모가 작고 수율이 낮아 수율 안정화에 1~2년이 소요될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SMIC와 삼성전자의 공정기술도 최소 4년은 뒤처진 것으로 보고 있다.

    이미혜 한국수출입은행 해외경제연구소 선임연구원은 "SMIC는 올 4분기에 7나노를 양산할 계획이라고 발표했지만, EUV 노광장비 도입이 어려워 7나노 이하 양산은 어려울 것"이라며 "R&D 강화 등을 통해 지난해 말 14나노 공정을 도입했지만, 불량률이 약 70%에 달해 수율 안정화에 1~2년이 소요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어 "SMIC는 중국 1위 파운드리 회사지만, 삼성전자 대비 공정기술은 2세대(4~6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된다"고 덧붙였다.

    이같은 상황에서 설립한 지 3년도 채 되지 않은 HSMC가 7나노 양산을 성공해 삼성전자를 따라잡기는 쉽지 않다는 평가다.

    중국의 반도체 굴기가 휘청거리고 있는 가운데 삼성전자는 지난해 4월 '비전 2030'을 발표하고 오는 2030년까지 메모리 반도체 뿐만 아니라 파운드리를 포함한 시스템 반도체 부문에서도 글로벌 1위를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세우면서 대규모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실제 삼성전자는 '반도체 비전 2030' 발표 후인 지난해 하반기 반도체 시설투자는 13조7403억원을 기록, 전년 동기 10조3781억원 대비 32.4% 늘었다.

    삼성전자는 이같은 투자를 바탕으로 지난해 4월 업계 최초로 EUV 공정을 적용한 7나노 제품을 출하했으며, 올 2분기에는 5나노 공정 양산에 돌입했다. 성능과 전력 효율이 개선된 5나노·4나노 2세대 기술 개발에도 착수한 것으로 전해진다.

    최근에는 미국 IBM의 차세대 서버용 CPU인 '파워10'의 위탁 생산을 맡기로 한 데 이어 엔비디아의 차세대 그래픽 GPU 생산까지 맡게 되면서 글로벌 1위 파운드리 업체 TSMC를 추격하기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는 평가도 나온다.

    반면 중국의 파운드리 사업을 지탱하고 있는 SMIC는 미국의 제재를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위협받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미국 국방부 당국자를 인용해 "SMIC와 중국군의 관계를 들여다보고 있다"며 "다른 정부기관들과 협력해 SMIC를 블랙리스트에 올리고 제재하는 방안을 논의 중"이라고 보도했다.

    블랙리스트에 오르면 기업들이 SMIC에 미국 기술이 들어간 반도체 장비나 부품을 판매할때 미국 상무부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현재 화웨이 등 275개 이상 중국 기업이 블랙리스트에 올라 있다. 화웨이 뿐만 아니라 SMIC에 대한 수출길도 봉쇄될 위기에 처한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 미중 무역갈등과 반도체 패권 다툼은 완제품 공급사 화웨이와 팹리스 기업 하이실리콘을 거쳐 파운드리 기업 SMIC까지 확대되는 중"이라며 "중국은 기술격차 축소를 통한 자국 수요 충족이 최우선 과제이며 미국 기술 없이 첨단공정 도입은 장시간이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