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10월24일 파르나스몰에 1호점 오픈"글로벌 상륙 후 업계에 별다른 영향 없어"올해 출점 4개뿐… 모바일앱 론칭도 내달로 미뤄
  • ▲ 세포라 5호점 여의도 IFC몰점 전경ⓒ세포라코리아
    ▲ 세포라 5호점 여의도 IFC몰점 전경ⓒ세포라코리아
    글로벌 화장품 공룡 세포라가 한국에 상륙한 지 일여 년을 맞았지만 국내 시장에서는 맥을 못추는 모양새다. 불황에 따른 경기침체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사업 확대에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특히 세포라가 시장의 예상과 달리 업계에 큰 파급력을 나타내지 못하고 찻잔 속 태풍에 그쳤다는 시각도 있는 만큼 향후 국내 사업 전략에 변화를 줄 것으로 전망된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세포라는 최근 오픈한 서울 IFC몰에 5호점을 끝으로 올해 출점을 하지 않기로 했다. 당초 올해까지 매장 수를 7개까지 늘릴 계획이었지만 국내 화장품 시장 상황 등을 고려했다. 진출 당시 김동주 세포라 대표가 목표로 밝힌 오는 2022년까지 14개의 매장 오픈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올해 상반기 론칭 예정이던 모바일앱 출시도 다음달로 미뤄졌다. 글로벌 본사 엔지니어와의 협업 등으로 예상보다 늦어졌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세포라는 명품 브랜드를 운영하는 루이뷔통모에헤네시(LVMH) 그룹에 속해 있으며 미국·프랑스·이탈리아·중국 등 34개국에서 2300여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 지난해 10월24일 서울 삼성동 파르나스몰에 1호점을 열었다. 오픈 당일 500m가 넘는 대기 행렬이 이어졌고 사흘간 2만여명이 다녀갈 정도로 국내 소비자들의 반응이 열광적이었다. 이 여세를 몰아 서울 명동, 신촌, 잠실에 매장을 잇달아 열기도 했다.

    하지만 세포라은 한국 진출 초기에 비해 최근 소비자들의 관심에서 멀어졌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 같은 평가가 나오고 있는 것을 두고 일각에서는 국내 소비자들이 이미 H&B(헬스앤뷰티숍)에 길들여져 있기 때문이라는 분석을 내놨다.

    현재 국내 화장품 시장은 올리브영, 랄라블라 등 H&B스토어가 꽉 잡고 있는데다 이미 포화상태가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시장이 커졌기 때문이다. 업계 1위인 올리브영 점포수가 무려 1200개에 달한다. H&B뿐 아니라 화장품 브랜드도 원스톱 쇼핑을 선호하는 소비 트렌드에 부응하기 위해 편집숍을 늘리면서 세포라가 기존 브랜드의 틈을 비집고 진입하기가 쉽지 않았을 것이란 시각이다.

    더욱이 코로나19 여파로 화장품 수요가 급감하면서 국내 화장품 업체도 줄줄이 타격을 입으면서 세포라도 피해가지 못했다. 감염 우려로 오프라인 매장 방문이 줄면서 세포라의 최대 강점으로 꼽히는 체험형 매장이라는 차별성도 빛을 발하지 못했다. 

    이 때문에 업계 일각에서는 세포라가 일본과 홍콩 시장의 전철을 밟을 수도 있다는 시각도 있다. 세포라는 2001년 일본에서 2년 만에 철수했고 2010년 홍콩에서도 현지 브랜드에 밀려 온라인 사업으로 전환한 바 있다.

    업계 관계자는 "세포라가 올해 상반기에만 수백억의 마이너스를 보고 있다는 말이 있다"면서 "복합쇼핑몰, 백화점에 입점하다보니 매장 임대료, 물건 사입비, 로열티 등 고정비용이 계속 들어갈 것"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세포라가 진출 1년을 맞았지만 체감이 크지 않은 것 같다. 국내 제품도 좋고 다양해진 만큼 세포라의 독점 브랜드가 크게 메리트가 없었다"면서 "문제는 코로나19가 장기화로 당분간 사업 확장에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한편 세포라는 오는 2022년까지 14개 매장을 내겠다는 계획에 변동이 없다는 입장이다. 

    세포라 관계자는 "경기권 복합쇼핑몰에 6호점을 오픈할 예정이었지만 내년으로 조정했다"면서 "올해 하반기 모바일앱 론칭과 여러가지 프로모션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 세포라는 매거진 마리끌레르와 연초부터 진행했던 'NEXT K-BEAUTY' 프로젝트로 선정한 브랜드 중 일부를 순차적으로 매장에 선보이고 선망성 있는 브랜드를 발굴하고 지원하는 등 국내 화장품 시장에서의 영향력을 넓혀갈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