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전 타결 물 건너가고용 불안 속 입장 차이 ‘팽팽’르노삼성 집행부 협상동력 잃어… 한국지엠은 파업 초읽기
  •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 생산라인.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기아차
    ▲ 기아자동차 광주 공장 생산라인. 본 기사 내용과 관계 없음 ⓒ기아차
    자동차 업계의 ‘맏형’ 현대차가 추석 연휴 전 올해 임금 협상(임협)을 타결했지만 다른 완성차 업체는 교섭이 장기화하는 모양새다. 코로나19로 가뜩이나 어려운 상황에서 답 없는 소모적 씨름을 벌이고 있다.

    임금 및 단체 협약(임단협) 협상이 추석 이후로 미뤄진 기아차와 르노삼성, 한국지엠이 ‘노조 리스크’에 다시 흔들리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기아차는 올해 임단협 협상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 노사 간 입장 차이가 팽팽해 추석 연휴 이후 협상이 순조롭게 타결될지 불투명하다. 기아차 노사는 지난 24일 임단협 6차 교섭을 갖는 등 논의를 이어가고 있다.

    기아차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에 지난해 영업이익의 30%(6029억원)를 성과급 형태로 나눠달라고 요구안을 확정했다. 여기에 전기차 체제로의 전환에 맞춰 일자리 확보 등을 제안한 상태다.

    업계는 11년 만에 기본급을 동결한 현대차 노조의 변화가 기아차 교섭에 긍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보고 있다. 기아차는 통상 현대차와 비슷한 수준으로 임단협이 진행됐다는 이유에서다. 다만 큰 틀에서 합의를 못 한 채 추석 연휴를 맞이한 만큼 빠른 타결은 쉽지 않다는 게 중론이다.

    르노삼성은 ‘지루한 장기전’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현 집행부의 임기가 오는 11월 끝나 협상 동력을 잃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민주노총 가입이 무산된 점도 노조 집행부에 큰 타격이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산공장이 다음달 18일까지 재고 조정 및 설비 보수를 위해 조업을 중단해 르노삼성 노사가 협상 테이블에 마주 앉지도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르노삼성 노조는 기본급을 월 7만1687원 인상하고, 코로나19 극복 등의 명목으로 700만원 이상의 일시금을 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회사 측은 경영 환경이 급속도로 나빠지고 있고 판매가 부진한 만큼 기본급 인상에 매우 부정적이다.

    노사의 입장이 여전히 평행선만 달리고 있는 가운데 크로스오버유탈리티차량(CUV) XM3의 유럽 수출 물량 확대를 위한 노력은 임단협 갈등 속에 첫발도 떼지 못하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르노삼성이 XM3 유럽 수출을 확정지어 한숨은 돌렸지만, 일감 확대를 위해 힘을 모아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프랑스 르노 본사는 그동안 부산공장 경쟁력이 약화한 가장 큰 원인은 노사 관계 악화라고 꼬집은 바 있다. 도미닉 시뇨라 르노삼성 사장 역시 “앞으로 얼마나 XM3 수출 물량을 따낼 수 있을지는 우리에게 달렸다”면서 노사 관계 개선을 당부했다.

    한국지엠의 경우 가장 상황이 나쁘다. 임단협 협상보다는 파업 돌입 쪽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한국지엠 노조는 쟁의행위 결의 찬반 투표를 거쳐 중앙노동위원회에 노동쟁의조정을 신청, 조정 중지를 얻어내 파업 깃발을 들어 올릴 준비를 마쳤다.

    노조 관계자는 “사측의 추가 제시안이 없을 경우 다음달 12일과 13일 항의 규탄대회와 기자회견을 열 계획”이라고 말했다. 같은달 14일엔 투쟁 지침을 마련하는 중앙쟁의대책위원회를 예고했다.

    한국지엠 노사는 임단협 협상에서 협상 주기(2년)와 임금 인상 규모를 놓고 갈등이 극에 달했다. 노조는 기본급 월 12만304원 인상, 통상임금 400%에 600만원 지급 등을 요구했다. 사측은 기본급 동결, 2년 동안 각각 170만원, 200만원 성과급을 제시했다.

    최고경영자를 둘러싼 혼란도 끊이지 않고 있다. 카허 카젬 한국지엠 사장은 2017년부터 24개 협력 업체에서 근로자 1719명을 불법으로 파견받은 혐의를 받아 출국 금지 상태다. 이달 말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지만, 인사발령 없이 추석 휴가를 보내게 됐다.

    한 완성차 업체 관계자는 “해마다 반복되는 임협과 임단협 협상이 노사 간 갈등을 더 키우고 있다”면서 “협상 주기를 늘리고 노동생산성을 높여 서로 만족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근본적인 변화가 필요하다”고 호소했다.

    한국자동차산업협회에 따르면 최근 완성차 및 부품 업체 임직원 637명을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노사교섭 주기를 늘리자는 의견이 압도적으로 많았다. 특히 생산기술직 사이에서 77%는 2년 이상으로 늘려야 한다고 응답한 것으로 조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