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수시장 겨냥·코로나19 보복소비 공략디올·페리가모 등도 하반기 인상 합류경기침체에도 올해 상반기 명품 매출 9.2% ↑
  • ▲ 구찌 로고
    ▲ 구찌 로고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에도 샤넬·크리스챤 디올 등 주요 명품 브랜드들이 줄줄이 가격을 올린 가운데 구찌도 가격 인상 대열에 합류했다. 코로나19로 해외여행 등이 자유롭지 못한 소비자들의 보복 심리와 명품 수요가 많은 가을철 혼수 시장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5일 업계에 따르면 구찌는 지난달 30일부터 핸드백·슈즈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평균 10% 인상했다. 이번 인상으로 시즌 상품 보다 캐리오버(시즌 구분 없는 베스트셀러)는 상대적으로 좀 더 인상됐다고 브랜드는 설명했다.

    구찌뿐 아니라 명품 브랜드들은 올 상반기에 이어 또 다시 가격을 올리며 인상 릴레이를 지속하고 있다. 반클리프앤아펠은 지난달 24일부터 품목별로 5~10% 가격을 올렸다. 크리스챤 디올도 같은달 일부 상품에 대해 약 10%의 가격 인상을 진행했다. 페라가모는 지난 8월 가방과 신발 등 일부 품목의 가격을 5~12% 올렸다. 

    올 상반기에는 샤넬과 루이비통·프라다 등도 가격 인상을 단행했다. 샤넬은 최대 100만원까지 올리면서 인상 전 제품을 사려는 고객들이 백화점 문이 열리자마자 달려가는 오픈런 현상이 벌어지기도 했다. 

    업계는 코로나19에 따른 경기 침체에도 명품 브랜드들이 가격을 인상하는 이유로 억눌린 소비 욕구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보복소비를 지목했다. 여기에 가방·보석·시계 등 명품 수요가 많은 가을 혼수철을 겨냥한 것으로 보인다.

    이를 반영하듯 명품 수요는 좀처럼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 상반기(1~6월) 주요 백화점 명품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9.2% 증가했다. 여성 캐주얼(-34.9%)과 남성 의류(-23%) 등 패션 상품군이 고전하면서 백화점 전체 매출이 14.2% 감소한 것과 대조적이다. 특히 지난 7월에는 전년보다 32.5% 증가하며 1년래 가장 큰 증가폭을 기록했다.

    글로벌 시장 조사 기관인 유로모니터가 5월 발표한 코로나19 시나리오 예측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한국은 전 세계 10대 명품 시장에서 가장 타격을 덜 받는 국가로 분석됐다. 글로벌 전체 시장이 전년 대비 18% 축소될 것이라는 전망을 내놓은 가운데 한국은 크게 위축되지 않을 것(-1%)이라는 분석이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의 확산으로 세계적으로 경제가 침체되는 등 타격을 받고 있지만 명품 브랜드들의 가격 인상은 계속되고 있다"면서 "코로나19로 인한 부진을 상쇄하기 위해 가격 인상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냐"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