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자예탁금 63조, 이달 10조원 증가주춤했던 '빚투'도 17조, 강세장에 베팅"시장 친화적 수급 여건, 투자 기회로 판단"
  • ▲ 23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6.54포인트(0.26%) 오른 2560.04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 23일 코스피는 전장보다 6.54포인트(0.26%) 오른 2560.04로 출발했다. ⓒ연합뉴스
    코스피가 연일 연고점을 갈아치우면서 주식 투자 대기성 자금인 투자자예탁금이 급증하고 있다. 2개월 만에 63조원을 훌쩍 넘기면서 자금이 증시로 빠르게 재유입되는 모습이다. 빚을 내서 투자하는 신용융자 잔고도 17조원대로 올라섰다. 

    23일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지난 19일 기준 투자자예탁금(장내파생상품 거래예수금 제외)은 63조405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달 초 51조원대였던 투자자예탁금은 가파르게 증가해 18일 65조1359억원까지 치솟았다. 사상 최고 수준이다. 

    투자자예탁금은 주식 매입을 위해 증권사에 일시적으로 맡겨 놓거나 주식을 매각한 뒤 찾지 않은 돈이다. 증시에 남은 대기자금으로 향후 주식에 투자될 가능성이 있는 돈으로 해석된다. 

    코로나19 사태로 폭락장이 연출된 뒤 가파르게 증가했던 투자자예탁금은 지난 9월부터 상승세가 둔화됐다. 미국에서 추가 경기 부양책 협상이 난항을 겪으면서 뉴욕 증시가 급락하자 국내 증시도 침체 국면에 진입했다. 직전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한 9월 4일(63조2581억원) 이후 지난달 7일 47조7330억원까지 줄었다.

    당시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예탁금 규모가 급격히 감소하지 않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예탁금은 한번 높아지면 다시 감소하기보다 유지되는 경향을 보인다는 판단에서다. 

    증권사에 돈을 빌려 주식을 투자하는 신용융자잔고도 상승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19일 기준 개인 투자자의 신용융자잔고는 17조3883억원이다. 지난달 말 16조4294억원에서 1조원 가까이 늘어났다.

    앞서 18조원에 육박했던 신용융자잔고는 일부 증권사가 신용융자 업무를 중단하면서 상승세에 제동이 걸렸다. 증권사들의 경우 자기자본 대비 일정 비율만큼만 대출을 할 수 있는데, 빚투(빚을 내서 투자)가 급증하면서 한도가 꽉 찼기 때문이다. 이 시기는 투자자예탁금의 증가 속도가 주춤한 시점과도 맞물린다. 

    투자자예탁금과 신용융자잔고의 동반 상승세는 국내 증시가 연일 강세장을 이어가면서 투자 심리를 자극한 것으로 풀이된다. 

    코스피 지수는 이달 들어 19일까지 12.5% 증가했다. 사흘 연속 연고점을 갈아치우면서 2553.50에 거래를 마쳤다. 이날 오전 장중 2600선에 올라서기도 했다. 장중 2600선 고지를 밟은 것은 지난 2018년 1월 29일 이후 약 2년 10개월 만이다.

    미국 대선 등 불확실성 요소가 걷힌 데다 외국인의 자금 유입이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지속적인 달러 약세로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증시에 돌아오면서 상승장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반면 개인 투자자들을 중심으로 차익실현 물량도 쏟아지고 있다. 이달 개인의 순매도 규모는 5조원을 훌쩍 넘겼다. 코스피 지수 레벨이 최고점을 근접한 만큼 올해 상반기 이후 유입된 자금들의 차익실현 매물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증시 전문가들은 투자자예탁금 확대 추세를 감안하면 또 다른 투자 기회를 노릴 것으로 분석한다. 

    한지영 케이프투자증권 연구원은 "시장 예상처럼 경기 회복 둔화 정도가 심하지 않으며 외국인의 공격적인 순매수 기조와 개인 투자자들의 예탁금 급증, 국내 증시를 둘러싼 수급 여건도 시장 친화적으로 형성되고 있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며 "11월 이후 10% 넘는 코스피 급등한 만큼 가격 및 속도 부담으로 차익실현 물량에서 기인한 단기적인 증시 흔들림은 있겠으나 실제 지수의 하단은 크게 낮아지지 않을 전망"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