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보험설계사 규제 강화 움직임에 '제조·판매 분리'로 리스크 줄이기 돌입한화생명측 "영업 선진화 방안 추진은 맞으나 어떠한 내용도 결정된 바 없어" 삼성화재 노사도 고용직 전환 놓고 잡음…현대해상도 내년 GA설립 추진
  • ▲ 보험사들이 영업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자회사형 '판매대리점(GA)' 설립을 추진하면서 연말 업계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뉴데일리DB
    ▲ 보험사들이 영업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자회사형 '판매대리점(GA)' 설립을 추진하면서 연말 업계 이슈로 부상하고 있다.ⓒ뉴데일리DB

    보험사들이 영업조직을 별도 법인으로 분리하는 자회사형 '판매대리점(GA)' 설립을 추진하면서 직원들의 직접 고용을 줄이려 한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GA를 설립하면 보험원수사는 영업 조직과 인력을 보유하지 않아도 돼 고용 문제에서 자유로울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보험설계사 규제 강화에 따른 '리스크 줄이기'의 일환으로 보이나 GA 관계인들의 고용형태를 놓고 노사간 충돌이 예상된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한화생명은 자회사인 한화라이프에셋과 한화금융에셋을 합병했다. 두 회사는 한화생명이 지분 100%를 보유한 GA로, 이번 합병을 통해 자회사형 통합 GA 법인 설립을 검토 중이다.

    법인 설립이 확정되면 본사에는 전략 수립, 상품 개발, 자산 운용 등이 남고 영업조직은 대부분 자회사로 이동할 것으로 보인다.

    업계는 "제조·판매 분리를 통해 영업경쟁력을 강화키 위한 전략으로 풀이된다"며 "전속채널에서 가질 수 없는 손해보험 상품 판매도 가능해지며, 빠른 의사결정을 통한 마케팅활동 확대도 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러나 일각에선 아웃소싱으로 직원들의 직고용을 피하려 한다는 지적이 계속 나오고 있다.

    '제조·판매 분리'가 이뤄지면, 보험원수사는 영업조직과 인력을 보유하지 않아도 되고, 보험설계사 위촉 계약도 직접 맺을 필요가 없다는 이유에서다. 

    보험설계사를 관리하는 지점장 및 총무 등은 본사의 정규직 직원들이 담당하는데 법인 설립 후 위촉직 전환 가능성이 제기되면서 해당 직원들의 불안감이 가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한화생명 전속설계사도 상품 판매에 따라 수수료를 받는 위촉직이지만, 수수료 변경 등 수평적 고용형태로 이전될 지 여부가 정해지지 않았다.  

    한화생명 전속설계사 조직은 2만명이며, 이를 관리하는 본사 소속 지점장과 총무 등 정규직원도 130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해당 인력은 생보사 중 2위 수준의 규모로, 관련 인원들이 모두 인사 대상자가 될 경우 업계 큰 파장이 예상된다.

    한화생명 노조도 산별노조 전환을 통해 전국적으로 쟁의 움직임을 일으키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졌다. 사무금융노조에 따르면, 현재 한화생명 노조는 사무금융노조로의 조직전환을 추진하고 있다. 현재 중앙노동위원회에 쟁의조정을 신청한 상태다.

    산별노조는 '산업별 노조'를 뜻하며, 하나의 사업 또는 사업장 단위로 설립되는 기업별 노조와 달리 동일한 산업에 종사하는 노동자를 묶어 운영하는 전국 규모의 노동조합이다.

    사무금융노조 측은 "한화생명보험의 자회사형 GA 설립 이면에는 인력 구조조정 의도가 담겨 있다"며 "자회사를 활용해 노동자를 구조조정하겠다는 사측에 맞서 한화생명 노조와 함께 더 센 교섭력과 더 큰 투쟁력으로 싸울 것"이라고 말했다.

    김태갑 한화생명 노조위원장은 "현장 관리장들이 말하는 것을 종합해보면, 현재 상황에서 영업이 전혀 안되고 있는 것이 아니다. 전체적으로 회사는 어렵지만 영업에서 버텨주기 때문에 현재까지 온 것"이라며 "그런데 영업 조직을 떼서 자회사로 돌리는 이유에 대해 내부적으로 직원들간 공감을 얻지 못하는 분위기"라고 말했다.

    이어 "정규직 같은 경우 상법상 물적분할을 할 때 분할시점의 근로조건을 그대로 가지고 간다. 그런데 문제는 분할한 이후에 어떻게 근로조건을 가져갈 지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회사 측에서 관련된 설명을 전혀 해주지 않고 있으며 대상 인원이 몇명 정도인지도 알지 못한다. 아마 추정컨대 해당 인원들 전부 자회사로의 이동이 예상된다. 산별노조 전환을 통해 끝까지 투쟁할 것"이라고 필역했다. 

    이와관련 한화생명 측은 "여러가지 영업선진화 방안을 검토중이나 어떤내용도 구체적으로 결정된바 없으며 어떤 형태로 결정된다 하더라도 인위적인 구조조정은 없을 것이며 정규직 직원들의 신분을 그대로 유지한다고 밝힌 바 있다"고 설명했다.

    보험업계는 자회사형 GA 설립에 따른 노사간 충돌 움직임이 확산될 가능성을 예의주시하는 분위기다.

    내년 모집 수수료 1200% 제한과 특수고용직 고용보험 등 설계사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몸집줄이기'를 통한 고정비 지출 삭감 움직임이 관측되기 때문이다.  

    실제로 삼성화재 노사 역시 최근 GA설계매니저 특수고용직 전환 놓고 갈등에 휩싸였다.

    삼성화재 노조는 사측에서 GA법인대리점 가입설계지원업무를 전담하는 계약직과 무기계약직 노동자들을 대상으로 특수고용직 계약관계로의 전환을 강요하고, 직무전환을 거부하는 노동자들에게 사실상 자진퇴사를 유도하고 있다는 주장했다.

    현재 삼성화재 측에서 새로운 근로 관계 전환을 요구하는 노동자들은 무기계약직 130여명과 기간제 노동자 400여명 등 총 530여명으로 알려졌다.

    현대해상 역시 이르면 내년 상반기 자회사형 GA 설립을 추진하는 것으로 전해진다.

    업계 관계자는 "내년부터 모집 수수료 1200% 제한 등 보험설계사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보험사들의 '제조·판매 분리'를 노린 영업부서의 독립법인 설립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이라며 "이 과정에서 고용형태 전환을 놓고 노사간 충돌이 지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