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본硏 "증권사 위탁매매 수익 기여도 44%, 포트폴리오 다각화 필요"코로나19 이후 비대면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ICT 기업 합작 시도도 핀테크 증권사 1·2호 시장 참여도 디지털 전환 경쟁 부추길 듯
  • ▲ 글로벌 증권업과 한국 증권업의 사업단위별 수익 추이. ⓒ자본시장연구원
    ▲ 글로벌 증권업과 한국 증권업의 사업단위별 수익 추이. ⓒ자본시장연구원
    국내 증권업계가 디지털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위탁매매 등 특정 사업부문의 수익 의존도가 높아진 가운데 정보통신기술(ICT) 플랫폼 회사로의 전환, 비대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등 수익성 변화를 위한 생존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으로 보인다. 

    25일 자본시장연구원이 발간한 'COVID-19 이후 글로벌 증권업의 디지털 혁신 방향 및 시사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국내 증권사들의 위탁매매 부문 수익 기여도는 44%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줄곧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부문 수익 의존도가 높은 경향이 나타났다. 자산관리 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은 전체 수익의 6%에 불과하다. 

    전 사업 부문에서 고른 수익을 거둔 글로벌 증권회사들과는 확연하게 차이 난다. 같은 기간 12개 글로벌 투자은행의 수익 기여도는 FICC(채권·외환·파생상품) 38%, 자산관리 24%, IB 20%, 기타(PI투자 등) 18% 등이다.

    이효섭 자본시장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국내 증권사들의 수익성이 여전히 낮은 것은 위탁매매와 자기매매 등 전통 사업부문의 수익 기여도가 높고 자산관리 부문의 수익 창출 역량이 낮기 때문"이라며 "반면 글로벌 증권회사들은 수년 전부터 전 사업영역에서 디지털 전환을 선포, ICT 분야 대규모 투자를 진행해온 만큼 코로나19 이후 높은 수익성을 실현했다"고 진단했다. 

    글로벌 정보회사의 통계에 따르면 최근 3년간 글로벌 투자은행들은 연간 영업수익의 약 30% 규모인 720억달러를 매년 ICT 비용으로 투자했다. 

    향후 ICT 관련 투자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이란 전망도 내놨다. 코로나19 이후 비대면 경제 패러다임 가속화로 증권거래, 자산관리, 기업분석, 투자중개, 지급결제 등 금융투자산업 전반에서 비대면 금융서비스가 보편화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이들의 디지털 혁신 방향은 ▲비대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 확대 ▲혁신 스타트업 자기자본 투자 및 중개 확대 ▲ICT 플랫폼을 통한 금융투자상품 중개 확대 등이다.

    국내 증권업계도 비대면 경쟁 환경에서 살아남기 위해 디지털 혁신에 힘을 쏟고 있다. 

    KB증권은 지난 9월 줌인터넷과 함께 합작법인 프로젝트바닐라 조인트 벤처 설립을 통한 테크핀 사업 진출을 선언했다. 2030세대 등 투자경험이 부족한 고객도 이용하기 쉬운 간편투자 플랫폼을 제공해 금융소비자 편익을 증대 시키고, 기술력을 보유한 ICT기업과 합작을 통해 다양한 혁신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전략이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 기술인 인공지능(AI) 기반 자산관리 서비스도 공을 들이고 있다.

    KB증권은 지난달 초 엔씨소프트, 디셈버앤컴퍼니자산운용과 함께 AI 간편투자 증권사 진출을 위한 합작법인을 출범했다. AI 간편투자 증권사는 로보어드바이저가 자산운용을 실행하고 AI 프라이빗뱅커(PB)가 자산관리 자문을 맡는다. 고객 생애주기에 맞는 금융상품 추천, 대출, 보험, 지출 관리에 이르는 전방위 금융 컨설팅 서비스도 진행할 계획이다. 

    신한금융투자는 국내 첫 AI 기반 투자자문사인 ‘신한 AI’의 자문을 바탕으로 운용되는 상품을 내놨다. AI가 금융 시장 분석을 바탕으로 가장 양호한 성과가 예상되는 펀드만을 골라 포트폴리오를 구성하는 방식이다. 수시로 포트폴리오 재조정이 이뤄지는 만큼 시장 상황에 적합하고 전문성 있는 운용이 가능한 점이 특장점이다. 

    삼성증권은 온라인 고객 대상 디지털 자산관리 서비스 '스마트플러스'를 운영 중이다. 종목 추천 서비스의 경우 삼성증권 리서치센터 퀀트 알고리즘에 따라 추천하는 '삼성퀀트20', 삼성경제연구소와 함께 종목을 선정하는 '나만의 AI' 등으로 구성됐다. 

    유진투자증권은 IT 인프라 관리 강화와 금융서비스 디지털 전환을 위해 한국IBM과 '장기 인프라 서비스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향후 10년간 한국IBM은 유진투자증권의 서버, 스토리지(저장소), 네트워크 등 IT 인프라 전반에 걸쳐 관리 업무를 수행한다. 또 유진투자증권이 추진하는 클라우드 전환, 빅데이터와 AI을 활용한 고객 맞춤형 서비스 등의 디지털 혁신에 협력하기로 했다.

    핀테크 증권사 1, 2호인 카카오페이증권과 토스증권도 디지털 혁신 경쟁을 부추길 것이란 시각이 우세하다. 

    내년 초 출범하는 토스증권 강점은 핀테크 플랫폼 '토스'다. 토스증권은 오프라인 지점이 없는 모바일 전문 증권사로서 계좌 개설부터 투자까지 모든 서비스를 온라인에서 제공하며 토스의 플랫폼을 활용해 고객과의 접점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카카오페이증권은 빅데이터, AI 기술 기반으로 새로운 방식의 투자 솔루션, 자문형 자산배분 서비스 등 사용자 중심의 투자 서비스를 확대할 예정이다. 로보어드바이저를 활용한 비대면 기반의 혁신적 자산관리 서비스도 구상 중이다. 

    이 연구위원은 "코로나19 이후 글로벌 증권회사들의 전략을 참고해 비대면 맞춤형 자산관리 서비스를 확대하고 혁신 스타트업을 발굴해 지분 투자와 대출 업무를 적극적으로 수행해야 할 것"이라며 "이들 투자벤처 기업들은 대부분 핀테크, ICT 전문 분야로 전략적 제휴를 통한 시너지 창출을 도모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공지능, 빅데이터 기반 ICT 플랫폼을 활용해 중개 대상 금융투자상품을 전통적 자산에서 비상장주식, 회사채, ESG 관련 금융투자상품 등으로 확대하는 전략을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