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통·화학 등 전 사업부문 부진실적 우선' 발탁… 승진연한 축소신동빈 메시지는 '위기 극복'
  • 이영구 롯데 식품BU장 사장(왼쪽)과 고수찬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 부사장. ⓒ롯데
    ▲ 이영구 롯데 식품BU장 사장(왼쪽)과 고수찬 롯데지주 커뮤니케이션실장 부사장. ⓒ롯데
    롯데그룹이 26일 지주를 비롯한 유통·식품·화학·호텔부문 35개 계열사의 내년도 정기임원인사를 단행했다. 철저한 성과주의가 적용되면서 유통과 화학 등 모든 사업부문에서 임원규모가 20% 가량 줄었다.

    무성했던 인사는 예년 보다 한달여 앞서 진행됐다. 부진한 올해를 뒤로하고 내년도 경영계획 확정과 실천을 위함이다.

    일찌감치 예견된 올해 인사의 특징은 실적회복을 위한 대대적 인적쇄신과 임원 직제 슬림화다. 임원 직급단계는 기존 6단계에서 5단계로 줄었다. 직급별 승진연한도 축소되거나 폐지됐다. 젊고 우수한 인재를 조기배치하기 위한 조치다.

    직급 승진연한 폐지로 1년 만에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할 수도 있다. 아울러 기존 상무보A와 상무보B 등 2개 직급은 ‘상무보’ 직급으로 통합됐다. 신임 임원이 사장으로 승진하기까지 기존에는 13년이 걸렸지만, 이번 직제 개편으로 승진 가능시기가 대폭 앞당겨졌다.

    젊은 조직으로의 변화도 나타났다. 식품분야를 이끌던 이영호 식품BU장(사장)은 일선에서 용퇴했다. 그의 바통은 이영구 롯데칠성음료 대표가 사장으로 승진해 이어받는다.

    이영구 사장은 1987년 롯데칠성음료에 입사해 롯데알미늄과 그룹 감사실 등을 거쳤다. 2009년부터는 롯데칠성음료 전략부문장과 마케팅부문장을 역임했다. 2017년부터 롯데칠성음료 대표를, 올해부터는 음료와 주류부문을 통합해 대표를 맡았다.

    그룹의 콘트롤타워인 롯데지주의 인선도 바뀌었다. 커뮤니케이션실장은 고수찬 롯데건설 전무가 부사장으로 승진해 맡는다. 준법경영실장으로는 컴플라이언스 강화를 위해 검사 출신 박은재 변호사를 부사장 직급으로 외부수혈했다.

    50대 초반 젊은 임원이 대표이사로 대거 등용된 것도 주목할 만하다. 시장수요를 빠르게 파악하고 신성장동력을 적극 발굴할 수 있는 젊은 경영진이 전진배치된 것이다. 현재 위기를 반드시 이겨내겠다는 신동빈 회장의 의지가 엿보인다.

    롯데칠성음료의 신임대표는 50세의 박윤기 경영전략부문장이 전무로 승진돼 내정됐다. 롯데푸드 대표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장을 맡았던 51세 이진성 부사장이,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에는 LC USA 대표였던 52세 황진구 부사장이 승진 내정됐다.

    임병연 롯데케미칼 기초소재 대표(부사장)는 롯데미래전략연구소로 자리를 옮긴다. 부산롯데호텔 대표에는 호텔롯데 국내영업본부장인 서정곤 전무가 내정됐다. 

    롯데 관계자는 “롯데지주는 2년새 6개실 수장을 모두 교체했다”며 “현재 위기를 반드시 타개했다는 의지가 단편적으로 나타난 것이다. 새 시대를 준비하기 위해 젊은 인물을 내세워 조직을 재편하고 어려움을 이겨내겠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