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조직개편 전후 인재 유출 잇따라파격 조건 등 다양한 접촉 시도 中업체들인사발표서 신규 임원 소속·담당업무 '미공개' 정보 사전차단반도체·디스플레이 인재 유출, 배터리업계로 확산 시작
  •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 삼성전자 반도체 생산라인 전경 ⓒ삼성전자
    국내 반도체, 디스플레이업계가 해마다 인사 및 조직개편 시즌 더 노골화되는 중국업체들의 인재 빼가기에 몸살을 앓고 있다. 퇴직 임원이나 기술자들은 물론이고 인사 발표로 신임 임원에 오른 이들을 미리 점 찍어두고 스카우트 작업에 나서는 경우가 생기면서 기업들이 인사 시즌 전후로 관련 정보 유출에 촉각을 더 곤두세우고 있다.

    16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최근 2021년 임원 인사 및 조직개편을 거의 마무리한 반도체, 디스플레이업체들은 인사철을 전후해 이어지는 중국의 인력 유출에 제각기 대비에 나섰다.

    무엇보다 내부 인력 정보를 최대한 외부로 유출하지 않으려는 노력에 한창이다. 반도체 제조사인 SK하이닉스는 최근 발표한 임원 인사에서 새롭게 임원 자리에 오른 대상자들의 이름만 대외적으로 밝히고 소속 부서나 담당 업무를 공식적으로 공개하지는 않았다. 오로지 승진 대상자의 이름만 확인해 볼 수 있는 수준으로만 대외 공표에 나섰다.

    반면 같은 날 인사 발표에 나선 SK그룹 다른 계열사들은 승진하게 된 임원의 소속과 직급 등을 함께 명시해 차이점을 보였다. SK그룹에서 SK하이닉스 외에 반도체 및 디스플레이 관련 소재 사업을 맡고 있는 계열사 몇 곳들도 임원 인사를 발표하며 승진자 이름 외에 정보를 최소화하는 모습을 보인 것도 특징이다.

    SK하이닉스는 이처럼 신규 선임된 임원들의 소속과 직급을 공표하지 않은 주된 이유로 '정보 보호'를 꼽았다. 최근 몇 년 사이 부쩍 늘어난 중국 등 경쟁업체들의 인력 빼가기에 선제적으로 대응하는 차원으로 공개하는 인사 정보를 최소화한 것이라는 설명이다.

    삼성도 비슷한 방침을 따르고 있다. 일부 고위 임원들을 제외하고 주니어 임원급이나 새로 임원에 오른 이들의 소속 부서나 담당 업무를 구체적으로 밝히지 않은지 오래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이미 반도체 분야에서 중국의 인재 스카우트는 공공연한 일이었고 인사 발표 전후를 기해 다양한 방식으로 접촉이 이뤄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그래도 앞서 중국으로 이직한 이들이 예정된 수준의 대우를 받지 못하거나 기술만 약탈하고 부당한 인사 처우를 당하는 경우들이 다수 알려지면서 예전만큼 쉽사리 중국행을 결정하는 사례는 줄어든 것 같다"고 말했다.
  • ▲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 삼성디스플레이 아산캠퍼스 전경 ⓒ삼성디스플레이
    디스플레이업계도 LCD에서 OLED 등 차세대 디스플레이로의 구조 전환 과도기를 맞으면서 중국으로의 인재 유출 문제에 민감한 곳 중 하나다. 특히 최근 몇 년 사이에는 LCD 사업을 점차적으로 접고 OLED와 QD-OLED 사업으로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는만큼 이탈하는 인력들이 다수 발생할 수 밖에 없어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올해는 삼성디스플레이가 LCD 사업 철수를 앞두고 수백 명 규모의 전환 배치 등 구조조정을 진행할 것으로 알려지며 한 차례 대규모 인력 이동이 예견된다. 앞서 지난 8월에도 200~300명의 내부 인력들을 삼성전자 반도체 사업장으로 전환 배치한 바 있고 추가적으로 상당수 인원이 반도체 등 삼성의 다른 주력 사업부문으로 흩어질 예정이다. 이 과정에서도 중국 등 경쟁사의 러브콜을 받는 인재들의 유출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중국이 반도체와 함께 'OLED 굴기'를 외치고 있어 국내 디스플레이업체들의 OLED 인재 사수에 특히 비상이 걸린 모습이다. 대형 OLED에서 선도적인 기술력으로 이미 다수의 중국 고객사를 유치하고 있는 LG디스플레이의 경우도 시시각각으로 인재 사냥을 시도하는 중국에 경계심을 늦추지 않고 있다.

    반도체, 디스플레이에 이어 'K-배터리'가 세계 시장에서 각광 받으면서 중국의 인재 사냥이 배터리업계를 향하고 있다는 점도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LG화학과 삼성SDI 등 K-배터리 신화를 이끌고 있는 기업들도 인사와 조직개편 시즌을 전후해 발생하는 인재 유출에 촉각을 곤두세우는 동시에 정부와의 협조를 통해 배터리 인재 풀을 관리하기 위한 사전 작업에 나설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