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각작업 중 조직개편‧인사 단행 직후 사표 제출했지만 아직 수리 안돼 매각 직전 임원승진‧부서신설 등 '이례적'일각 "인수단, 독단경영 강행한 정 대표에 발끈했을 것"
  • ▲ 정재욱 KDB생명 대표
    ▲ 정재욱 KDB생명 대표
    정재욱 KDB생명 대표가 임기를 불과 40여일 앞두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 대표 주도의 조직개편과 인사이동 직후 돌연 사의 표명이라 그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8일 산업은행과 KDB생명에 정통한 관계자에 따르면 정 대표는 지난 4일 열린 이사회 이후 회사에 사표를 냈으며, 아직 수리 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KDB생명 측은 "정재욱 대표가 사표를 제출했는지 여부는 확인해줄 수 없다"며 "다만 정 대표는 정상적으로 출근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KDB생명은 현재까지 대표이사 사임에 따른 직무대행 체제나 후임 대표 선임절차에 돌입하지 않은 상태다.

    정 대표는 세종대학교 경영학과 교수를 지내다 지난 2018년 2월 KDB생명 경영정상화와 매각이라는 과제를 안고 KDB생명 대표직에 올랐다. 다음 달이면 2년 임기가 끝나는데 이동걸 산업은행 회장과 가까운 학계 인사로 분류된다.

    KDB생명은 최근 새 주인으로 사모펀드 운용사 JC파트너스를 맞이하며 매각절차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의아한 점은 KDB생명 매각작업이 속도를 내는 와중에 정 대표가 직접 임원인사와 부서 통폐합 등 조직개편을 단행한 후 사표를 냈다는 것이다.

    통상 매각을 앞둔 기업은 인수기업의 향후 경영참여를 고려해 구조조정 이외에 조직개편이나 승진 인사를 하지 않는 게 관례다.

    하지만 정 대표는 지난 4일 이사회에서 대대적인 조직개편을 결정했다. 기존 8부문 35팀 14파트 1연구소에서 9부문 37팀 11파트 1연구소로 변경했다. 세부적으로 상품전략부문이 승격했고, 미디어팀과 경영지원단이 신설됐다. GA기획팀과 GA영업팀은 GA채널팀 1개로 통폐합됐다.

    승진과 해임 인사도 단행했다. 인사대상 임원 12명 중 4명을 상무보에서 상무로 승진함과 동시에 재선임하고, 2명은 재선임, 1명을 신규 선임했다. 5명의 임원은 이달 6일과 10일에 나눠 퇴임한다.

    이처럼 임원인사와 조직개편을 진두지휘한 정 대표가 갑작스레 사의를 표명한 것을 놓고 금융권에서는 산업은행과 JC파트너스 등 인수단과 정 대표 간 갈등이 있었을 것이란 추측이 무성하다.

    일각에서는 산업은행 PE(사모펀드)실 측이 KDB생명 매각을 앞두고 내부 승진인사나 조직개편을 하지 말라는 입장을 정 대표에게 내비쳤음에도 정 대표가 이를 강행해 불협화음이 일어난 것으로 전해진다.

    금융권 고위관계자는 "피인수자는 매각 전 보통 구조조정을 하지, 승진인사를 내는 경우는 드물다"며 "매각 전 채용이나 기구개편, 인사 등은 인수단과 협의사항임에도 정 대표가 독단적으로 진행해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산업은행 측은 "개인 인사와 관련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다"고 일축했다.

    KDB생명의 대주주로 올라서는 JC파트너스 측은 "아직 최종인수가 마무리되지 않아 KDB생명에 의사결정권을 행사하지도 않았고, 행사할 수도 없다"며 정 대표의 사의 표명과 관련해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