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나중결제’ 인터넷카페에서 대량으로 판매 중 판매자가 상품 구매 후 구매자에게 넘기고 현금화‘현금깡’ 과정서 악성 연체자 발생 가능성 높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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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 카페 캡쳐
    “쿠팡 나중결제 20만원, 75%에 급히 팔아요.”

    포털사이트 한 카페에서 찾아볼 수 있는 판매 글이다. 이들이 판매하는 것은 쿠팡을 통해 구매한 제품이 아닌 쿠팡에서 선보이는 ‘나중결제’ 서비스다. 구매 상품의 결제를 나중에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쿠팡 상품을 할인한 가격으로 배송해주고 현금을 받는 것. 이른바 ‘현금 깡’이다. 

    쿠팡이 고객의 편의를 위해 시범 운영중인 ‘나중결제’가 고스란히 악용되고 있다는 평가다.

    15일 유통업계 등에 따르면 ‘나중결제’ 서비스는 쿠팡이 지난해 선보인 신용 구매 서비스다. 한도 내에서 쇼핑을 하고 다음달 15일 출금계좌에서 자동이체로 결제되는 것이 핵심이다. 미리 쇼핑하고 나중에 결제하는 여신서비스를 선보이는 것. 

    그만큼 장점도 많다. 신용카드가 없는 학생도 결제할 수 있고 당장 쓸 수 있는 현금이 없을 때도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다. 쿠팡 입장에서는 신용카드 수수료를 내지 않아도 된다는 점에서 소비자와 ‘윈-윈’할 수 있는 서비스로 꼽힌다. 쿠팡은 지난해 8월 ‘나중결제’를 도입한 이후 현재까지 시범운용을 하고 있다.

    문제는 이 서비스가 고스란히 ‘현금깡’에 악용될 가능성이다. 중고나라 등 사이트에서는 쿠팡 ‘나중결제’ 서비스를 판매하는 글을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할인율도 75~85% 수준이다. 쉽게 말해 20만원 어치의 ‘나중결제’ 한도를 16만원(80% 기준)에 판매하는 식이다.

    거래방식은 간단하다. 구매하려는 상품 링크를 구매자가 판매자에게 전달하면 판매자가 이를 ‘나중결제’로 구매, 선물하기로 배송하고 구매자로부터 현금을 송금 받는 것이다. 거래만 본다면 구매자는 저렴하게 상품을 구매할 수 있고 판매자는 현금을 손에 쥘 수 있게 된다. 

    하지만 쿠팡의 사정은 전혀 좋지 못하다. 급하게 현금을 확보해야 할 상황에 놓인 판매자가 다음달 15일 이 비용을 지불할 가능성이 미지수이기 때문이다. 쿠팡 측은 결제금액이 연체될 경우 연 12%의 연체수수료를 붙이게 되지만 ‘현금깡’까지 하는 경우에는 회수가 안 되는 악성채권이 될 가능성이 높다.

    쿠팡 측은 현재 ‘나중결제’의 연체율을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수개월간 정식 론칭을 하지 못하는 배경에 이런 악용이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현재 ‘나중결제’ 서비스의 한도액은 최대 30만원 수준으로 알려지고 있지만 연체 구모에 따라서는 적잖은 부담이 될 수 있다는 평가도 나온다. 

    이미 포털사이트 카페 내에서는 다수의 ‘나중결제’ 매물이 나와 있는 상황이다. 자칫 쿠팡의 ‘나중결제’ 판매 과정에서 신용불량자가 양산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의 온라인몰 특성상 ‘나중결제’를 통한 상품 구매와 현금화가 쉽다는 점에서 이런 사례가 발생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회사 측에서 이를 미연에 방지하거나 예방할 수 있는 장치를 만들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