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조계, "여론 의식한 '눈치보기성' 판결" 지적준법감시위 긍정 평가에도 "실효성 없다" 판단'뇌물공여' 판결 내용 법리 해석 모순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뉴데일리DB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국정농단' 사건 파기환송심에서 실형을 선고 받아 재수감된 가운데 법조계 안팎에서 판결 내용을 두고 논란이 일고 있다.

    상당한 양형 참작 요인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법리 해석에 모순을 빚으면서까지 반대 여론을 의식해 '눈치보기성' 판결을 내렸다는 지적이다.

     "판결 내용 모순 투성이…양형 참작 요인도 배제"

    서울고법 형사1부(정준영 부장판사)는 18일 이 부회장에 대한 선고 공판에서 86억 원의 뇌물 공여 혐의를 모두 인정해 징역 2년 6개월의 실형을 선고하고 법정 구속했다. 

    재판부는 판결에서 "이 부회장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뇌물 요구에 적극적으로 응했고, 묵시적이긴 하나 대통령의 권한을 사용해 승계 작업을 도와 달라는 취지의 부정 청탁을 한 점을 감안할 때 실형 선고와 법정구속이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이는 '뇌물죄'에서 가장 중요한 유무죄 판단 근거로 작용하는 '대가성'을 인정한 것으로 이 부회장이 사실상 자발적으로 경영권 승계를 위해 청탁성 뇌물을 박 전 대통령에게 줬다고 결론 낸 것이다.

    하지만, 재판부는 양형 부분에서 "박 전 대통령이 먼저 뇌물을 요구했고, 대통령이 뇌물을 요구할 시 거절이 매우 어려운 점을 참작했다"며 뇌물공여 행위가 불가항력적이었던 점을 인정하는 모순을 범했다.

    이에 대해 법조계의 한 관계자는 "재판부가 이 부회장의 '자발적인 뇌물공여 의사'를 실형 선고 이유로 들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어쩔 수 없이 뇌물을 줄 수밖에 없었던 상황을 인정한 셈"이라며 "누가 보더라도 앞뒤가 맞지 않는 논리로 법리 해석의 오류"라고 지적했다.

    이어 "뇌물이란 것이 주고받는 쪽의 이해 관계가 서로 얽혀 있기도 하지만 이번 사안은 절대 권력자의 요구로 불가항력적인 측면이 강했다고 보는 것이 상식에 맞을 것"이라며 "뇌물공여자가 어떤 외압에 의해 부득이 뇌물을 제공했을 경우에는 선처하는 게 일반적"이라고 덧붙였다.

     "준법위 실효성 판단은 시기상조…여론 의식한 '눈치보기성' 판결"

    재판부가 문제 삼은 '준법감시위원회'의 실효성 문제를 놓고도 준법위 역할에 대한 평가는 시기상조라는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재판부는 이 부회장 측이 제시한 준법위 구성과 활동 계획에 대해 "경영권 승계와 관련한 불법행위를 통제하려면 삼성그룹 계열사 대부분에 대해 실효적인 준법감시가 이뤄져야 하는데 현재의 준법감시위 만으로는 이를 감당하기 무리가 있다고 판단된다"고 판시했다.

    이같은 판결 내용에 대해 법조계 안팎에서는 재판부가 양형 참작 요인으로 준법감시제도를 만들라고 해놓고 여론이 악화하자 객관적인 지표도 없는 '실효성'을 핑계 삼은 것이란 해석이 나오고 있다. 특히 준법위 활동을 평가하는 전문심리위원 대부분이 실효성과 지속가능성에 대해 긍정적인 평가를 내렸음에도 불구하고 재판부가 양형에 참작하지 않은 점은 전문심리위원들의 의견을 묵살한 처사란 비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천재민 법무법인 바른 변호사는 "재판부는 '최고 경영진이 범할 수 있는 위법행위의 유형화에 대해 구체적이지 않다'고 밝혔는데 이는 시간이 필요한 사안으로 지금 단계에서 실효성을 운운하는 것은 시기상조"라며 "준법감시위 역할에 한계가 있다는 점은 제도상 근본적인 문제이지 삼성 측에서 의도적으로 소홀했다고 보기에 어렵다"고 주장했다.

    이창현 한국외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도 "재판부는 당초 준법감시기구를 통해 양형상 변화를 주려고 했으나 일각에서 비판 여론이 일자 이를 의식한 것 같다"며 "삼성이 세계적으로 차지하고 있는 위치와 우리나라 경제에 대한 기여도 등을 고려했을 때 실형이 정말 불가피한 것이었는지 따져봐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