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로 인터넷TV 가입자 늘린 노하우… 콘텐츠 시너지SKT, 웨이브와 보완제 기능 가능하다는 확신들 떄 협력할듯처음은 LG유플러스로 시작… 향후 통신3사 모두 제휴 예상
  • ▲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 디즈니플러스 ⓒ디즈니플러스 홈페이지
    디즈니가 운영하는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 '디즈니 플러스'의 첫 파트너사로 LG유플러스가 유력하다는 전망이 나온다. 아직 협상이 진행중인 만큼 속단하긴 이르지만, 전문가들은 여러가지 상황을 종합해봤을때 LG유플러스와 협력할 가능성을 높게 점치고 있다.

    21일 통신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는 디즈니 플러스와 계약을 위한 협상을 진행중이다. 이통3사 모두 큰 관심을 보이고 있지만 아직 계약 상대는 정해지지 않았다.

    디즈니플러스는 2019년 11월 북미지역에서 서비스를 시작한 이후 지난해 12월 초까지 가입자 8680만명을 확보하며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가입자 5000만명 달성에 8년이란 시간이 걸렸으나 이를 1년 남짓한 기간에 넘어섰다.

    시장 점유율 확대를 노리는 이통3사도 유치 경쟁에 나섰다. 인터넷(IP)TV 신규 가입자 확보를 위해서는 디즈니 플러스의 방대한 콘텐츠가 필요하기 때문이다. 디즈니플러스 역시 이통사를 통해 현지에 진출하는 것이 시장 공략에 더 유리하다.

    최근 LG유플러스가 디즈니플러스를 단독 유치했다는 보도가 나온 것도 이러한 배경에서 비롯됐다. LG유플러스는 "아직 결정된 바가 없다"며 부인했지만 이통3사 모두 계약을 원하고 있다면서 여지를 남겼다.

    디즈니 플러스의 제휴사로 LG유플러스가 유독 관심을 받고 있는 것은 이통3사 가운데 여러가지 조건에 가장 잘 부합하기 때문이다. 이미 시장에선 LG유플러스가 가장 좋은 조건을 디즈니 플러스에 제시했다는 말이 돌고 있다.

    LG유플러스는 2018년 넷플릭스 독점제휴로 IPTV 사업에서 가입자를 대폭 늘린 경험이 있는 만큼, 이번 제휴에 공을 들이고 있다. 넷플릭스를 성공적으로 론칭하면서 콘텐츠 유통 등에 필요한 운영 노하우를 쌓았고, 이를 디즈니 플러스 측에 강점으로 어필할 수 있다.

    월트디즈니컴퍼니는 미국에서는 자체 디즈니 플러스 플랫폼을 통해 온라인 동영상서비스사업을 펼치고 있다. 하지만 일본에서는 현지 이동통신사인 NTT도코모와 전략적 제휴를 맺고 이통사의 플랫폼 안에서 디즈니플러스 콘텐츠를 서비스하고 있다.

    디즈니 플러스의 강점은 콘텐츠에 있다. 디즈니를 대표하는 애니메이션 외에도 마블 시리즈, 스타워즈 시리즈 등을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가 성인, 마니아층이 선호하는 오리지널 콘텐츠를 많이 보유하고 있다면 디즈니 플러스는 유아·아동 대상 콘텐츠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다.

    LG유플러스와의 협력이 기대되는 이유도 이 때문이다. LG유플러스는 유아동 전용 플랫폼인 'U+아이들나라'를 강화하며 에듀테크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아이들나라와 디즈니플러스 콘텐츠가 제휴하면 시너지를 발휘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유료방송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좋은 평가를 받은 것도 제휴가 유력한 이유 중 하나다. 디즈니 플러스가 서비스를 빠르게 확대하기 위해선 이통사들의 IPTV(인터넷방송서비스) 셋톱박스가 필요하다.

    LG유플러스는 지난해 유료방송 이용자 만족도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가입, 설치, 이용, AS, 상품변경, 해지 등 유료방송 서비스 전 단계 만족도 조사에서 선두를 기록하며 지난해 3위에서 올해 1위로 도약했다.

    보통 넷플릭스는 '약한고리' 전략을 펼치는 것으로 유명하다. 하위 통신사와 우선 계약한 뒤 상위 업체를 포위하는 전술이다. 이와 달리 디즈니 플러스는 1위 사업자와 계약하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하지만 SK텔레콤의 경우 상황이 다르다. SK텔레콤 입장에선 지상파와 함께 설립한 OTT 서비스 '웨이브'를 육성하는 게 우선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어서다. 이 때문에 SK텔레콤이 적극적으로 제휴에 나서기보다 시간을 갖고 천천히 협력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김용희 숭실대학교 교수는 "디즈니 플러스가 3위 사업자인 LG유플러스와 먼저 제휴를 맺는 것이 상호발전을 위해 가장 바람직해 보인다"면서 "SK텔레콤은 웨이브와 디즈니 플러스가 보완제로서 작동한다는 확신이 들면 본격적으로 움직일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다만, 마케팅 비용은 변수로 남아있다. LG유플러스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은 2018년 이듬해 마케팅비는 2조 2460억원으로 전년대비 8.7% 증가했다. 디즈니 플러스와의 마케팅 비용 여부가 LG유플러스에게 쉽지 않은 결정이 될 수도 있다.

    KT는 지난해 8월 넷플릭스와 제휴를 맺고 올레 tv에서 넷플릭스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다만, 자사 OTT 서비스 시즌(Seezn)을 앞세워 공세를 강화하고 있어 디즈니 플러스와의 제휴에 신중한 모습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해외 사업자들은 3위 사업자와 먼저 계약하고 다른 사업자와 협상을 진행하는 것이 일반적"이라면서 "해외 OTT와 손을 잡은 다음에 어떤 전략을 내세우느냐가 더 중요하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향후에는 통신3사 모두 디즈니 플러스와 계약을 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넷플릭스와 마찬가지로 특정 업체와 제일 먼저 계약을 한 이후 그 기준으로 다른 업체와도 계약에 나설 것이라는 전망이다.

    정덕현 대중문화평론가는 "현재 이통3사 가운데 상대적으로 힘이 적은 위치에 있는 업체가 디즈니 플러스와 먼저 협력을 시작하지 않을까 생각한다"면서도 "협력 이후에는 3사 모두 결국엔 경쟁구도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