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총리, 몸살 이유로 24일 고위 당정협의 불참… 해석 분분與 퍼주기 정책에 동네북 전락… "재정은 화수분 아냐" 일침김동연 前부총리도 소주성·최저임금 두고 靑과 대립각추가 개각 여지 남아… 경제컨트롤타워 교체 여부 관심
  • ▲ 발언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연합뉴스
    ▲ 발언하는 홍남기 경제부총리.ⓒ연합뉴스
    문재인 정권이 중국발 코로나19(우한 폐렴)로 촉발된 국가적 경제위기에 경제컨트롤타워 때리기를 계속하고 있어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여권내 잠룡들이 사공을 자처하고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에 좀처럼 힘이 실리지 않으면서 위기의 한국호가 산으로 가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정치권과 기재부 등에 따르면 홍 부총리는 전날 서울 종로구 삼청동 총리공관에서 열린 고위 당정협의회에 불참했다. 불참 이유는 몸살감기로 전해졌다.

    이날 모임에서는 정부 방역지침을 따른 자영업자 손실을 보상하는 내용의 손실보상법과 협력이익공유법 등에 관한 논의가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선 홍 부총리의 불참을 두고 최근 제4차 재난지원금과 손실보상법을 둘러싼 논란에 대해 간접적으로 불편한 심정을 전달한 것 아니냐는 분석도 제기된다.

    최근 정세균 국무총리는 자영업 손실보상제 법제화 지시와 관련해 김용범 기재부 1차관이 "법제화한 나라는 찾기 어렵다"며 우회적으로 반대 뜻을 밝히자 "이 나라가 기재부의 나라냐"라며 "개혁 과정엔 항상 반대 세력, 저항 세력이 있다"고 기재부를 몰아세워 논란이 일었다.

    홍 부총리는 지난 22일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몇몇 의원이 입법 초안을 제시한 상태이기도 해 기재부도 내부 점검을 하는 상황"이라며 "가능한 한 도움을 드리는 방향으로 검토하겠다"고 진화에 나섰다. 하지만 홍 부총리는 "소요 재원은 어느 정도 되고 감당할 수 있는지 등을 짚어보는 것은 재정당국이 해야 할 소명"이라며 "재정은 화수분이 아니다. 내년 국가채무가 1000조원을 돌파한다. 국가채무 증가 속도를 지켜보는 외국인 투자자, 국가신용등급 평가기관들의 시각도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세종관가에서는 홍 부총리의 화수분 발언을 두고 정 총리에게 일격을 가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기재부는 일각서 제기하는 정 총리와 홍 부총리 갈등설을 부인했다.

    그동안 홍 부총리와 사사건건 충돌했던 이재명 경기도지사는 홍 부총리를 겨냥해 "재정 건전성을 외치면서 무조건 적게 쓰는 것이 능사냐"고 또다시 날을 세웠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손실보상제와 관련해 "기재부가 (정치권과 달리 신중하게 접근하는 것은) 국민 재산을 지키는 부처로서 소임을 다하는 것"이라며 "법적 근거가 없어 지원을 못 하는 건 아니다. 법제화가 아니라 결국 예산과 재정의 문제다"고 부연했다. 김대종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부총리로선) 공기업을 포함하면 국가부채비율이 100% 가까이 되는 상황에서 나랏빚이 급속히 늘어나는 게 부담스러울 것"이라며 "지금처럼 퍼주기 정책을 계속하면 국가신용등급 하락은 물론 제2의 외환위기가 올 수도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고 덧붙였다.
  • ▲ 고위 당정청협의 모습.ⓒ연합뉴스
    ▲ 고위 당정청협의 모습.ⓒ연합뉴스
    세종관가에서 글로벌 경제위기 상황에서 여권이 경제컨트롤타워를 일방적으로 흔들어대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재·보궐선거와 대선을 앞두고 경제논리가 표를 의식한 포퓰리즘(대중영합주의)에 묻힌다는 지적이다. 익명을 요구한 한 경제관료는 "김동연 전 부총리가 2018년 국회 경제정책 질의 때 '한국 경제가 위기에 직면했다'는 지적에 '경제에 관한 정치적 의사결정의 위기인지도 모르겠다'고 했는데 지금도 마찬가지인 것 같다"고 말했다. 문재인 정부는 집권 초기부터 부동산 등 주요 경제정책을 청와대가 주도하면서 기재부와 마찰을 빚어왔다. 김 전 부총리는 당시 장하성 청와대 정책실장과 소득주도성장(소주성)을 놓고 견해차를 보여 경제컨트롤타워가 누구냐를 두고 논란을 빚기도 했다.

    김 전 부총리로부터 바통을 넘겨받은 홍 부총리도 사정은 비슷하다. 홍 부총리는 취임 초기만 해도 청와대나 여당에 끌려다니는 모습을 보였지만, 지난해 추가경정예산(추경)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급증하는 나랏빚과 그에 따른 재정건전성 문제로 여당과 충돌하는 모습을 보여왔다. 급기야 주식 양도소득세를 부과하는 대주주 기준을 확대하는 정부안이 표를 의식한 더불어민주당의 반대에 막혀 무산되자 책임을 통감한다며 사의를 표명했고 문 대통령이 이를 반려하는 촌극을 연출하기도 했었다.

    정치권과 세종관가 일각에선 홍 부총리 교체설이 꾸준히 제기된다. 지난 20일 단행한 개각에서 홍 부총리는 일단 유임됐다. 하지만 유임에 대한 기재부 내부 분위기는 엇갈렸다. 홍 부총리가 그동안 기재부 내부 인사 문제를 제대로 풀지 못했고 당정에 번번이 끌려만 다녔다는 부정적인 평가가 제기됐다.

    세종관가에선 그동안 교체설이 제기됐던 고용노동부·농림축산식품부·해양수산부·산업통상자원부 등이 개각명단에서 빠지면서 추가 개각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적잖다. 차기 대권주자 중 한 명으로 거론되는 정 총리가 자리에서 물러나는 시점에 또 한 번의 개각이 있을 거라는 관측이 제기된다. 문 대통령이 경제위기 상황에서 경제컨트롤타워에 한 번 더 힘을 실어줄지 교체카드를 꺼낼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