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증권사들 연초부터 잦은 시스템 장애…매년 끊이지 않는 오류에 보상액도 급증역대급 증시 호황에 공격적 이벤트로 투자자 유인…정작 시스템은 못 따라와핀테크 기반 증권사 MTS 출시에 개인투자자들 기대…토스증권 사전신청 첫날 4만명 몰려
  • 주요 증권사들이 올해를 디지털 원년으로 내세웠지만 연초부터 전산 오류가 연이어 발생하면서 빈축을 사고 있다. 잦은 시스템 오류에 투자자들 사이에선 자체 모바일트레이딩시스템(MTS) 출시를 앞둔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에 기대하는 모습도 나타나고 있다.

    2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연초부터 키움증권, KB증권, NH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SK증권 등 증권사 다수가 운영 중인 MTS와 홈트레이딩시스템(HTS)에서 오류가 발생하거나 접속이 지연됐다.

    대체로 주식 잔고 조회, 이체 업무와 주문, 오픈뱅킹 서비스 등 주식 거래와 직접적으로 관련된 주요 서비스에서 문제가 발생하면서 투자자들은 큰 불편을 겪었다. 

    증권업계 전산사고는 매년 끊이지 않고 있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2018~2020년 중 10개 주요 증권사에서 총 52건의 시스템 장애 사고가 발생했고, 이에 따른 투자자 민원도 1만2708건이 접수됐다. 연평균 17건의 전산 사고, 4236건의 민원이 발생한 셈이다.

    지속된 오류에 투자자 보상금액도 불어나고 있다. 

    미래에셋대우·한국투자증권·NH투자증권·키움증권·하나금융투자·신한금융투자 등 국내 주요 증권사 6곳이 지난해 HTS·MTS 오류로 투자자들에게 보상한 금액은 총 91억3853만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 2019년보다 9.43배 불어난 수치다.

    올해 특히 전산장애가 연이어 발생한 이유는 국내외 증시가 역대급 호황을 보이면서 개인투자자들의 투자 열풍이 더욱 거세지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지난 26일까지 올해 들어 17거래일 동안 개인들이 유가증권시장과 코스닥시장에서 순매수한 금액은 20조원을 돌파했다. 지난해 개인 순매수액 50조원을 돌파하는 데엔 53거래일이 걸렸다.

    특히 언택트 투자 열풍 속에 MTS 거래 이용량이 급증하는 추세여서 시스템 오류로 인한 피해 역시 늘어날 가능성이 더욱 높아지고 있다.

    MTS의 활용은 개인투자자들이 주도하는 영역으로, 지난해 이를 활용한 개인 거래 비율은 코스피에서 54.8%, 코스닥에서 53.9%로 집계됐다. 이 기간 코스피 주식 거래량에서 MTS 비중이 46.8%, HTS 36.6%를 차지했다. 코스닥 시장에서도 MTS가 차지하는 비중은 49.2%로 절반에 육박했다.

    비대면 투자자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증권사들은 앞다퉈 각종 비대면 고객 서비스와 이벤트를 통해 유인에 나섰지만 정작 전산 환경은 늘어난 투자자들을 감당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최근 증권사들이 너나 할 것 없이 신년 계획에서 디지털 플랫폼 경쟁력을 강화를 화두로 내세운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다.

    올해 전산 오류가 발생한 증권사 한 관계자는 "지속적인 투자를 통해 서버 증설 등 시스템 개선 노력을 해오고 있다. 평시 거래량 최고치의 2배 넘게 서버 여력을 확보하고 있지만 최근엔 서너 배씩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어 여기에 맞춰 보완한 상태"라면서 "그런데도 그보다 투자자들이 늘어나는 속도가 빠르다"고 토로했다.

    문제가 잇따르자 투자자들 사이에선 올 상반기 자체 MTS 출시를 앞둔 핀테크(금융기술 융합서비스) 기반 토스증권과 카카오페이증권 등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토스증권은 이달 MTS 서비스 오픈을 앞두고 사전 신청을 진행, 지난 27일 신청 첫날에만 4만명 가까이 몰렸다. 

    한 개인 투자자는 "지난해부터 올해까지 주식 거래 과정에서 시스템 과부하로 인한 오류로 답답함은 물론 실제 적절한 대응을 할 수 없어 손실이 늘어난 경험이 여러 차례 있었다"면서 "핀테크 기반 증권사들의 MTS 역시 검증은 필요하겠지만 IT가 기반이라는 점에서 안정적인 기술력에 거는 기대가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