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양동 아동병협회장 “백신 자체 온도 중요한데… 시스템 부재” 온도측정 센서·실시간 로그 기록 등 ‘질병청 지침 개정’ 필수 CDC 등 국제기준상 ‘듀얼 측정’ 실시… 국내에선 ‘일 2회’ 수기작성이 전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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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달 초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시작되지만 견고하지 못한 ‘콜드체인’이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지난해 이미 독감백신 상온노출을 경험해 유통과정에서 상온노출 등 문제는 개선됐지만, 의료기관에서 제대로 백신을 보관할 수 있는지에 대한 의구심이 증폭되고 있다. 아직 우리나라는 국제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과거형 보관법에 머물러 있기 때문이다. 

    29일 본지를 통해 박양동 대한아동병원협회장은 “질병관리청에 건의했지만 받아들여지지 않은 의료기관 내 백신보관 관련 중요한 문제가 있다”고 운을 뗐다. 

    그는 “CDC(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 기준에 근거해 백신은 냉장고 온도와 백신 자체의 온도를 각각 실시간으로 확인하는 것이 중요한데, 국내 지침상 개별 의료기관에서 냉장고 온도만 수기로 일 2회(오전, 오후) 작성하면 된다”고 지적했다.

    방역당국은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중차대한 사안임을 감안해 이를 수행할 의료기관에는 ‘24시간 모니터링이 가능한 내부 온도계’ 설치를 조건으로 내걸었지만, 백신 자체 온도 기록은 빠졌다. 

    통상 문을 자주 여닫는 냉장고 온도와 백신 자체의 온도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에 따라 ‘백신 온도측정 센서’가 필요하다. 특히 수기작성이 아닌 ‘로그 기록’을 통한 실시간 온도 관리가 수반돼야 측정 오류나 조작을 막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박 회장은 “전에 없던 과도한 기준을 요구하는 것이 아니다. 글로벌 백신관리 규정을 준수하자는 얘기다. 관련 내용은 CDC에서 만든 VFC(Vaccine For Children)라는 범용적 기준이다”라고 강조했다.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코앞으로 다가왔지만 여전히 콜드체인의 한계가 도사리고 있다”는 그는 “미국이나 유럽에서는 듀얼 측정 방식으로 백신을 관리 중인데도 문제가 발생하고 있는데 우리는 이보다 견고하지 못한 관리지침이 적용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앞서 정부는 250곳의 ‘예방접종 센터’에서는 초저온 냉동 보관이 필요한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화이자, 모더나)을, 1만곳의 ‘위탁의료기관’에서는 바이러스벡터 백신(아스트라제네카, 얀센)을 접종하는 계획을 수립했다. 

    이처럼 국내에 도입되는 코로나 백신 특성에 따라 접종 장소로 다르고 보관방법도 상이한데 국제기준에 못 미치는 지침을 근거로 정확한 기준의 콜드체인을 유지할 수 있을지 우려가 커지고 있다.

    문제는 이미 정부와 국회는 ‘백신 듀얼 측정’이 필요한 상황임을 인지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보건복지위원회 의원들은 백신 유통과 보관, 접종이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 모범사례로 박 회장이 운영 중인 창원 서울아동병원을 방문했고, 안전관리 대책을 모색한 바 있다. 

    당시에도 박 회장은 본지에 언급한 것과 마찬가지로 ‘백신 자체 온도’를 실시간으로 파악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고, 방역당국에 건의서도 제출했다. 그런데도 이러한 주장은 제대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그는 “내달 접종이 시작돼 우려가 크지만 지금부터라도 명확한 기준을 잡도록 해야 한다”며 “코로나19 백신 접종이 단기간에 끝날 상황은 아니므로 성급한 계획이 아니라 근본적인 체계를 유지할 수 있도록 조치를 취해야 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