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버금가는 '최대 성장' 예고자동차 생산 중단 여파 지속 '품귀현상''애플카' 촉발 자율주행차 시대… 차량당 최대 '2000개' 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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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코로나19로 생산이 줄었던 여파로 올해 차량용 반도체 몸값이 높아질 기미가 나타나고 있다. 이미 차량용 반도체 품귀현상이 빚어지고 있는 가운데 세계 최대 파운드리사인 대만 TSMC가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최대 15% 인상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고 이 같은 분위기가 확산될 조짐이 보인다.

    여기에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 판매가 확대되며 올해 신차에 탑재되는 차량용 반도체 가격은 평균 550달러(약 62만 원)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

    7일 시장조사업체 IC인사이츠에 따르면 올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은 지난해 대비 16% 성장하며 D램과 낸드플래시 등 메모리 반도체 다음으로 반도체 분야에서 큰 폭의 성장률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전체 반도체 시장에서 올해 두자릿수 성장률을 이어갈 것으로 관측되는 분야는 메모리 반도체와 차량용 반도체가 유일하다. 그 중에서도 차량용 반도체는 현재 전체 반도체 시장의 10%를 차지하는 수준으로 규모 자체는 크지 않지만 성장률 측면으로는 메모리에 버금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주목을 한 몸에 받고 있다.

    최근 차량용 반도체 시장에는 공급 부족이 이어지는 '품귀 현상'으로 더 이목이 쏠리는 상황이다. 지난해 코로나19로 수요가 줄고 생산에 차질이 생겼던 완성차업계가 자연스럽게 차량용 반도체 주문을 줄였다. 이에 발 맞춰 반도체 제조사들도 코로나19로 수요가 급증한 PC와 스마트폰, 서버 등 다른 반도체 수요처에 먼저 대응하면서 차량용 반도체 공급 자체가 줄어든 상태다.

    게다가 반도체업체들 입장에선 상대적으로 저마진인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빨리 줄이고 당장 수요가 넘치는 곳에 자본을 투입할 수 밖에 없었다. 그나마 지난해 가을에 들어서야 완성차 생산이 다시 정상 궤도에 오르면서 차량용 반도체 생산 필요성이 드러나기 시작했다.

    하지만 완성차업체들이 너도 나도 반도체 공급을 원하기 시작했을 때 이미 품귀현상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 없었다. 현재는 미국 최대 자동차 기업 GM이 반도체 공급 부족으로 미국 공장 3곳의 가동을 중단하고 한국에 두고 있는 공장에서도 감산을 시작했다. 그 외에 폭스바겐, 아우디, 포드, 혼다, 도요타 등 주요 완성차업체들이 모든 모델에 반도체 탑재가 어려워 주요 모델 중심으로만 생산에 나서고 있다.

    대만 최대 파운드리사 TSMC를 비롯해 차량용 반도체 시장 2, 3위인 네덜란드 NXP와 일본 르네사스 등도 다시 생산 확대에 시동을 걸었지만 이번에는 가격 문제가 발목을 잡을 가능성이 제기된다.

    외신에 따르면 TSMC가 당장 이달 말부터 차량용 반도체 가격을 최대 15% 인상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낸데 이어 2,3위 업체들도 잇따라 이 같은 행렬에 동참할 것이라는데 무게가 실린다. 결국 차량용 반도체 공급 이슈는 해결되더라도 상위 3사의 가격 인상으로 또 한번 완성차 생산에는 걸림돌이 생길 위기에 있다는 것이다.

    올해 이처럼 차량용 반도체가 몸값을 높이게 된데다 자율주행이나 전기차 등 차세대 모빌리티에 탑재되는 반도체 개수 자체가 늘며 신차 한대에 들어가는 반도체 비용만 550달러를 넘어서게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왔다.

    IC인사이츠는 "차량용 반도체 공급 부족 사태와 더불어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판매 확대로 올해 기준 신차 한대에 탑재되는 반도체 평균 가격이 550달러 이상으로 오르게 될 것"이라고 예상했다.

    현재의 내연기관 차에는 반도체가 200~300개 가량 소요된다. 반면 자율주행차에는 최대 2000개 이상의 차량용 반도체가 탑재될 것이라고 추정되며 단순 계산으로도 현재의 10배 이상 반도체가 필요해질 것으로 전망된다.

    최근 애플이 자율주행 전기차 개발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자율주행차 시대에 본격 대비에 나설 필요성도 대두되고 있다. 이와 맞물려 종합반도체 기업이지만 차량용 반도체 생산을 거의 하지 않고 있는 삼성전자가 글로벌 차량용 반도체 전문 기업을 대상으로 대규모 인수·합병(M&A)에 나설 가능성도 커져 귀추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