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전히 병원장은 ‘묵묵부답’… 명확한 입장표명 필요전공의 모집 관여 어렵지만 약제부장은 원내 ‘주요보직자’
  • 한일병원이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딸 조민씨가 인턴으로 합격했고 이에 따른 논란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80년이 넘는 역사를 가진 병원이지만 요즘처럼 화제의 중심에 서 있던 적은 없었다. 

    본지는 <[단독] 조민, 한일병원 사실상 합격…與 정청래 의원 아내도 요직에 근무> 제하의 기사를 통해 몇 가지 사실관계를 확인해 보도했다. 

    모집 정원 3명에 3명이 지원했고 모두 면접을 봤다는 것과 인턴 발표 전날인 3일 오후 병원 측에서 조씨를 합격시키기로 했다는 제보를 기반으로 했다. 

    또 여권 핵심인사인 정청래 의원의 아내가 약제부장으로 근무 중이라는 것을 파악하고 관련 내용을 기사에 담았다. 당시에는 약제부장으로 특정하지 않고 진료지원부서의 장으로 표현했다.

    통상 수련병원에서 인턴 모집에 관여하는 부서는 교육수련부다. 비슷한 이름으로 한일병원은 교육연구부가 관련 업무를 맡고 있다. 사실 전공의 모집과정에서 약제부장이 직접 개입하기는 어려운 구조다. 

    그럼에도 관련 제보를 묵인할 수 없었던 이유는 공개 석상에서 조씨 일가를 옹호하는 발언을 해왔던 여권 인사의 아내였고 약제부장은 원내 주요보직자라는 사실 때문이다. 중요한 행사가 있으면 원장급과 같이 참석해 자리를 빛내야 하는 위치에 있다는 것이다. 

    물론 정치적 색깔을 담아 인턴 모집에 영향력을 행사하지 않았다고 믿는다. 그러나 우연처럼 겹치는 사실을 모른 척 넘어가기엔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다. 지금은 공공기관으로 분류되지 않지만, 한전 산하 병원이라는 점도 간과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결국 대답은 조씨를 선택한 병원장 몫으로 남았다. 대법원이 부산대 의학전문대학원 입학 취소를 판결할 경우, 무자격자 의료행위가 공공연한 사실로 드러나는 부담감을 안고서 합격을 결정한 것은 쉽지 않은 판단이었을 것이다. 

    본지는 병원장의 입장을 확인하고 싶었지만 대답이 없었다. 통화 시작과 동시에 종료버튼을 눌러 입을 닫은 것은 어깨에 올라간 무거운 짐 때문이라고 판단한다. 그렇지만 무대응으로 일관하기는 사회적 파장이 너무 커졌다. 일련의 논란에 대해 명확한 답변이 필요한 때다. 

    한편, 한일병원은 지난 2019년 발표된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유방암 적정성평가에서 전국 최하위 점수로 5등급을 받았다. 상급종합병원은 물론 대다수 수련병원은 1등급이었고 당시 의원급도 3등급을 획득했다. 

    지역거점병원이라고 자부하기에는 암울한 성적을 받았지만 재도약의 성과가 증명되지 않은 채 인턴 모집과 관련 논란으로 화제에 올라 아쉬울 따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