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플라스틱 재활용해 순환체계 구축SK종화, 美 열분해 업체와 맞손… 상반기 중 사업성 확보SKC, 울산시에 연산 3.5만t 규모 설비투자'순환경제 통한 친환경 자원화' 추진 눈길
  • ▲ SK이노베이션 환경기술원 연구원이 열분해유를 들어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 SK이노베이션 환경기술원 연구원이 열분해유를 들어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
    SK그룹이 폐플라스틱을 재활용해 다시 새 플라스틱으로 생산하는 순환체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코로나19 확산으로 가중된 폐플라스틱 문제의 근본적인 원인을 해결하겠다는 것이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SK종합화학과 SKC는 열분해유 제조기술로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에 나선다. 이 기술은 폐플라스틱을 열로 분해시켜 원료를 추출해 석유화학제품 원료인 나프타로 재활용하는 기술로, 플라스틱 선순환 체계 구축의 핵심 기술로 꼽힌다.

    SK종합화학은 현재 제주클린에너지와 협력해 열분해유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이들이 개발하고 있는 열분해유 기술은 색이 들어갔거나 음식물이 묻는 플라스틱 재활용에 특화돼 있다.

    SK이노베이션 측은 "열분해유로 플라스틱과 같은 석유화학제품을 다시 만들려면 불순물 관리가 중요하다. 현재 국내 열분해유 관련 업체는 대부분 폐플라스틱에 묻은 불순물을 완벽하게 제거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석유화학업계에서 오래 쌓아온 경험과 연구 역량을 바탕으로 불순물을 대폭 줄이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일부 폐플라스틱은 재료의 특수성, 내외부의 오염 등의 이유로 재활용이 어렵다. 음식물 포장용 랩 등 폴리염화비닐(PVC)류 폐플라스틱은 재활용 과정에서 유해물질인 염화수소가 발생해 재활용이 불가능하다.

    플라스틱 중 'OTHER'류는 여러 소재를 섞어 만든 것이다. 플라스틱은 단일 소재를 모아 재활용하기 때문에 OTHER처럼 여러 소재가 섞인 제품은 재활용이 어렵다.

    색이 들어간 플라스틱이나 음식물 흔적이 지워지지 않은 플라스틱도 재활용이 안 된다.

    폐플라스틱은 먼저 분류·세척하고 잘게 분해한 다음 재활용 원료가 된다. 이 때 이물질이 들어가면 플라스틱 재활용 원료의 품질이 떨어진다. 폐플라스틱에 들어간 색소나 음식 찌꺼기는 일종의 이물질이다.

    환경부가 지난해 말 재활용품 분리배출 규정을 개정해 투명한 페트병을 따로 모으는 것도 이 때문이다.

    SK이노베이션의 열분해 기술 개발의 최종 목적은 열분해유를 가공해 다시 플라스틱을 만드는 것이다.

    이를 위해 최근 미국 열분해 전문 생산업체 브라이트마크(Brightmark LLC)社와 손을 잡았다. 브라이트마크는 폐플라스틱과 같은 폐자원의 선순환 체계 구축을 목표로 폐자원으로부터 재생연료, 천연가스 등을 생산한다.

    SK종합화학은 브라이트마크와 협력해 대규모 열분해 기술을 도입하면 다양한 소재가 혼합돼 재활용이 어려워 플라스틱 수거 대란의 주범으로 꼽히는 폐비닐의 재활용 비중을 한층 더 높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SK종합화학은 SK이노베이션 환경과학기술원의 축적된 정밀화학 기술을 활용해 열분해유로 나프타를 대체해 플라스틱 제품의 원료로 투입할 수 있는 후처리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은 폐플라스틱에서 뽑아낸 열분해유로 다시 플라스틱 신제품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에서 온실가스 저감 및 플라스틱 선순환 경제를 구축하는 획기적인 기술로, 폐플라스틱이 환경 문제로 악순환 되는 것을 차단할 수 있는 대안으로 평가받고 있다.

    SK종합화학 측은 "양사가 폐플라스틱 환경 문제 해결을 위해 장기적 협력관계를 구축해 각자 보유한 폐플라스틱 열분해 및 후처리 기술 노하우로 상반기 내 국내 열분해 상용화 및 설비투자를 위한 사업성 확보 방안 검토를 완료할 방침"이라고 설명했다.

    아직 열분해유를 이용해 플라스틱을 만들지는 못했지만 지난해 폐플라스틱에서 열분해유를 뽑아내 솔벤트와 윤활기유 등 화학제품 시제품을 만드는데 성공했다. 솔벤트는 페인트 희석제, 화학공정 용매 등에 쓰이는 화학제품이며 윤활기유는 엔진오일을 비롯해 다양한 윤활유의 주원료다.

    폐플라스틱 처리 기술을 개발하고 있는 이성준 SK이노베이션 환경기술원장은 "폐플라스틱 열분해유의 품질 확보와 관련 산업의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수율 제고, 석유화학 공정 내 투입을 위한 불순물 저감 등 핵심 기술이 매우 중요한 만큼 역점을 두고 개발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 ▲ SK종합화학 열분해유 생산 공정 도식표. ⓒSK이노베이션
    ▲ SK종합화학 열분해유 생산 공정 도식표. ⓒSK이노베이션
    SKC는 현재 유통되는 모든 플라스틱을 열분해유로 만들 수 있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SKC는 지난해 말 울산시와 '친환경 자원화 사업 신설투자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폐플라스틱으로 산업용 열분해유를 만드는 친환경 자원화 사업을 추진하기로 했다.

    SKC와 쿠웨이트 국영석유회사인 PIC의 합작사 SK피아이씨글로벌이 친환경 자원화 설비 공장 투자를 통해 지역 순환경제 실현에 기여하고 울산시는 신설 투자 관련 인·허가와 인센티브를 지원한다.

    이를 위해 SK피아이씨글로벌은 상업화 기술을 가진 해외 글로벌 기업과 협력하고 있다. 빠르게 착공해 2023년에 완공한다는 구상이다.

    플라스틱과 비닐을 만드는 공정을 거꾸로 구현한 신설 공장에서는 재활용이 안 되는 비닐 등 폐플라스틱으로 매년 6만t의 폐비닐, 폐플라스틱을 가공해 3만5000t의 친환경 열분해유를 생산한다. SKC가 개발 중인 기술은 PVC는 물론, OTHER류까지 열분해유로 만들 수 있다.

    SKC 관계자는 "플라스틱 종류별로 열분해유로 분해되는 효율이 다르기 때문에 열분해 기술을 사용하더라도 모든 플라스틱을 재활용하는 업체는 드물다"며 "SK피아이씨글로벌의 열분해유 기술을 사용하면 PVC나 OTHER도 다른 플라스틱과 비슷한 수준으로 분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당장은 SK피아이씨글로벌 울산공장 보일러 연료를 사용하겠지만, 향후에는 불순물 제거 수준을 높여 나프타 등 고부가 플라스틱 원료로도 활용할 계획이다. 이렇게 되면 폐플라스틱으로 플라스틱을 만드는 순환경제가 이뤄지게 된다.

    한편,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ESG경영의 중요성을 재차 강조하자 SK계열사들은 올해를 ESG경영의 원년으로 삼고 구체적인 실행 방안을 내놓고 있다.

    앞서 최태원 회장은 재계 'ESG 리더'로서 공식석상에서 여러 차례 ESG의 중요성을 강조한 바 있다.

    최 회장은 지난해 12월 열린 상하이 포럼에서 "기업들이 친환경 사업, 사회적 가치, 신뢰받는 지배구조 등을 추구하는 ESG경영으로 근본적인 변화를 이뤄나가야 한다"며 "ESG 가치 측정 체계가 고도화할수록 기업들의 경영 전략 및 행동 변화도 가속화할 것"이라고 밝혔다.

    올해 신년사에서도 "사회와 공감하며 문제 해결을 위해 함께 노력하는 '새로운 기업가 정신'이 필요한 때라는 생각이 든다"면서 "기업이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지만, 우리의 역량을 활용해 당장 실행 가능한 부분부터 다시 시작해보자"고 당부했다.